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자동차에 기술탈취 당한 두 중소기업의 절규
[기획] 현대자동차에 기술탈취 당한 두 중소기업의 절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12.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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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현대자동차에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 두 중소기업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차원의 해결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자는 두 중소기업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나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와 박재국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기술탈취 피해를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대차에 미생물제 개발 탈취 당했다는 비제이씨

생물정화기술 업체인 비제이씨는 지난 2004년 자동차 페인트 도장시 발생하는 독성유기화합물과 악취 등을 정화하는 미생물제를 개발해 현대차에 납품해 왔다.

이후 2006년 비제이씨는 현대차와 공동으로 해당 기술에 대한 공동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5년 5월 경북대와 공동으로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했다면서 비제이씨와의 납품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비제이씨는 특허 침해와 하도급법 위반 등의 이유로 공정위와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 제소와 함께 특허 무효 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11월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했지만 현대차는 재심을 청구했고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 역시 현대차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권고했지만 현대차는 이를 거부했다.

현재 기술탈취 소송은 민사 소송만 가능해 비제이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2018년 1월 19일 1심 판결이 예정되어 있다.

최용설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가 2013년 이전에는 기술자료를 요구한 적 없었는데 2013년 11월부터 5개월에 걸쳐 8차례 자료를 요구했다”면서 “현대차는 비제이씨의 특허기술인 미생물 3종, 6병을 훔쳐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한 경북대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탈취한 자료를 경북대에 넘겨 유사기술을 만든 후 비제이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면서 “자료를 넘긴 현대차 직원은 탈취한 자료와 결과로 학위까지 취득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개월을 버텨 특허무효심판에서 이겼지만 앞으로 5년을 더 현대자동차와 싸워야 한다”면서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빚을 내서 월급을 주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수사기관이 기술탈취 사건을 담당하도록 하고, 초기에 수사만 해준다면 기술탈취 사건들은 해소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비제이씨의 기술자료 요구, 기술탈취 자료 등 모든 부분에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앞으로의 민사소송, 공정위 재조사, 특허무효소송 2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술분쟁 소송 중인 오엔씨엔지니어링

기계 및 부품 도소매·제조업체인 오엔씨엔지니어링(이하 오엔씨)은 현대차를 상대로 기술분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이며 결과는 13일경 나올 예정이다.

박성국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0년 현재차가 작은 고장 및 파손 문제로 ‘프레스설비부품’기술 개발을 요구했다”면서 “이후 부품 개발에 성공한 오엔씨는 현대차의 갑질에 못이겨 프레스설비부품 2세트를 무료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오엔씨는 최종 납품을 위해 현대차 자동화기술부에 기술설명을 했고 완제품 외에도 동영상을 포함한 상세 기술자료를 제출했다”며 “하지만 기술설명회 20일 뒤에 다국적기업 SKF사가 오엔씨와 동일한 방식으로 현대차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SKF사가 남품업체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대차가 다국적 기업에 오엔씨의 시술을 넘기고 40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존에 개발돼 수입된 볼스크류 공급 및 사용 가능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별도의 기술개발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엔씨가 핵심기술이라 주장하는 셀프락 기능은 TM스크류 자체의 고유 기능으로 이미 상용화, 표준화된 제품”이라고 주장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막을 수 없을까

업계에서는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이 당한 기술탈취 방식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쓰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7년이상 걸리는 소송을 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술탈취에 대해 형사소송은 불가능하고 민사소송만 가능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0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마련 및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민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이학영 의원, 홍익표 의원, 박정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한화에 기술을 탈취당한 피해업체 대표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학영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해 개발해 놓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옆집에서 망치 빌려다 쓰듯 사용해 버리는 대기업들의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득주도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기술탈취 근절을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들어서면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을 위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됐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1월 21일 취임사에서 “대기업의 기술탈취나, 납품단가의 일방적 인하 등 불공정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고, 사전 감시와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등 촘촘한 감시를 통해 구조적으로 근절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단언했다.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기술탈취 근절에 대해 정부가 단언한 만큼 실효성있는 제재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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