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연두빛깔 음악, 그 색채를 추상하다
은은한 연두빛깔 음악, 그 색채를 추상하다
  • 성지윤 칼럼리스트
  • 승인 2016.11.17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을 형성하는 것은 구상과 추상이라는 두 가지 영역 사이의 긴장감이며 이러한 긴장감이 드 쿠닝을 대표하는 독특한 문법이다.

음악을 들으며 색채감 그리고 어떠한 형채감을 느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그렇다’라 할 수 있던 경험이 내게는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예고를 다녔기에 ‘향상 음악회’라는 일종의 무대경험 및 연주실력 향상을 위한 음악회가 매학기 마다 있었다.

보통 향상 음악회에서의 레퍼토리는 입시와 관련이 있는 곡들 내지는 그 당시 나이에 학습해야 하는 곡들을 하게 마련이지만 나는 참으로 독특하게 고등학교 향상 음악회에서는 거의 연주하지 않는 곡을 연주 했었다.

그 곡은 프랑시스 풀랑크 플루트&피아노 소나타(Francis Poulenc Sonata for Flute&Piano ) 1, 2, 3악장.

바로크, 고전파나 낭만파 등 클래식 레퍼토리에 있어 학창시절, 그것도 중 고등학교 시절에 배우고 연주하는 곡들이 아닌 현대음악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플랑크의 음악을 연주하게 된 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릴 적, 아는 선생님의 CD음반에서 프랑시스 풀랑크의 플루트&피아노 소나타를 처음 듣고 평소 들었던 음악들에서의 인상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음악이 무척 날카롭고 거기에 더해 묘한 연두 빛깔이 느껴 진다’는 거였다.

그 느낌이 너무나 매력적 이였기 때문에 모든 곡을 뒤로 하고 연주가 하고 싶었었다.

삐쭉삐쭉 깨어진 유리들이 날카롭게 솟아 있는 형채와 은은하면서도 묘한 연두 빛깔 연기가 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펼쳐내는 느낌은 너무도 강렬했다. 그 색채는 시각에서 촉각으로 이동하여 몸과 영혼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이 음악은 모호하면서도 너무나 추상적 이였다.

한편의 연두 빛깔의 추상화와도 같다는 느낌을 주었던 그의 플루트&피아노 소나타는 신비로움 자체였다.

파리에서 태어난 현대 프랑스의 작곡가이던 프란시스 플랑크는 매우 훌륭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고 작사가였다. 부유한 집에서 자라나 프랑스 음악의 진수를 비녜스에게서 배웠다.

그리고 이 스승을 통해 사티와 오릭을 알게 되고, 이어 몇몇 작곡가들과의 왕래가 있었고 사티를 중심으로 모인 이 사람들은 후에 ‘프랑스 6인조’로 발전해 갔다.

대체적으로 선율의 우아함, 형식의 명쾌성, 그리고 세련된 음 감각이 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또한 재치가 넘치며 심지어는 풍자적이며 대체로 당시의 프랑스 사회상을 대변 한다.

이러한 프란시스 플랑크의 플루트&피아노 소나타가 색채감이 곁들여진 추상화와 같다고 상상 속에서만 느껴오던 어느 날, 상상 속 그것과 비슷한 실체를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윌리엄 데 쿠닝의 작품 womenⅠ을 보고 난 후 였다.

현대미술에 빠져 다양한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던 어느 날 윌리엄 데 쿠닝의 womenⅠ작품을 만나게 된 나는 그 작품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며 한참 동안이나 시선을 빼앗겼었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형상으로 내 눈앞에 있던 그 여인의 모습은 기이하지만 어쩐지 무척이나 끌렸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보는 이를 압도하고 날카로운 선들은 촉각적 느낌으로 피부를 찔렀다. 마구 칠해진 듯 한 색채들의 어우러짐은 전체적으로 연한 연두 빛이 흘러나오는 듯 했고 이것은 꼭 플랑크의 플루트&피아노 소나타(Francis Poulenc Sonata for Flute&Piano)를 닮은 듯 여겨졌다.

윌리엄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은 잭슨 폴록과 함께 미국에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 화가다. 1948년에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전 생애를 통해 단 한 번도 표현주의에서 이탈하지 않은 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방향성을 가진 에너지와 질감이 있는 삐쭉삐쭉한 선들이 구체적이며 익숙한 형태 이전인 형상의 본질을 포착하고자 했던 화가의 시도와 표현들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에서는 형태감을 완전히 파괴 시키지 않은 채 어느 정도 형상이 묘사되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형상을 비틀고 왜곡하는 등의 변형으로 추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의 그림을 형성하는 것은 구상과 추상이라는 두 가지 영역 사이의 긴장감이며 이러한 긴장감이 드 쿠닝을 대표하는 독특한 문법이다.

나에게 윌리엄 드 쿠닝의 womenⅠ작품은 매우 자극적이며 강렬한 끌림이다. 아름답지 않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이며 그 작품 앞에서 느껴지는 배일 듯 한 날카로움은 쾌감마저 주는 듯하다.

▲woman 1950-1952

몰아치는 듯 한 느낌의 선들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리듬과 선율이 있으며 그 흐름은 어딘지 모르게 플랑크의 플루트&피아노 소나타에서의 흐름 그리고 에너지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또한 전체적인 색채는 플랑크의 음악에서의 연두 빛깔의 느낌과 오묘히 닮아 있다.

어딘지 모르게 추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플랑크의 플루트&피아노 소나타. 그리고 그와 닮았다고 느끼는 드 쿠닝 womenⅠ.

각각의 두 작품들의 날카로움과 추상성, 색채의 느낌을 바라보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플랑크의 은은한 연두빛깔의 날카로운 음악과 드 쿠닝의 작품을 통해 그 색채를 추상해보길 11월의 시린 어느 날, 추천한다.

성지윤 칼럼리스트 claramusic89@naver.com

성지윤 칼럼리스트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클라라뮤직을 운영중에 있다.
또한 미술,사진,연극, 문학 등 다양한 얘술분야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토대로 음악이 타장르 예술들과 만났을때의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면서 예술융합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교육중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