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반복되는 사고에도 안전의식 여전히 뒷전
[논평] 반복되는 사고에도 안전의식 여전히 뒷전
  • 황준석
  • 승인 2014.10.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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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전관련 회의 50번 도대체가 바뀐 게 없다.
[한국뉴스투데이 황준석 기자]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의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6개월이 막 지났지만 안전의식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청와대, 정부, 여당 안전담당 부처가 개최한 안전관련 회의만 한 50번 되는데, 도대체가 바뀐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판교 테크노 밸리에서 일어난 환풍구 붕괴사고는 또 다시 국민들을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공연장에 대한 안전 대책과 안전의식 부족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환풍구 위에 수십 명이 올라가 관람을 하는데도 제지하지 못한 것이 우선 안타까운 일이다.

주최 측에서는 행사 관련 기관과 경찰서 등에 안전 관리를 요청했지만 관할 타령만 하다 결국 서류상으로만 인력을 배치하고 제대로 된 관리는 없었다.

관련 법규 또한 허점투성이다. 3천 명 이상의 대규모 공연에만 안전요원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행사는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깊이가 18미터나 되지만 환풍구에 어떠한 위험 표시나 중간 그물망 등도 없었다. 관련 규칙에는 시설물에 대한 환기 용량만을 규정할 뿐 환풍구의 두께나 재질 등 안전 관련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1∼9호선의 환풍구는 총 2천418개이며, 이중 보도 위에 설치된 것은 절반가량인 1천777개다. 보도 위에 설치된 환풍구 중에서 지상 높이가 30㎝ 이상인 곳은 1천578개, 30㎝ 미만인 것은 199개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전국적으로 지하공간이나 건물 등 각종 시설물에 설치된 환풍구는 수만 곳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기준도 없고 안전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환풍구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시민 의식도 문제이다. 환풍구는 원래 절대 올라가선 안 되는 곳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민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이제라도 안전 교육을 똑바로 하고 시민들이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가을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축제와 공연이 예정돼 있다. 기존 공연장이 아닌 임시 공연장이나 가설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 대부분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자제했던 학생들의 수학여행도 다시 본격화 되고 있다.

안전은 구호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비용과 불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크든 작든 사고를 예방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전체적으로는 수만 분의 1의 확률일지 모르지만 사고 당사자에게는 세상 전체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판교 공연장 사고 이후, 환풍구의 안전관리 문제뿐 아니라 축제와 공연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장의 안전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앞 다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요란만 떨었지 그때뿐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 환풍구가 이런 비극을 불러일으킨 것에 보듯이 안전사고의 개연성은 도처에 깔려있다.

허술한 맨홀, 난간, 우리 주변에 평소에는 전혀 사고 나지 않을 것 같은 곳이 지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많다. 이들 전반에 대해서 이참에 한 번 적절하게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똑같은 유형의 사고의 개연성도 너무나 높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방책을 빨리 만들어야 된다.

시스템도 중요하고 제도, 법률 중요하고 시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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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석 news@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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