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VS 뮤지컬
오페라 VS 뮤지컬
  • 주종빈
  • 승인 2014.09.26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뉴스투데이 주종빈 음악칼럼니스트] 한 달포 전에 성악을 공부하고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어떤 사람의 오페라와 뮤지컬에 대한 변은 ‘오페라와 뮤지컬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로 요약되었다. 차이가 없다라는 이유로는 오페라도 당대에는 대중음악이었고 뮤지컬은 이 시대의 대중음악을 기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양 장르에 대한 다소 남루한 착종론을 골격으로 하고 있었다.

과연 오페라라는 장르가 그 시대의 대중음악의 영역에 귀속되어 있었을까? 그럼, 바로크 시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한 중요한 장르 중에 하나였던 오페라 중에서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1711년 2월 24일 런던 퀸스극장에서 초연된 헨델의 <리날도>. 이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당시의 관객들은 대부분 특권계층에 속해 있었다. 바로크 시대에도 중세의 ‘트루바두르’와 같은 ‘거리의 음유시인’들의 악보가 남아있는 경우를 포함해서 유구하게 세속음악이 존재해 왔다.

이런 음악들은 현재 복원연주단체에서 학구적인 발굴로 음반이나 서적으로 다시 부활시켜놓고 있다. 물론 헨델이나 퍼셀 등도 그 당시에 세속음악을 작곡하기는 했지만 이런 형태의 세속음악들은 서민들의 향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귀족과 사교계에서의 심심풀이 연애담과 맥을 같이해 일종의 ‘디저트’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중과 친숙하다고 평가되는 19세기의 오페라인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도 낭만주의의 음악적 사조의 연장선이며 기왕의 오페라보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각 성부, 그리고 합창이라는 기본형태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이 시대에도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민속음악과 같은 형태의 음악이 있었기에 오페라가 진정한 대중의 영역 속에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뮤지컬이 비교적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은 데 반하여 오늘날의 오페라도 라디오와 TV방송, 음반 등으로 인해,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이국적인 값비싼 여흥거리라는 종래의 이미지를 탈피하였으나 그것이 대중음악과 등가개념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오페라와 뮤지컬에 대해 좀더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오페라의 특징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오페라의 특징은 음악, 행위, 시, 율동, 무대장치, 의상 등이 한데 결합됨으로써 극도의 감정과 흥분이라는 극적 경험을 일으켜준다. 또 일반적인 연극과는 달리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물론 레치타티보는 제외) 노래에 의해 등장인물과 플롯을 드러낸다.

간혹 예외가 있어서 징슈필(Jingspiel) 계열에 속하는 <마적(魔笛)>, <피델리오>, <마탄(魔彈)의 사수(射手)> 등과 민속 오페라 계열의 <팔려간 신부> 등, 그리고 오페라 코미크로서의 <카르멘> 등은 노래 아닌 대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오페라에 포함시키고 있다. 여기에 쓰이는 음악은 우리에게 청각적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가사와 시놉시스 전체의 감정적 효과를 고조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어떠한가? 여기서 간단하게 뮤지컬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자. 18세기 중엽에 영국의 식민통치 하에 있던 미국의 존 게이가 작곡한 <거지오페라>가 상연되면서부터 미국의 뮤지컬 열기가 고조되었고 이 후에 유럽의 오페레타와 여러 형태의 희가극이 소개되면서 뮤지컬이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20세기 초부터는 미국의 뮤지컬이 영국 등 유럽의 오페레타로부터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고 눈부신 향상과 상업적인 대중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러면 오페라와 뮤지컬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무엇일까?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노래라는 음악적 요소가 무대장치와 특수효과의 시각적 요소보다 무게 중심을 더 두고 있는 오페라에 반해 음악적 요소보다는 극적 행동이나 무대장치에 의한 오락적 스펙터클 또는 센세이션을, 노래와 춤을 연관성 있게 통일하는 일종의 종합적 연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하고 전자악기 등도 동원되지만 오페라는 전통적으로 마이크나 전자악기 등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그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를테면 사적 개인의 재산목록과 같은 특수하고 구체적이며 주관적인 인상학자의 측면에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로 공간을 잠깐 이동시켜 로마인이 이주해오기 전에 그리스인들이 지었다고 하는 폼페이의 원형극장에서 <페르시아의 연인>이란 극을 공연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고대인들로 이루어진 관객들은 뮤즈, 시인, 가수와 함께 하나의 사슬이 되어 모종의 열광적 분위기를 자아냈을 것이다. 이 때의 ‘시’라는 게 오늘날처럼 달랑 텍스트만 남은 게 아니라 지금의 오페라 비슷한 것이었다. 고대의 분위기를 연출한 바이로이트 바그너축제에서는 진한 감동의 눈물바다가 아직까지도 관객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의 고대인들의 <페르시아의 연인> 관람은 오죽했겠는가? 아마도 플라톤은 이성이 좌초하는 그런 가공할 만한 공연이라는 것을 알고 이상국가를 위해 시인추방설을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가공할 만한 공연’은 아니더라도 그것과 같은 방향성의 시도에 의해 오페라나 뮤지컬에서도 관객과 서로 평등하게 소통되는 전달이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렇게 되려면 전달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오페라나 뮤지컬의 가수가 배역의 심층에 자신을 침잠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관객들이 각 작품의 전통 속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지 않는다. 문명화된 대중의 규범화되고 변질되어버린 일상적 생활 속에서 쌓여진 경험과는 정반대 되는 형태의 경험, 즉 진정한 경험을 얻게 된다는 것은 점점 더 기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러 가지의 전달형식들 사이에는 일종의 경쟁관계가 존속되어 왔다. 옛날 얘기가 텍스트라는 것에 의해 대체되고 텍스트가 센세이션이라는 것에 의해 대체되는 가운데 과거의 ‘미메시스(Mimesis)*’는 한층 더 냉담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 형식은 가장 오래된 전달형식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야기라는 것이 단지 사건 그 자체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일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이야기는 사건을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생애 속으로 침투시킨다.

그리하여 그 사건을 듣는 청중들에게 진정한 경험으로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도자기에 도공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흔적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바로 아이콘(Icon)**이 아닌 이러한 인덱스(Index)***로 전통의 흔적을 남기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떻게 출발했나?

다시 오페라와 뮤지컬로 돌아와 정리해 보면 뮤지컬, 특히 뮤지컬 환타지나 뮤지컬 쇼는 아이콘(Icon)의 성격이 강한 시각적 센세이션이 많은 편이며 지적인 자극보다는 감각적 향락의 일환으로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찾는 관객들을 충족시켜 주는 요소를 십분 가지고 있다.

뮤지컬은 향락적이고 오락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그런 공연 양식을 견지하면서 크게 타락하지 않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근본은 향락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 화려함이 제시해주는 주의력의 요구에 순응하며 센세이션이라는 공간 속으로 감금되는 경향이 있다. 고대인의 아무런 욕망이나 후회도 없는 광적 열광과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각적 화려함이나 대중적인 음악이 뮤지컬의 모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인 뮤지컬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서로의 이질적인 관계를 외면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다.

뮤지컬은 교양인의 자질이라 할 수 있는 당대의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 그리고 비아냥거림으로 기존의 가치관에 대해 자극을 주는 참여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진지한 숙고보다 횡경막의 발작이 우리에게 더 많은 지혜를 주는 법이다’라는 어느 문예이론가의 말처럼 말이다. 단지 고대인처럼 전통 속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될 수 있는 장르로는 오페라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될 뿐이다. 하지만 근래에 창작되어지는 오페라의 성향은 뮤지컬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갖가지 센세이션과 화려한 효과를 동원하여 오페라와 뮤지컬의 상호적인 배타성을 점차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

오페라는 오페라의 존재로, 뮤지컬은 뮤지컬의 존재를 유지하며 성찰을 통한 각 장르의 작품으로 오페라와 뮤지컬이 관객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예술적 영매로 부각되기를 기대해본다.

Copyrights ⓒ 한국뉴스투데이(www.koreanewstoda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종빈 news@koreanewstoda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