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 농담을 웃어 넘길 수 없는 이유
[한국뉴스투데이 이성관 기자]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발언의 요지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1인 가구에 세금을 부담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출산 장려 대책의 의미를, 출산을 하면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는 인센티브제 뿐 만아니라 출산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페널티제도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이다. 모신문사의 기사에서 이 같은 발언이 인용되고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뜨겁게 일어났다. 이에 따라 각종 보도에서 이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정부에서는 그 발언이 농담에서 와전된 것이라며 이른바 ‘싱글세’ 논란을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농담이었다는 정부의 해명이 신빙성 없음은 둘째 치더라도 발언의 기저에 깔린 정부의 시각이 더 큰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우리가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의 의지 문제일까? 이 질문은 새삼 다시 거론할 여지도 없다. 결혼하고도, 아이를 원하면서도, 두 부부의 건강상의 문제가 없음에도 출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를 딩크족이라고 말하는데 다른 나라의 딩크족과 우리나라의 딩크족은 그 성질이 다르다. 외국의 경우, 아이를 가지기보다 부부생활을 즐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아이를 책임져야하는 부담을 지기보다 젊었을 때 좀 더 자유롭게 생활을 하고자 딩크족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딩크족은 그 의미가 다르다. 어원으로 따지자면 딩크족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굳이 말을 붙이자면, ‘강제된 딩크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대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는 것은 승률이 낮은 도박과도 같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생아의 육아 비용이 평균 월 30~50만원이었다. 이 부부의 소득은 대부분 200~300만원 정도이고, 이들 중에는 육아비용으로 100만원 이상 소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육비가 적게는 15%, 많게는 50%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가 자랄수록 보육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비해 부모의 소득은 거의 그대로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는 곧 경제적 부담이라는 공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육아 문제는 비용에 국한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직장인 여성 중 출산휴가를 1년 이상 쓸 수 있는 여성은 거의 없다. 보통 태어난 지 3개월~6개월 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직장에 나가는 상황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나마 이것은 상황이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직장을 다니던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게 되는 사례도 수없이 보도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출산 이후에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이 두려워 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구직문제나 교육문제 등 양육과정 전반에 걸쳐서 역경이 예견되어 있으며, 부모의 인생은 아이로 집중되어 다른 여유를 부릴 수가 없어진다. 말그대로 돈벌기에만 급급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결혼과 출산, 아니 아예 연애를 포기하고 사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이른바 3포 세대의 등장이 벌써 수년 전 이야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의 이유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된 것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정책을 운영할 우리나라의 미래가 깜깜하다.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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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 busylif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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