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갑질한 대림산업, 대표 교체가 해결책?
하청업체에 갑질한 대림산업, 대표 교체가 해결책?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03.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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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논란으로 물의를 빚어왔던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 22일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한국뉴스투데이] 2017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4위에 오른 대림산업은 건설기술보다 슈퍼갑질로 더 유명하다. 이해욱 부회장의 끊임없는 갑질논란에 이어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하청업체에 갑질을 한 것이 알려지며 이해욱 부회장과 김재율 사장, 강영국 부사장 등 대표이사 세 명이 동시에 사임했다.

회사 측은 경영혁신의 일환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갑질 논란에 대한 책임론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해욱 부회장의 경우 대표직을 사임할 뿐 등기이사직으로 경영에는 계속 참여하게 되면서 대표들의 무더기 사임은 갑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지하 1층 강당에서 제 71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강영국 대림산업 부사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심려 끼쳐 죄송하다”면서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혁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상생과 동반 성장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이 언급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이란 갑질 논란이다. 지난 20일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대림산업 현장소장 2명이 구속되고 9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등 임직원 11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또 다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하청업체인 한수건설에게 업체 평가나 설계변경 등의 명목으로 6억 1000만 원을 요구하고 접대비로 수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다.  현장소장은 자신의 딸이 대학에 입학하자 4600만 원 상당의 외제차를 요구하기도 했고 또 다른 임원은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현금 2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에게 갑질을 당한 하청업체 박수웅 한수건설 대표이사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림산업에서 14년 근무하다가 퇴사해 한수건설을 설립하고 대림산업의 하청업체로 33년간 회사를 운영했다”면서 “현장 소장이나 본사 사람들에게 이래저래 나가는 뇌물만 한달에 4천-5천만원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림산업 측의 (뇌물)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에 트집을 잡거나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고 다음 공사를 아예 주지 않거나 본사 점수를 잘못 매겨 입찰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직원 84명에 연매출 300억 원이었던 한수건설은 규모상 중견기업에 속하지만 대림산업으로부터 234억 3070만 원의 추가공사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현재는 폐업 상태로 대림산업과 각종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운전기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일삼아 갑질논란에 오르며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해욱 부회장에 이어 하청업체에게 자신의 위치와 지위를 앞세워 금품을 요구하는 임원들의 갑질이 계속되자 대림산업은 대표직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택했다.

대림산업은 대표 교체와 관련해 “갑질 논란과 관계없이 올초부터 주총에서 결정된 경영쇄신안에 따른 정해진 수순에 불과하다”며 “대표이사 위주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의 일환"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욱 부회장의 경우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등기이사로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대표이사직이라는 타이틀만 내려놓을 뿐 맡은 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 눈가리고 아웅식의 경영쇄신안이라는 지적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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