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 김준기 DB그룹 회장 언제 모습 드러낼까
성추행 파문 김준기 DB그룹 회장 언제 모습 드러낼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02.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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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사진:DB그룹)

[한국뉴스투데이]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대표직까지 사임한 김준기 전 DB그룹(동부그룹)회장. 김 전 회장은 경찰의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하며 미국에서 신병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국내 귀국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비서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시작해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11일 수서경찰서는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실 전 비서 A씨가 김준기 전 회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이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면서 허벅지와 다리 등 신체를 접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너는 내 소유물”이라고 말하는 녹취록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DB그룹 측은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접촉으로 강제성은 없었다”며 “성추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도적으로 성추행으로 몰아가기 위해 사적으로 주고받은 대화의 특정 부분만 잘라서 전체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합의 대가로 100억원 이상을 요구했다”면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여러 번의 사재 출연으로 책임있는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전문 경영인이자 1세대 재벌 총수다. 대다수의 기업 총수들이 회사돈을 빼돌리는데만 급급한데 반해 자신의 개인 재산을 회사의 위기때마다 아낌없이 내놓는 김 전 회장의 모습은 그가 회사를 얼마나 사랑했고 책임을 지려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애정과 책임으로 그룹을 이끌어왔지만 성추행 혐의 앞에 김 전 회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김 전 회장은 성추행으로 고소된지 열흘만인 지난해 9월 21일 DB그룹 대표직을 사임했다.

김 전 회장은 사임 입장문에서 “제 개인의 문제로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 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전 회장이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대표직을 사임하면서까지 철저히 한 개인으로 돌아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대부분이 추측했다.

또한 김 전 회장 측이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접촉”이라고 애매하게 말하고 A씨가 합의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등 경찰 조사를 통해 반드시 사건의 진실을 가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으로 돌아섰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2일 첫 경찰 조사 출석에 불응했으며 그달 12일과 다음달 9일 등 총 세 번의 경찰 출석요구서에 모두 불응하며 모습을 감췄다.

경찰 소환 조사 불응 사유는 신병 치료였다. 김 전 회장 측은 “해당 사건 이전인 7월부터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며 신병 치료를 이유로 내세웠다.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A씨가 합의로 백억대의 돈을 제시했으면 김 전 회장이 직접 출석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데 신병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대중과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치료하고 있는 신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DB그룹 측은 “개인적인 질병을 밝힐 이유가 없다”면서 병명에 대한 공개를 꺼렸다.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여러 계열사를 이끈 기업의 총수가 단지 대표직을 사임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개인’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우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신병 치료로 수사가 자꾸 늦춰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말기 신부전증과 고혈압, 고지혈증,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김 전 회장이 세 차례의 소환에 불응하자 국내 송환을 요청하는 인터폴 공조수사를 의뢰했고 외교부에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김 전 회장에게 여권을 반납하라고 명령했고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여권 발급 제한과 반납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외교부의 여권 반납 명령에 따라 여권을 반납한 채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DB그룹이 A씨에 대해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 알려지며 김 전 회장이 법적 대응을 시작해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만 해도 신병 치료 기한을 올 2월말로 예상했던 DB그룹 측은 "아직 치료 중"이라며 "임상치료는 일반치료와 달리 중간에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모든 치료가 끝나면 바로 귀국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해 한동안 김 전 회장이 귀국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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