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과 한양건설의 ‘수자인’브랜드 쉐어, 입주자만 피해
한양과 한양건설의 ‘수자인’브랜드 쉐어, 입주자만 피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5.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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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한양의 ‘수자인’브랜드를 한양건설이 공유해 사용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가 논란에 휘말렸다. 브랜드 쉐어를 미처 알지 못하고 입주를 결정한 입주예정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더구나 세 번이나 입주예정일이 미뤄지고 하자 민원이 계속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일대에 지상 4층 30개 동으로 총 294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타운형 아파트다.

당초 2월 28일 입주 예정이었지만 시공사인 한양건설은 입주를 연기했고 이후로도 3월 30일. 4월 20일 등 두 번이나 입주가 연기됐다. 이에 기존 거주지를 팔고 나온 입주예정자들은 무보증 단기 월세 180만원을 내고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등 곤란을 겪고 있다.

또한 294세대 중 가사용승인을 받은 30여세대는 사전 입주를 했지만 인테리어 마감 불량, 바닥 수평 불량, 곰팡이 발생, 천정 누수, 주차장 누수 등 하자가 끊임없이 발견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은 용인시에 한양건설 준공승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양과 한양건설 이름만 같은 다른회사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지연 문제와 하자문제 등으로 시공사와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시공사가 흔히 우리가 아는 ㈜한양이 아닌 한양건설이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입주예정자 중 일부가 ㈜한양에 입주 지연 사태와 하자 민원 등을 문의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

㈜한양은 1980년대 한양아파트 및 1기 신도시 구축을 주도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9,753억, 영업이익 780억, 당기순이익 505억으로 시공능력 22위인 업체다. 2017년 LH가 우수시공업체로 선정할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다.

한양건설은 매출 1,736억, 영업이익 122억, 당기순이익 61억, 시공능력 180위의 중소업체로 ㈜한양과는 완전 다른 법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형과 동생이 각각 운영하는 특수 관계로 알려져있다.

형인 ㈜한양의 이기승 회장은 1979년 보성기업을 설립해 주로 환경사업 등을 해오다 1989년 보성건설로 명칭을 변경해 건설업을 주력으로 삼았다. 이후 주택건설 사업을 위해 2004년 ㈜한양을 인수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로의 사업 형태 변환을 위해 2007년부터는 주력 사업인 시공 부문을 한양에 분할 합병시키며 2010년에는 ㈜보성으로 사명을 변경해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 구조를 정비했다.

이기승 회장은 보성그룹의 35.1%를 가진 최대주주로 ㈜한양을 비롯해 ㈜보성,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등 계열사를 거느리며 건설업과 부동산, 스마트시티, 에너지, 철강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동생인 이우식 회장은 2007년 여산건설의 회장으로 취임해 2010년 회사명을 한양건설로 바꿨다. 이어 ㈜한양의 브랜드 ‘수자인’의 이름으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외에도 전국적으로 여덟 곳에서 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브랜드 쉐어, 업계는 ‘당연’ 입주자는 ‘울상‘

브랜드 쉐어는 건설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일이다. 현대건설과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대림산업과 자회사인 삼호·고려개반은 ‘e편한세상’, 호반건설과 리젠시빌건설은 ‘호반베르디움’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와 계열사 간의 시공능력 차이로 아파트간의 완성도 차이가 난다는 우려도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안정성과 인지도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브랜드 쉐어를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경우 브랜드를 믿고 입주를 결정했지만 세 번의 입주지연과 하자 민원 등을 겪으며 브랜드 쉐어가 가진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랜드를 빌려준 ㈜한양 측 관계자는 “소액의 브랜드 사용료만 받고 이름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이같은 상황에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직접적인 공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한양건설의 보상문제나 대응문제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더 이상 한양건설과의 브랜드 쉐어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한양은 브랜드를 빌려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브랜드 사용료를 받은 입장에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양건설 측은 “4월 20일 세대별 임시 승인이 나서 원하시는 세대에 대해 입주가 진행 중”이라며 “17일 오전 입대위와 입주지연 등에 대한 보상금 등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여름까지는 양사의 브랜드 사용 약정 합의에 따라 브랜드 쉐어를 했지만 작년 여름 약정 합의가 끝나 그 이후부터 분양하는 사업장에는 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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