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 임기 2년 남겨두고 침몰 위기
KT 황창규 회장, 임기 2년 남겨두고 침몰 위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06.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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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2014년 취임한 황창규 KT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명의자 논란 등 여러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재임 기간 동안 경영실적 개선 등을 인정받아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경찰이 황 회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위기를 맞았다. 황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사퇴설을 일축했고 KT는 검경 출신의 김앤장 소속 형사사건 변호사들로 맞선다는 방침이지만 연루된 국회의원으로 조사가 확대될 경우 향후 거취가 불안한 상황이다.

▶황 회장 등 KT 전·현직 임원 4명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영장

지난 18일 경찰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창규 회장과 전·현직 임원 등 7명을 입건한 가운데 황 회장과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다시 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11억 5000만원을 횡령했다.

이 가운데 4억 4000만원은 19·20대 국회의원 등 정치인 99명의 후원계좌로 입금했고 나머지 7억은 경조사비, 유흥비, 골프비 등 접대비로 사용됐다.

경찰이 입수한 KT 내부문건에 따르면 황 회장 등은 KT가 추진하는 사업과의 관계도에 따라 국회의원을 여러 등급으로 나눈 뒤 10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액수에 차별을 둬 후원계좌로 입금했다.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은 KT가 추진하는 사업과 주로 관련이 있는 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 등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다.

후원 계좌 입금 과정에서 현행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어 KT는 임직원의 명의로 후원했고 20대 총선이 있던 2016년에는 KT 고위임원 27명의 명의로 나눠 입금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 4월 17일 이와 관련해 경찰에 출석한 황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상품권깡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보고받은 기억도 없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들 중 일부가 KT에 자신의 보좌관이나 지인, 친인척 등을 취직시킨 정황을 발견, 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국회의원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KT는 황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공식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올 1월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양진호 전 김앤장 변호사를 법무담당 상무로 영입했고 3월엔 검찰 수사관 출신 양희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KT에스테이트 감사로 선임하는 경찰 수사에 대한 방어를 적극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 성공했지만 계속되는 구설수에 사퇴압박

황 회장은 2014년 KT에 취임해 첫째도 전문성, 둘째도 전문성, 셋째도 전문성을 강조하며 실력위주의 인사처리로 KT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2017년 연임을 앞두고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명의자 논란, KT직원 사찰 조직 설치 등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렸지만 3년 재임기간 경영실적을 대폭 개선해 위기의 KT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연임 성공과 동시에 꾸준히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KT는 2015~2016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했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요청으로 차은택씨의 측근 이동수씨를 KT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했다. 또한 최순실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TV광고 일감을 줬다.

이에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서 황 회장의 사퇴를 거론했으나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창규 회장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발견되며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황 회장은 “그런 계좌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며 관련 여부를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해 KT민주화연대와 KT CFT 철폐위원회는 황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업무지원단(CFT)를 신설해 직원들을 사찰해 왔다고 주장했다. 직원의 노조가입 여부, 개인문건 정보, 사무실 내외의 CCTV설치 등이다. 하지만 KT는 업무지원단은 그룹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설립된 것이라며 사찰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KT, 포스코 전철 밟을까

한편 황 회장의 거취 문제는 황 회장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당시 정권과의 관계성도 깊다.

국영기업이던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민영기업으로 공식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현직 회장이 불명예퇴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회장이 재취임되는 일이 벌어지며 말만 민영기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민영화 1기 이용경 전 사장은 연임신청 후 자발적으로 사퇴했지만 2, 3기 CEO들은 모두 불명예퇴진했고 4기 황 회장 역시 벼랑 끝에 서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취임한 민영화 2기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 청탁 과정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사퇴했고 2009년 취임한 3기 이석채 전 회장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취임 후 11억원대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사퇴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현직 회장의 비리를 정조준해 현재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변경돼 온 것.

현 황 회장의 경우 박근혜정권 당시 취임, 친박 최경환 의원과 부부 동반 골프 회동을 갖는 등 박근혜 정권과 끈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적폐청산을 선언한 문재인 정권과의 마찰은 예고되어 있었다는 것이 전반적 시각이다.

한편 KT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이 지난 4월 전격 사퇴를 발표하며 다음 차례는 황 회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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