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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피아노 오프닝 콘서트, 임동혁 리사이틀【공연리뷰】 최상의 피아노와 최고의 연주자가 만드는 명품의 ‘품격’

[한국뉴스투데이]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연주자에게는 최상의 환경을, 청중에게는 더욱 큰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올해 초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마련했다. 지난 6월 25일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그가 선보인 무대는 최상의 악기와 최고의 연주자가 뿜는 에너지가 가진 품격이 화합으로 완성된 순간이었다.

▲임동혁의 리사이틀은 쇼팽의 피아니즘으로 꾸며진 코스요리처럼 풍성했다.

이번 무대는 쇼팽의 피아니즘으로 꾸며진 코스요리처럼 풍성했다. 애피타이저인 녹턴부터 메인요리인 프렐류드까지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첫 곡은 녹턴 op.27의 27번이었다. 그의 녹턴은 마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운 쇼팽의 서정성을 보여주며 깊고 아쉬운 여운으로 마무리되어진 녹턴. 그 아쉬운 여운을 뒤로 뒤이어 쇼팽의 화려한 변주곡은 왼손의 유려한 사운드와 루바토, 적절한 프레이징 처리를 통해 꽉꽉 채운 화성으로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바레이션답게 각 변주마다 돋보이는 주제들은 임동혁만의 색채를 입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짙은 농도의 그리고 깊은 고뇌가 담겨있는 발라드는 발라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발라드 1번은 ‘화려함’과 ‘격렬함’ 보다는 ‘섬세함’ 그리고 ‘부드러움’에 더욱 초점을 맞춘 연주자들이 많았고, 임동혁도 그 중 한 명 이었다. 이전 곡이 준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작된 발라드 1번의 강렬한 도입부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조심스럽지만 에너지 가득한 C음의 타건. 곡이 클라이막스로 향할수록, 필자를 포함한 청중들이 느끼는 전율도 한층 고조되었다. 드라마틱한 발라드의 감성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청중들에게 임동혁 이라는 세글자를 설명해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임동혁의 무대를 자주 찾는 팬들이 왜 매번 그의 레퍼토리 중 발라드1번을 기대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 리사이틀의 꽃은 쇼팽의 ‘프렐류드’였다. 프렐류드는 각자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진 비즈들이 촘촘히 매달려있는 드레스처럼 고혹적이고 기품이 넘친다. 다만, 밀도 높은 집중과 체력을 요하기에 한자리에서 24곡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다는 것은 오히려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하는 것보다 까다롭다.

No.4번은 쇼팽의 장례식에서 오르간으로 연주된 만큼 그 음이 가진 하나하나의 감정을 천천히 눌러 담았고, 아라베스크 풍의 엇갈리는 리듬이 매력적인 No.5로 넘어갈 때 빠른 감정의 변화로 작품이 가진 느낌을 유려하게 해석했다. 무엇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빗방울전주곡을 통해 그가 얼마나 성숙한 고민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빗방울전주곡은 비 오는 날 쇼팽이 상드를 걱정하며 기다렸던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해주었다. 임동혁의 뛰어난 테크닉을 확인할 수 있었던 No.16번은 1분 남짓의 짧은 곡이지만, 절제된 감정과 비탈길을 긴박하게 올라가는 긴장감으로 임동혁의 테크닉과 완성도 높은 피아니즘을 확인했다.

▲팬들이 왜 임동혁의 무대를 자주 찾는 지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연주에서 그는 우나코다페달 사용이 잦았다. ‘발’이 아닌 ‘귀’로 밟으며 흐느꼈던 임동혁은 섬세한 잔향을 고스란히 전해주며 24개의 다채롭고 빛나는 프렐류드를 선사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의 기획과 연주자의 마음이 일치했던 이번 슈퍼 피아노 시리즈1은 쇼팽스페셜 리스트인 임동혁답게 쇼팽의 철학과 매력을 한층 상기시켜준 성공적인 무대였다.

피아니스트 임동혁.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경기도문화의전당)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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