[논평] 개인정보 유출사고 또 흐지부지?
[논평] 개인정보 유출사고 또 흐지부지?
  • 한국뉴스투데이
  • 승인 2014.03.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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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최근 1억 건이 넘는 금융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입법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호언했다. 연이어 현장조사와 청문회가 열렸지만, 구체적인 결실을 맺은 것은 거의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금융회사에 대한 호통이 아니다. 또 다시 끔찍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주민번호 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민병두, 진선미, 백제현, 정의당 김제남 의원 등이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2월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책임도 크다.

전 국민 주민번호가 전 세계 인터넷에 유출되어 있는 지금, 현재의 주민번호를 임의 번호로 변경하는 체제 개선과 더불어 그 사용을 고유목적 외에는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목적별 번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민번호 전면개편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안전행정부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전면 개편에 대해서는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운운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행부와 국회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더 확대되기 전에 시급히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 내 정보공유 금지는 입법안조차 발의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는 금융지주회사 내 ‘마케팅 목적의 정보공유 제한‘이나 절차 강화 정도로 타협할 모양새다. 왜 금융지주회사에게만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제3자 제공 금지’라는 개인정보 보호원칙의 예외가 허용되어야 하는가? 1억 건이 넘는 금융 개인정보 유출사고에도 금융회사의 이익이 소비자의 권리보다 중요하다는 말인가?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독립성과 권한 강화 등의 대책들도 이미 법안은 발의되어 있지만 2월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는 관련 법률들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근본대책은 진척이 없는데, 뭐라도 국회가 일을 하고 싶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지만, 이 법안에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에 역행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졸속적으로 처리되었다.

이동통신사의 주민번호 수집을 정당화하고 소비자의 익명권을 침해하는 ‘휴대전화 실명제'를 포함한 것이다. 이는 주민번호의 민간 수집을 제한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를 통한 개인 정보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실명제와 결합할 때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한 처사이다.

또한, 어떠한 제한도 없이, 행정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사기 목적의 전화번호 이용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현재의 법안 문구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부 비판적인 통신 이용자까지 통제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우리는 국회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라지만, 중요한 것은 ‘올바른'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직 미방위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재검토해봐야 한다.

벌써 지방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4월 국회를 넘기면 개인정보 보호대책은 또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많다.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터지면 떠들썩했다가 아무런 대책 없이 잊혀지는 상황을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제대로 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국회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자신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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