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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우아한 금요일의 울림최인아의 책방콘서트 시즌5
좌로부터 ▲피아니스트 및 음악감독 송영민, ▲바이올리니스트 최재원, ▲비올리스트 차민정, ▲첼리스트 최정은.

6월 15일(금) 8시 최인아책방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 최근 핫한 셀럽 아티스트들이 거쳐감은 물론, 작지만 큰 살롱콘서트의 묘미와 음악감독 송영민의 기획력이 어우러져 점점 인기가 더해가고 책방콘서트를 찾았다. 책방콘서트는 3∼6월의 첫 번째 시즌, 9월∼12월까지 두 번째 시즌으로 진행하며 6번에서 8번의 다양한 컨셉의 무대로 꾸민다. 도대체 어떤 연주를 선보이기에 그렇게 후기가 좋을까? 궁금한 마음에 퇴근 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이번 시즌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지난 6월 15일, 연주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이미 만석으로 꽉 찬 공간과 연주자를 기다리는 청중들의 상기된 표정을 조심히 가로질러 슬금슬금 2층에 착석. 곧이어 책방의 안방마님인 최인아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우아한 금요일의 시작을 알렸다.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녹아드는 책방콘서트. 수만 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과연 어떤 온도로 채워질까.

송영민의 영웅 폴로네이즈, 남성미 물씬

‘내 인생의 음악과 책’을 테마로 2018년 3월 9일에 시작한 책방콘서트는 총 8번의 시리즈로 진행된 최인아책방의 치트키 프로그램이다. 책방콘서트는 청중이 연주자들과 1m 앞에서 음악으로 소통하며, 연주는 물론이거니와 아티스트의 일상, 그들의 ‘인생 책’ 이야기를 통해 연주자의 철학까지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콘서트다. 지난 6월 15일(금)은 마지막 8번째 시리즈인 ‘음악도 닮았나요? 자매 음악가’라는 테마로 책방콘서트의 기획자이자 총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송영민과 바이올리니스트 최재원, 첼리스트 최정은, 그리고 비올리스트 차민정이 함께한 콘서트였다.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숨 가쁘게 달려 온 책방콘서트가 어느덧 이번 시즌 마지막 공연이 되었다”며, “책방콘서트의 주인공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므로 청중분들께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함께한 60여 명의 관객 역시 음악감독 송영민의 인사에 훈훈한 미소로 답했다.

이날 첫 번째 레퍼토리는 바로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 송영민은 폴로네이즈의 핵심 리듬을 짧게 보여주며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영웅 폴로네이즈는 남성적인 색채와 여성적인매력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며 쇼팽의 곡 중 비범함과 웅장함을 골고루 갖춘 작품이기에 접근이 까다롭다. 송영민은 이 폴로네이즈의 첫 음을 소중히 타건하며 반음계적 진행의 긴장감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음악색을 펼쳐나갔다. 쇼팽이 악보에 제시한 아티큘레이션 표지판을 따라, 의도된 그대로 청중을 안내하는 듯했고, 작곡가의 의도를 표현함과 동시에 본인의 루바토를 충분히 담았다.

서로의 시선을 맞추는 토크콘서트의 매력

이어서 바이올리니스트 최재원과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타이스의 명상곡’이 흘러나왔다. 보통 이런 토크콘서트는 곡 해설을 먼저 진행한 후 연주를 선보이는 구조를 띠는데, 최재원은 그 스타일을 뒤집어 연주를 선보인 후 해설을 진행했다.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의사랑 이야기라는 배경을 시작으로 두주인공의 격정적인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한 그는 청중들과 함께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최인아 책방콘서트의 매력은 바로 이렇게 연주 중간마다 아티스트의 생각과 철학이 곁들여진 연주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매이기도 한 최재원과 최정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들은 서울예고 재학 시절 연주 실력으로 유명했지만, 3년이라는 나이 터울로 학교를 같이 못 다닌 점을 아쉬워했다. 이 이야기를 필두로 첼리스트 최정은은 슬럼프를 함께 극복했던 이야기와 학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었던 경험담을 비롯해 짧은 시간 동안 유쾌하고 진솔한 대화를 풀어나갔다. 그들은 음악적 동료로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음악적 동료로 영원히 함께하고 싶음을 내비쳤다. 그렇게 토크가 끝나고 다시 음악이라는 본연에 모두가 집중하는 순간이 왔다.

▲최인아책방콘서트의 매력은 연주 중간마다 아티스트와의 토크를 통해 더욱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흐나니의 세레나데는 행진곡, 로만짜, 스케르초, 주제와 변주, 론도로 구성되어있는 5악장의 작품인데, 이날은 1, 4, 5악장만 연주했다. 세 명의 현악기연주자는 1악장이 가진 행진곡풍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며, 특히 첼리스트 최정은의 베이스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연주를 조금씩 견고하게 쌓아 올렸다. 이 연주에서는 비올리스트 차민정의 트릴 음형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아티큘레이션이 돋보였으며, 첼로 구성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멜로디 중심을 잡아가는 연주자들의 연주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5악장 역시 론도 주제로 시작하여 반복적인 리듬 모티브를 통해 서로의 선율을 존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문학과 음악의 수다, 아름다운 공간의 울림

최인아 대표가 이야기한 우아한 금요일 저녁처럼, 이들이 네 번째로 선보인 슈베르트 스트링 트리오는 전형적인 로맨틱 스타일을 노출했다. 트리오는 음악적 특성상 누가 어떻게 리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날 필자가 느낀 바로는 그들은 첼로의 무게중심을 둠으로써 더욱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주제 선율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거침없는 표현과 소박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바이올리니스트 최재원, 견고한 베이스를 통해 무게중심의 구조적 단아함을 보여주는 첼리스트 최정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영역의 틈에서 프레이징을 깔끔하게 처리한 비올리스트 차민정까지... 세 연주자는 ‘3’이라는 숫자가 주는 균형감과 매력의 꼭지점을 정확히 매칭시켰다.

▲네명의 연주자가 파워풀하고 격정적인 브람스 피아노4중주 1번 4악장은 연주하고 있다.

책방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곡은 바로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 4악장.
네 연주자의 기상과 음악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며, 동시에 피아니스트의 테크닉과 현악 연주자들의 파워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곡으로 이미 클래식 매니아 사이에선 고정 레퍼토리로 늘 물 위에 오르는 작품이다. 이 곡에서 네 연주자의 손끝과 호흡은 치밀하면서도 정교했고, 빠른 템포로 시작해 절정을 향해 속도를 올리며 누구의 선율이 튀지도, 묻히지도 않게 합을 맞췄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주제 선율은 현악 연주자들의 비브라토와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다양한 화성들로 어우러지면서 애절하면서도 확신에 찬 듯한 멜로디를 과감하게 내뿜었다.

▲연주가 끝나고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최인아 대표

포근한 책 냄새와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가 느껴졌던 최인아 책방에서는 이렇게 네 연주자의 열정이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확실히 음악과 책이 함께 어우러지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한 기운을 얻는다. 이날 네 연주자의 손끝에서 담대히 뿜어져 나왔던 선율과, 그들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작가들의 손에서 써 내려간 수많은 문장들이 담긴 책에 둘러싸여 발산되었던 에너지. 이 두 시간은 분명 나를 포함한 그 공간에 함께 있던 청중들의 행복 수치를 높여준 우아한 금요일의 선물이었다.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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