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양심고백’ 내부고발자가 떠안는 고통...보복②
[기획] ‘양심고백’ 내부고발자가 떠안는 고통...보복②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04.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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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하루 아침에 내부고발자의 ‘양심고백’을 당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는 한 마디로 배신이다. 배신은 응당한 댓가가 따른다. 기업들은 내부고발자를 응징하는 한편 다른 내부고발자가 또 다시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보복을 취하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 ‘양심고백’ 박창진 전 사무장

2014년 12월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 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마카다미아를 뜯지 않고 봉지째 가져온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난동을 부렸다. 이에 박 전 사무장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박 전 사무장에게 욕설을 퍼붓고 더욱 화를 내면서 결국 비행기를 돌려 박 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갑질 피해를 입은 박 전 사무장은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해 땅콩회항 사건의 전모를 폭로했다. 이후 심한 외상 후 신경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1년 반의 휴직을 거쳐 지난해 4월 회사에 복직했다.

복직한 내부폭로자 박 전 사무장에게 대한항공이 내린 조치는 강등이었다.

박 전 사무장은 대한항공에서 21년간 VIP고객을 상대한 라인 팀장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시켰고 박 전 사무장은 이코노미석에서 좌석과 화장실 청소 등 신입 1-3년차 승무원이 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1년 이상 휴직한 박 전 사무장에게 모든 승무원 자격을 갱신하라고 요구했다.

사무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영어는 자신있던 박 전 사무장은 복직 후 5차례나 사무장 직책 수행에 필요한 사내 영어 방송 시험인 방송자격 A를 봤다. 하지만 L과 R 발음의 구분이 안된다는 식의 이유로 매번 떨어졌다.

방송자격 A보다 더 높은 등급의 사내 영어 방송 시험인 영 WT3를 취득했었던 박 전 사무장은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영어 시험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박 전 사무장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부당징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엔진 결함 ‘양심고백’ 김광호 전 부장

현대차의 리콜 관련 업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품질전략팀에서 근무한 김광호 전 부장은 지난 2016년 9월 “현대차가 세타2 엔진, 고압펌프, MDPS 등 32건의 심각한 결함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현대차는 세타 2엔진을 장착한 소나타 등 차량에 대해 미국에서는 리콜을 실시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는 은폐했고 김 전 부장은 이를 먼저 회사 내부에 제보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자 국토부와 언론에 알렸다.

이에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이 회사 기밀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형사고발하는 동시에 해임했다.

김 전 부장이 해임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32건의 제보가 가지는 국민안전에 대한 공익성을 인정해 김 전 부장의 해고를 부당하다고 보고 현대차에 원직 복직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는 권익위의 복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보호조치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후 7개월간의 공방 끝인 지난해 4월, 김 전 부장의 내부고발로 문제가 된 차량의 결함이 인정되면서 차량 리콜이 확정됐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의 복직을 허용했지만 행정소송과 함께 회사 기밀 유출에 대한 형사고발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혀 반쪽짜리 복직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김 전 부장은 회사에 복직했다가 바로 명예퇴직을 한 상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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