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발목 잡은 오너리스크
대한항공 발목 잡은 오너리스크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7.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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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또 다시 오너리스크를 떠안았다.(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한국뉴스투데이] 대한항공이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으로 갑질이라는 신조어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키며 대한항공과 갑질, 오너리스크는 연관 검색어가 됐다.

지난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공사와 관련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 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사이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용의 상당액을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신축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에 해당한다.

조 회장이 빼돌린 금액은 10억 원으로 회사돈으로 자택 공사를 한 셈.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양호 회장을 포함,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며, 사실 여부에 따라 횡령과 배임 중 혐의가 결정지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SNS에 조종사들의 비하하는 댓글을 달아 직원들의 공분을 샀다(사진:페이스북 캡처)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조종사를 폄훼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며 갑질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대한항공 김 모 부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행 전 조종사의 업무가 많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조 회장은 댓글로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라 반문하며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가는데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직원들에게 ‘개가 웃는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직원들에게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조 회장은 갑질도 회장급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만 했다.

대한항공에게 있어 오너리스크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발목을 잡아온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1999년 한진그룹은 항공기 리베이트 수수과정에서 챙긴 1조 895억원의 탈루소득이 들통나서 5416억원을 추징당하고 조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10년 후인 2009년에는 상속세 포탈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진경준 넥슨 스캔들’수사 과정에서 2009년 당시 수사 무마를 대가로 당시 진경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의 처남 명의로 설립한 청소용역업체에 한진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에 큰 타격을 준 조현아 전 부사장도 오너리스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륙 준비 중이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리다 비행기를 회항시켜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킨 일명 ‘땅콩회항’사건은 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종 ‘갑질’패러디물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전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현재 땅콩회항 사건은 대법원 선고가 2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법원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일을 2년 넘게 지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려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1심은 항공기 항로변경죄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한 반면 2심 재판부는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판단,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지난 2005년 3월 조원태 사장(당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부 부팀장‧29세)은 난폭 운전에 항의하는 70대 노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해 구설수에 올랐다. 조 사장은 2000년에도 교통법규 위반 뒤 단속경찰관을 치고 뺑소니 끝에 붙잡힌 적도 있다.

조 사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바로 다음날인 6월 15일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한진그룹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IT계열사 유니컨버스의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을 무상으로 대한항공에 증여해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다고 밝혔다.

명목은 투명한 기업 경영을 위해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지만 지난해 11월 일감몰아주기로 공정위로부터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와 검찰 고발을 당해 몸사리기에 들어간 대한항공의 꼼수라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재직 시절부터 줄곧 ‘재벌 개혁’을 강조해왔고 ‘경제 검찰’의 수장이 된 지금도 과거 대기업을 전담해 조사한 조사국 부활을 예고하며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갑질 단속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대한항공은 중국 사드 보복 장기화로 인한 중국관광객 급감과 저비용항공사 하늘길 경쟁 등으로 실적의 하락을 예상했으나 화물과 국제선여객부문 동반성장세에 힘입어 2분기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인관광객 급감, 저비용항공사 노선 경쟁 심화, 인건비 상승, 조종사 노조 장기화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화물부문과 국제여객선 매출 증가로 호조세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오너리스크에 대한항공은 다시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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