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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성남문화재단 초청, 피아니스트 레온스카야그녀의 음악은 사람과 세상을 잇는 매듭
▲처음 내한한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가 오직 슈베르트의 음악으로만 꾸몄으며, 그의 온화한 서정과 낭만적 색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사진제공/성남문화재단)

31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슈베르트는 후대에 너무나 많은 것을 남긴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다. 지난 3월 29일, 따뜻한 햇살 아래 공연장을 찾은 많은 이들의 기분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봄날, 성남아트센터 초청으로 한국에 처음 내한한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가 보여준 그는 A부터 Z까지 오직 슈베르트의 음악으로만 꾸몄으며, 그의 온화한 서정과 낭만적 색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2018년,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첫 내한 
구 소련의 일부였던 조지아 트빌리시 출신의 엘리자베뜨 레온스카야는 1978년 소련을 떠나 오스트리아 빈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 그녀는 리스테르를 대신하여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으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이렇게 늦게, 그리고 이러한 시기에 한국을 찾았다는 사실이 실로 반가웠다.

첫 곡으로 선보인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9번 D.575는 당시에 작곡된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음악칼럼니스트 이정엽의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은 ‘선율’ 보다는 ‘리듬’의 패턴을 활용한 모티브를 창작해 작품 전체에 적용시키고 있기에 더욱더 흥미롭게 해석할 수 있다. 레온스카야는 부점리듬과 극한 대비의 다이나믹을 조절하며 천천히 본인의 음악색을 펼쳐나갔다. 간혹 왼손 베이스가 따라오지 못해 아쉬운 점도 보였지만, 짧은 스타카토 처리가 인상 깊었으며, 리듬의 결합을 위해 달려가듯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철학을 분명히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장기로 주목된 돋보적인 ‘레가토’는 작품에 윤활류같은 역할을 하며 견고히 쌓아올렸고, 이로서 첫 곡의 프롤로그를 멋지게 장식했다.

첫 번째 무대가 끝나자 많은 관객들은 그의 손 끝에 집중하느라 꾹 참았던 헛기침을 토해냈다. 두 번째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무대 위로 걸어 나온 그는 의자에 앉기 무섭게 첫 음을 빠른 속도로 꺼내놓았다. 그가 선보인 ‘방랑자 환상곡’ D.760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리트 ‘방랑자(WANEDRER)’의 선율을 모방하고 있기 때문에 붙은 부제다. 특히 1악장에 자주 등장한 반복된 리듬패턴은 자유롭게 밀고 당기며 영역을 넘나들었고 차츰차츰 펼쳐보였던 색은 2악장과 3악장, 4악장으로 치달을수록 화려한 기교와 강력한 도약, 대비를 강조시키며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미스터치가 뿜어져 나왔지만, 거장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연주자에게 미스터치란 마치 운동화 속에 박힌 돌처럼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물론 미스터치에 대한 해결은 레온스카야 뿐 아니라 모든 연주자가 해결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과제일 게다.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에 인사를 나누는 피아니스트 레온스카야(사진제공/성남문화재단)

A부터 Z까지 오직 슈베르트의 프로그램으로 꾸며
마지막으로 선보인 작품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8번 G장조. 1악장 주제에서는 좀 더 폭넓은 표현력과 섬세한 감수성을, 2악장은 좀 더 색다르게 해석하고 싶었던 그의 고민을 연신 확인할 수 있던 무대였다. 앞선 두 악장에 비해 소박한 미뉴에트 악장인 3악장과 차분히 마무리되는 론도형식의 4악장은 다소 단조로웠지만, 주제선율이 가지고 있는 심오함의 경지와 슈베르트 후기다운 작품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장장 2시간 동안 무한한 음표 연료를 가지고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을 가득 불태운 피아니스트 레온스카야.

앙코르 역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품 D.946과 즉흥곡 2번, 3번을 내놓은 그는 A부터 Z까지 오직 슈베르트의 음악으로 준비해 청중의 확신을 얻었다. 그녀의 두터운 손가락이 건반 위를 흘러갈 때 끊임없이 뿌려졌던 낭만적 색채는 어느 누구도 표현 못할 독특한 에너지였다.

자유로우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레온스카야가 그 순간 펼쳐 보이고 싶었던 메시지는 결국 ‘자유’가 아니었을까.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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