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갈 곳 잃은 뭉칫돈 사라지고 있다.
‘금리 인하’ 갈 곳 잃은 뭉칫돈 사라지고 있다.
  • 김명수
  • 승인 2014.10.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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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다시 커지고 있다는 반증
[한국뉴스투데이 김명수 기자] 지하경제가 다시 커지고 있다. 5만 원 고액권이 나가면 돌아오지 않고, 유통업계의 고액 상품권 발행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지하경제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규모는 3백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 가운데 5만 원권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5만 원권을 발행하면 한국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사라지는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하경제는 탈세와 뇌물 등 불법. 음성 거래의 온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5만 원권이 지하경제에 악용되는 이유는 높이 60cm인 작은 금고에 돈을 가득 넣을 경우 만 원권일 때는 5억 원 정도지만 5만 원권일 때는 25억 원이나 된다.

소득을 탈루한 자영업자들이 작은 금고만 있으면 쉽게 돈을 보관해 둘 수 있는 것이다. 또 자녀에게 현금으로 증여해 상속세를 탈세할 때도 5만 원권이 악용될 수 있다.

더구나 금리가 계속 낮아진 탓에 5만 원권을 직접 보관해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석 달 동안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 원권은 4조 9천4백억 원. 이 가운데 환수액은 9천8백억 원으로 환수율이 19.9%에 그쳤다. 5만 원권을 천 장 발행했을 때 199장만 돌아온 꼴이다.

지난 2012년 4분기 87%까지 상승했던 5만 원권 회수율이 발행 첫해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뒤부터 환수율이 급락했다. 이는 현금부자들이 탈세를 위해 돈을 쌓아두거나 각종 불법자금이 숨어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세당국의 눈길을 피해서 불법적으로 또는 편법적으로 부를 이전하거나 증여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때 5만 원권의 환수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고액 상품권 발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등에서 발행한 30만 원권과 50만 원권 상품권은 478만 장으로 1년 전보다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50만 원권 상품권은 지난해 364만 장이 발행돼 4년 만에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5만 원권 회수율 하락과 고액상품권 발행량 증가는 지하 경제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액 상품권은 통화량 산정에서 제외되고, 누가 샀는지 누가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다. 사실상 고액권을 대신해 뇌물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지하경제를 키우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발행부터 회수까지 고액 상품권의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수 진작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과 부패를 방치할 순 없다. 한국은행이 연말쯤 5만 원권의 거래와 보유 목적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5만 원권에 발행연도를 표기하자는 제안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기업·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세법질서·민생침해사범, 역외탈세자 등 지하경제 양성화 4대 중점분야의 세무조사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천254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천410건으로 12.4% 증가했다.

이에 따른 총 추가로 추징된 세액은 지난해 상반기 1조6천975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2조2천176억 원으로 30.6%나 증가했다.

부정한 보유 목적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각종 경기부양 정책이 지하경제를 더욱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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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news@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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