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 프로그램 없이도 경험으로 임무 수행하는 컴퓨터
[미래기획] 프로그램 없이도 경험으로 임무 수행하는 컴퓨터
  • 김명수, 윤보현
  • 승인 2015.01.19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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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두뇌처럼 동작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한국뉴스투데이 김명수, 윤보현 기자] 최근 인간의 두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새로운 컴퓨터 아키텍처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뉴로모픽 컴퓨팅’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속도에만 초점을 맞춰온 기존의 컴퓨터 아키텍처를 벗어나, 두뇌의 뉴런 신경계를 컴퓨터로 재현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덕분에 뉴로모픽 컴퓨팅은 두뇌처럼 전력소모는 훨씬 적으면서도 주변환경의 영상과 소리 등 감각에 기반한 데이터의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해 앞으로 지능을 갖춘 똑똑한 컴퓨터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알아서 자동으로 청소를 해주어 인기가 높은 로봇 청소기. 그러나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미 지나간 곳을 또 지나가고, 바로 옆의 먼지는 그냥 지나쳐 버리는가 하면, 사방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청소시간은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 나름 똑똑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물론 인간처럼 실시간으로 주변의 상황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컴퓨터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아직은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 수행하기 어려운 분야도 많은 듯싶다. 그러나 뉴로모픽 컴퓨팅이 이러한 컴퓨터의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두뇌처럼 동작하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의 두뇌는 가장 이상적인 컴퓨터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빠른데다가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도 매우 효율적이며 에너지 소모도 20 정도로 매우 적다.

사실 폰 뉴먼 아키텍처에 기반한 현재의 컴퓨터는 논리나 수학적 연산을 요구하는 작업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감각이나 인지능력 같은 두뇌의 기능을 따라잡기는 아직 멀었다.

명령을 실행하는 CPU와 명령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RAM을 기본 구조로, 명령과 데이터를 RAM에서 가져다가 CPU에서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RAM에 저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직렬식의 기존 컴퓨터의 처리방식은 코어를 통한 부분 병렬처리 방식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시각이나 청각 등 비구조적인 대규모 데이터의 처리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에 반해, 두뇌는 CPU와 같은 중앙 프로세서 없이 각 뉴런이 다른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면서 병렬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또한, 각 뉴런은 입력 신호가 모여 임계치에 도달했을 때만 신호를 발사, 연결함으로써 에너지 소모를 대폭 낮추며, 많은 사용이 필요한 뉴런의 경우 연결을 강화하고 다른 뉴런은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기능도 갖추었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이렇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고, 메모리와 명령 신호를 매끄럽게 통합하는 두뇌의 특성을 모방해서 전력 소모가 훨씬 적고 고정된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 없이도 학습을 통해 동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아키텍처를 지향한다.

프로그램 없이도 경험으로 임무 수행

이러한 뉴로모픽 컴퓨팅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미국방부 산하 방위산업기술청은 2008년부터 시냅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IBM과 HRL 연구소에 1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참가한 IBM에서는 2011년 이미 256개의 디지털 뉴런과 26만 개의 시냅스 역할을 하는 메모리가 탑재된 뉴로모픽 칩의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뉴런을 모방하기 위해 이 칩은 메모리에 미미한 입력 신호들을 기록했다가 지정된 임계치에 이르러서야 디지털 신호를 발사하고 리셋하는 방법을 취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일련의 뉴로모픽 칩들을 각각 특정기능을 수행하는 ‘코어렛(Corelet)’이라는 단위로 묶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연구진은 150개의 코어렛을 완성했으며, 다수의 코어렛을 상호 연결한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회의 중 참가자들의 다양한 음성과 외모를 인식, 자동으로 회의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전력 소형 마이크 시스템 등을 구상 중이다.

한편, HRL 연구소의 연구진이 개발한 576개의 인공 뉴런을 갖춘 뉴로모픽 칩은 MHz 단위의 동기화에 따라 모든 뉴런이 동시에 연결되며 프로그램 없이도 경험에 의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 칩으로 PONG 게임을 실행할 경우, 프로그램 없이도 막대가 움직일 때마다 외부에서 ‘성공’, 또는 ‘실패’라는 피드백을 주면 몇 차례의 시도 후에 성공적으로 공을 맞추게 된다.

HRL의 뉴로모픽 칩은 이번 여름 에어로바이론먼트가 제조한 소형 무인정찰기에 탑재되어 현장 테스트에 투입될 계획인데, 건물 안의 공간을 드나들 때마다 어떤 공간을 이미 방문했는지, 또한 그 공간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보다 효율적인 수색과 구조 작업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한다.

뉴로모픽 칩 곧 상용화

스탠포드대학 생체공학과의 콰베나 보아헨 교수가 개발한 ‘뉴로그리드’도 흥미롭다. 뉴로그리드는 16개의 뉴로코어 칩이 탑재된 아이패드 크기 정도의 회로보드로, 총 100만 뉴런과 수십 억 개의 시냅스를 재현할 수 있다.

특히 각 뉴로코어 칩은 두뇌의 뉴런과 비슷한 전압과 전류의 아날로그 신호로 처리되므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실제로 뉴로그리드는 같은 양의 뉴런을 PC에서 재현할 경우보다 십만 배는 더 낮은, 3 정도의 전력으로 동작한다고 한다.

단, 뉴로그리드는 제조비용이 약 4만 달러 정도로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 연구진은 최신 칩 제조기술로 대량생산할 경우 비용을 400달러 정도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낮은 가격과 초저전력 칩이라는 장점 덕분에 앞으로 이 칩은 체내에 이식해서 실시간으로 의수나 의족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마트폰용 칩의 제조업체인 퀄컴에서는 ‘제로쓰’라는 뉴로모픽 칩을 개발, 곧 상용화할 계획이라 한다. 퀄컴은 지난 5년간 두뇌의 기능을 모방하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를 개발해왔는데, 이 제로쓰 칩은 인간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학습능력도 갖추어 외부의 피드백에 의해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칩을 탑재한 로봇은 따로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여러 색상의 타일이 칠해진 바닥에서 특정 색상의 타일에 올라섰을 때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그 색상의 타일로만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로봇 청소기에도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퀄컴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보다는 이 칩을 NPU 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GPU처럼 미래의 칩 시스템에 탑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NPU는 인간처럼 주변 환경을 인지해서 외부의 자극에 대해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NPU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주변 환경에 대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서 분석하고 다음 행동을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습관, 장소, 시간에 따라 알람을 끄고 켜거나 통화를 관리하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등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알아서 여러 기능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컴퓨터의 성능 더욱 강화

뉴로모픽 컴퓨팅은 유럽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EU에서는 10억 유로를 투자, 2023년까지 인공두뇌를 개발한다는 목표 하에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참여한 독일의 하이델베르그대학과 영국 맨체스터대학 등의 연구진들도 뉴로모픽 칩에 기반한 수백만 뉴런을 탑재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뉴로모픽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신 두뇌의 우뇌처럼 영상이나 소리 등의 빅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전반적인 컴퓨터의 성능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는 더 빠른 음성이나 영상을 통한 검색, 더 안전한 자동 운전,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구글 나우’ 형태의 더 효율적인 디지털 비서 시스템, 더 정확한 날씨 예보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로모픽 칩 기술은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 최근호에서 2014년의 혁신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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