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로 위 살인 '음주운전' 이대로 괜찮은가
[기획] 도로 위 살인 '음주운전' 이대로 괜찮은가
  • 조수진, 김소희 기자
  • 승인 2018.06.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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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5월 29일 저녁 7시 50분. 부산 동래구 온천동 미남교차로 인근 도로에서 최모(55)씨가 몰던 1t트럭이 신호 대기 중이던 A(30)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A씨가 차량에서 내렸지만 최모씨는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며 세 차례나 추가로 피해 차량을 들이받았다. 피해자의 차량 조수석에는 A씨의 아내가 타고 있었고 뒷 좌석 카시트에는 만 1,2세의 자녀 두명이 타고 있었다. A씨 아내의 신고로 경찰이 즉각 출동했지만 트럭운전자는 차선을 바꿔 도주했고 다른 차량과 2차 사고를 내고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최모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6%의 만취 상태로 면허 취소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0일 새벽 0시 3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양지 터널안 2차로에서 노모(27)씨가 몰던 벤츠 차량이 역주행으로 운행하다 정상 주행하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택시 뒷자리에 타고 있던 승객 B(38)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택시 운전자 C(54)씨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6,8살 두 아이를 거느린 한 가족의 가장으로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이같은 변을 당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 노모씨는 현재 병원 치료를 받으며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모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76%로 면허 취소 수치다.

#바로 어제 7일 오후 8시 30분. 경기도 여주시 천송동의 한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이모(48)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프라이드 차량을 몰다 동네 주민 A(49)씨와 B(53)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B씨는 중태에 빠진 상황이다. 이씨는 사고 후 현장에 머물러 있다가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경기 여주경찰서는 이모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36%에 해당했다.

◆연이은 음주사고로 국민들 “불안하다”

부산에서 만취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낸 후 피해차량을 연달아 세 차례 더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최근 만취 운전자로 인한 음주 운전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음주운전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하루에만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음주운전 처벌을 더욱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수십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음주운전자는 잠재적인 도로위 살인마다. 제 가족이 피해자가 될까 두렵다”면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호소했고 다른 청원자는 “음주운전은 무조건 가중처벌하는 무관용 원칙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되고 있지만 음주사고 감소 소폭

2011년 정부는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상습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음주 수치 및 위반 획수를 세분화하는 등 형사상 처분을 강화하고 2016년에는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 뿐 아니라 음주를 권하거나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음주운전 방조자’까지 형사 처벌을 하는 등 음주운전 처벌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의 전국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음주사고건수는 2014년 223.552건에서 2016년 220,917건으로 소폭 감소했고 음주사고 사망자수 역시 2014년 4,762명에서 2016년 4,292명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현행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보면 혈중알콜농도 0.05%이상~0.10% 미만인 경우 100일간 면허가 정지되고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0.10%이상~0.20% 미만이면 면허 취소와 동시에 6개월 이상~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상~500만원 이항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0.20%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되고 1년 이상~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음주운전 3회 이상 위반이나 음주측정 거부, 교통사고 3회 이상인 경우도 운전면허 취소의 사유가 되며, 이 경우 1년 이상~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형사상 책임을 묻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2011년도에 세분화되고 강화됐지만 혈중 알코올농도 0.05%라는 음주단속 기준 수치는 1962년에 만들어져 57년동안 변하지 않아 음주단속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올해 음주운전 기준 강화 예정...상습 적발에 대한 조치도 필요해

이에 정부는 2018년 국민안전 3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안으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현행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는 성인 남성 기준 소주 1잔만 마셔도 적발되는 수치다.

또한 택시기사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경우 즉각 자격이 취소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올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차량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 올 9월부터는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음주운전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는 재발이 많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음주사고건수는 줄었지만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음주단속시 총 3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했던 상습 적발자 비율은 2010년 14.6%에서 2016년 19.3%로 증가해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차장은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한 ‘음주운전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차량 시동 전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해 차량시동을 제한하는 시동잠금장치 부착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동잠금장치 부착제는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장치(시동잠금장치) 장착을 의무화해 시동을 걸기 전 음주상태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음주운전 예방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외국에서는 이미 시동잠금장치를 통해 음주운전 사고와 재범률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우리 정부 역시 시동잠금장치 부착제를 2020년 도입할 예정이라 발표했지만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준 강화만큼 중요한 운전자 인식변화 필요

한편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강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인식변화다.

한 잔정도는 마셔도 괜찮다는 음주에 관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개선과 함께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단속에만 걸리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생각, 음주단속에 걸리더라도 벌금내고 일정기간 후 면허재취득을 하면 된다는 운전자들의 생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한 잔의 술도 음주 운전이라는 것을 운전자 스스로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김소희 기자 kimsh88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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