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롯데·워커힐’ 특급호텔 위생논란
‘신라·롯데·워커힐’ 특급호텔 위생논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02.2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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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하나로 ‘욕조·세면대·컵’ 쓱삭 쓱삭...특급호텔들의 충격적인 청소법

[한국뉴스투데이] 얼마 전, 중국의 특급호텔들이 화장실 변기를 닦던 청소용품으로 세면대와 물 컵 등을 같이 사용하는 충격적인 장면에 경악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생생히 드러났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수세미로 변기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중국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 최고급 호텔을 자부하던 곳에서 변기를 닦은 수세미로 물 컵을 닦는 것은 물론, 투숙객이 사용한 수건으로 청소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에 소비자들은 크게 배신감을 느꼈다. 특히 세 호텔 모두 올해 호텔 등급 재심사를 앞두고 있어 위생 불량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5성 호텔 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상세히 짚어봤다. <편집자 주> 

▶5성급 호텔의 충격적인 청소 실태...중국만이 문제 아니었다

지난 6일 한 시사 프로그램은 서울 시내 5성급 호텔 세 곳의 객실 청소 실태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 호텔의 경우, 변기를 닦은 수세미로 욕조와 세면대를 닦았다. 또 객실 내 음료수나 물을 마실 수 있는 물잔을 닦는 것은 물론, 투숙객이 사용한 베갯잇을 교환하지 않고 몇 차례 툭툭 털고 그대로 놔뒀다.

신라 호텔은 직원이 청소 카트에서 여러번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건을 꺼내 화장실 세면대와 욕조를 닦고 같은 수건으로 변기 안과 밖을 청소했다. 고객이 사용한 물컵은 세제없이 물로만 헹궈 세척하기도 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청소는 워커힐 호텔도 마찬가지다. 청소 직원이 변기를 닦은 수세미로 욕조와 세면대를 닦고 객실 내 음료수나 물을 마실 수 있는 물잔을 닦기도 했다. 또, 화장실 바닥과 컵에 남은 물기는 투숙객이 사용하고 바닥에 던져둔 수건으로 닦아냈다.

객실 청도가 끝난 후 오염도 측정기로 객실 안 소파의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안전기준치의 15배를 초과한 수치였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고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특히 5성급 호텔들이 이 정도면 다른 숙박업체들은 오죽하겠냐는 불신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앞서 지난해 말 중국의 5성급 호텔인 켐핀스키와 샹그릴라, 쉐라톤 호텔의 청소 실태가 보도된 바 있다.

중국의 5성 호텔들은 변기 청소용 솔로 변기와 세면대, 물컵을 청소했다. 또 세면대를 닦은 걸레로 컵을 닦더니 휴지통을 닦고 화장실 변기 물에 빨아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보도는 앞다투어 여전히 부족한 중국인의 위생관념을 가장 큰 문제라고 보도했지만 우리나라 5성 호텔의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도 이후 호텔업은 발렌타인데이를 일주일 앞둔 특수를 맞았지만 호텔의 위생을 철저히 믿던 소비자들은 예약 취소를 이어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청소 상태 실태가 보도되자 롯데 호텔측은 “철저한 분업 및 전문화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겠다”면서 “객실 정비 인력을 추가 운영하고 식기세척과 타올 및 린넨 교체, 욕실·화장실 청소 등 1인이 수행하던 업무를 분업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기류 및 기설 장비를 추가하고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개선책을 설명했다.

워커힐 호텔 역시 “보도 이후 객실 내 모든 컵은 중앙세척실에서 세척하고 각 객실마다 살균소독기를 비치했다”면서 “고객 요청시에는 일회용 종이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 청소 등 청소 인원을 자체적으로 증원했고 파트너사와 협력해 모니터링을 강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라호텔은 몇 차례의 연락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아 어떠한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지난&nbsp;6일&nbsp;충격적인&nbsp;호텔&nbsp;청소&nbsp;실태가&nbsp;보도됐다.(사진:tv조선&nbsp;갈무리)

▶호텔 청소 문제 왜 여기까지 왔나

현재 한화가 운영하는 플라자 호텔을 제외한 특급호텔은 모두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호텔 객실 청소를 하고 있다.

호텔이 청소직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관리하면 관리비용이 추가로 늘어나고 직원들의 근무조건과 복지혜택 등 인건비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다.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채용된 청소 직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160~170만원 대의 기본급을 받으며 하루 평균 10~13개의 객실을 청소한다. 종사자들은 청소 매뉴얼대로 청소하면 기본 객실수만큼 청소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기본 객실 이상을 추가로 청소할 경우 객실 한 개당 5천원~6천원의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어서 매뉴얼을 지키는 이가 없는게 현실이다.

호텔업계는 “청소 작업 매뉴얼 교육을 시행해도 룸메이드 개개인의 행동과 양심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특급호텔의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와 호텔측이 협력업체만 믿고 위생에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취재과정에서 호텔들은 기존의 청소 협력업체를 계속 이용하면서 일부 인원만 증축한다고 밝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땜방용 방안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5성급 재심사를 받는 롯데·신라·워커힐 무사할까

지난 2015년 호텔 등급 심사 결정이 의무화되며 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소형호텔업, 수상관광호텔업, 의료관광호텔업 등 호텔업은 3년마다 등급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한다.

그해 신라호텔이 가장 먼저 5성급 호텔에 선정됐고 롯데 호텔과 워커힐 호텔도 5성 호텔에 선정됐지만 이번 위생 문제를 앞두고 호텔들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올 3월경 롯데호텔을 시작으로 4~5월경 신라호텔, 7~8월 경 워커힐 호텔이 등급 재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은 전국적으로 38개에 불과한데 5성급 호텔에서 별을 잃어 4성급으로 등급이 하락될 경우 호텔이 입는 이미지 타격은 말로 설명이 불가하다.

호텔 등급 심사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측은 “오염도 측정기를 도입해 위생 상태를 더욱 철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5성급 호텔 등급 심사는 현장평가 70%와 암행평가 30%로 평가되며 현장평가의 경우 3명의 전문가가, 암행평가의 경우 1명의 전문가와 1명의 소비자가 ‘고객인 척 불시에 방문’해 호텔의 예약서비스부터 배웅까지 9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하지만 화재 발생, 범죄 발생, 영업상 행정조치(해당 지자체), 호텔 등급표지 미부착 또는 허위부착, 입퇴실 시간에 따른 차등요금제 실시과 함께 고객 불편신고 접수가 주요 감점 요인으로 작용되어 이번 위생 실태로 인해 등돌린 고객들이 감점의 원인이 될수 있다고 전문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답변이 없었던 신라호텔을 제외한 롯데 호텔과 워커힐 호텔은 등급 심사와 관련해서는 말을 최대한 아꼈다. 그러면서 호텔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보건당국의 위생상태 전수조사와 이를 통해 등급 심사와 제재가 뒤따를 것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이번 호텔 위생 관리 실태와 관련해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호텔 위생 실태를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측 역시 “시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면서 “이미 등급 심사가 끝나더라도 개정 상황에 맞춰 중간평가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해 호텔에 대한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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