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으로 가버린 카드 사용 내역서
엉뚱한 곳으로 가버린 카드 사용 내역서
  • 박상웅 기자
  • 승인 2017.06.22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뉴스투데이] 고객의 카드이용 내역이 담긴 명세서가 엉뚱한 곳으로 발송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A씨는 지난 1년여 간 사용해 온 국민카드 이용 명세서가 다른 사람에게 발송돼, 낭패를 봤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은 이렇다.

A씨는 지난 2016년 7월 경, B씨로부터 회사 법인을 인수했다. 따라서 전 회사 대표인 B씨는 사용하던 회사의 은행계좌와 법인카드 등을 사용 정지 처리했다. 이에 A씨는 신규 은행계좌를 개설했고 이때 몇 군데 은행에서 법인카드를 만든 것.

문제는 다른 은행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일이 국민은행 쪽에서 벌어졌다. 은행 창구를 통해 국민카드를 만들었는데 지난 1년 여간 카드사용내역이 담긴 내역서가 전 대표인 B씨의 자택으로 발송된 것.

보기에 따라서는 A씨가 정확한 주소지를 기입하지 않은 불찰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려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우선 회사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에는 몇 가지 서류가 요구되는데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법인 인감증명서, 그리고 법인 등기부등본 등이다. 당연히 이 서류들은 모두 주소가 바뀐 것을 말한다.

법인이 사용하는 기업카드도 위와 같은 기본적인 서류가 요구된다. 법인을 인계한 B씨에게 카드사용명세서가 갈 수 없다는 뜻이다.

확인 결과 2016년 8월 분 카드대금이용내역서를 시작으로 올 6월 분 청구서 11개월 치가 엉뚱한 주소지인 B씨에게 배송된 셈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법인 인수과정을 모두 끝내 전 사업자와는 특별히 연락할 일이 없었다”며 따라서 “카드사용내역서가 전 사업자가 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최근 일 문제로 통화하다가 이러한 사실을 전 사업자인 B씨를 통해 전해 들었다.

A씨에 따르면 전 사업자와 통화 중 카드 내역서가 B씨의 집으로 와, 사용 내역들을 다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A씨와 B씨는 법인회사를 인수․인계한 사이지만, 기업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 등이 알려지면 사실상 불편하다.

A씨는 “언제, 어디서, 어떤 용도로 사용되어졌는지 또 B씨와 법인 인수․인계과정에서의 내역도 카드를 통해 사용되어진 것 등을 다 알고 있었다”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남의 카드 사용 내역서가 담긴 우편물을 들여다 본 B씨는 ‘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

비밀침해죄, 형법 316조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나 도서, 즉 봉인한 우편물을 푸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런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도적으로 그러했느냐 하는 점 등을 입증하기는 만만치 않다.

A씨는 “남의 카드 내역서를 뜯어 본 행위는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사업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고소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엉뚱한 곳으로 주소지를 기입한 은행 측의 실수가 못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씨는 11개 월 여 동안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까!

이에 대해 A씨는 “법인 인수․인계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신규로 은행계좌 등을 만들고 법인카드를 만들면서 전부 챙기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은행 카드 청구서와 달리, 발송 신청이 안 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구서가 안 온다고 크게 불편을 느끼지는 못했다.

우선 카드사용 요금은 법인계좌에서 자동 인출되었고, 분기별 필요한 회계처리를 위해서는 국민카드 홈페이지에서 사용내역을 다운받아 제출하면 됐다.이후 은행과 카드사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다. 카드사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이마트 상품권으로 무마하려 했다. 은행 측도 “창구 직원의 실수”라며 "은행 측에 민원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위와 같은 일은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사와 고객의 일로 협회가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기업 간에 알면 안되는 일도 있는데 카드사용 내역이 전 사업자에게 전해줘, 마치 회사 내부를 전부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며 “결국 고객이 직접 고소․고발해야 하는 것이냐”며 억울해했다.

한편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측은 “은행의 실수”라고 인정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웅 기자 calnews@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