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들은 육체이며 가고 다시 돌아 오지 못하는 바람
영화... 그들은 육체이며 가고 다시 돌아 오지 못하는 바람
  • 곽은주 기자
  • 승인 2018.03.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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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10월10일 볼티모어에서 생긴 일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원제:The Shape of Water)>.

3월 24일 기준 493,277명이 이 영화를 봤다. 50만 고지가 멀지 않다. 일부 극장에서 매일 2-3회, 많게는 4-5회 상영 중이다. 대부분 조조나 심야 시간에 편성되어 있지만 아직 극장에서 볼 수 있다. 90회 아카데미 최다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데 이어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등 주요 4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개봉 한 달을 넘겼음에도 누적관객수가 꾸준히 상승 한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N차 관람 인증이 확산되며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 엄지척이 올라간 영화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뒤늦게 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색채에 홀려서 봤고, 감독의 진의를 알고 싶어서 또 봤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듯 1962년의 볼티모어가 그림책처럼 화면에 펼쳐진다. 123분 동안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세밀한 설계도면 위에 영화를 세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지난 2017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됐었다. ‘사람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그야말로 괴생물체( 감독은 양서류라고 표현)와 한 여자의 포옹 장면의 커다란 포스터는 유독 관객의 시선을 끌었었다. 영화 포스터는 포스터일 뿐이다. 포스터는 인간과 괴생물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영화의 속내는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로 채워져 있다.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동서냉전, 인종차별, 계층문제, 성공 지상주의, 변질된 기독교관

1962년 가을은 동서냉전의 최고조의 시기였다. 1962년 여름, 소련(흐루시초프)이 쿠바에서 미사일 발사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그 해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대 국민방송으로 소련을 향하여 강도 높은 경고를 날렸다. 감독은 바로 그 위기 상황인 1962년 9월17-10월10일을 영화의 시제로 설정했다. 동서냉전이 고조된 시기, 쇠락하는 항구도시 볼티모어에도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들어서고 성공한 자들은 캐딜락을 타고 미래를 향해 달린다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1987)의 1962년 작품인 ‘초록색 코카콜라병’은 당시 대중문화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에서도 미래의 색으로 초록색을 강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가족식당에서는 여전히 흑인 출입이 금지 당하던 시기, 신본주의의 기독교 신앙이 인본주의 중심의 세속종교로 변질된 시기, 당대 스타 목사였던 노먼 빈센트 필 목사의 ‘하면 된다!!’는 자기최면의 책인 <적극적 사고의 힘>이 기독교인들의 아이콘이 되고 성경이 신화처럼 오도되어 영화로 소비된다.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감독은 당시의 포괄적인 문제(상처)들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보여주며 시대를 조롱한다. 주류와 비주류, 선과 악, 인간과 괴물, 인간과 신(하나님), 성경과 신화, 극장과 TV 등.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들을 치밀한 이분법적 논리로 설득하며 진리와 비진리의 경계를 교묘히 허문다.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민자 & 이방인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

감독은 1964년생 멕시코 출신이다. 1993년 ‘크로노스(멕시코)’로 데뷔했으니, 올 해로 데뷔 25년 차. 이민자이자 이방인인 그가 미국 허리우드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등극하기까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의 열정과 노력과 인고의 시간들을 쉽게 판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판타지가 될 수 있다.”고 늘 강조했다고 한다. 이 말은 그의 연출 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 감독의 이런 영화적 태도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보석처럼 촘촘히 박혀있다.

사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적재적소에 깔끔하게 배치된 청녹색과 붉은색의 조화는 헉!! 탄성이 절로 나온다. 괴생물체의 섹시한 뒤태의 실루엣으로부터 그리스신화의 악사 오르페우스(Orpheus)에서 따온 오르피움(Orpheum)극장 이름까지. 장면마다 살짝살짝 보여주는 소품들은 마치 골동품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처럼 경이롭다.

사진 제공=(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아바타>로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자네는 소녀도 괴물처럼 만들어버릴 능력은 있어도 진짜 인간의 러브 스토리는 만들지 못할 거야”라고 15년 전에 예견했다고 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인간과 인간을 주제로 한 정상적인 사랑영화는 아니다. ‘ 괴물’은 인간이 아니므로. 델 토로 감독도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괴물'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주제로한 영화를  보고 싶다. 그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싶다(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주연: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개봉일: 2월 22일. 청소년 관람 불가).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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