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영화 속으로 걸어간다
미지의 영화 속으로 걸어간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18.07.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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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영화제 제공

충청북도 제천시. 제천이 나에게 아주 특별한 도시가 된 것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더위가 시작된 7월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제천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국내 최초로 국제음악영화제를 개최한다는 기자회견 소식이었다. 기자 회견은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서 있었다.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엄태영 제천시장과 제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배혜화 집행위원장(현 전주대학 영화방송학과 교수) 그리고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하여 영화제를 브리핑했었다. 믿기지 않는 프로그램에 귀가 열렸고 아니 정말 가능해? 정말 호반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음악이 연주된다고? 호기심과 반신반의 기대감으로 제천을 갔었다. 영화제가 아니었다면 나에게 그저 지도 속에만 존재 했을지도 모를 도시 제천. 그 이후 해마다 8월이 되면 나는 배낭을 둘러메고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만나러 제천을 간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허진호 집행위원장)는 그동안 <원스>, <서칭 포 슈가맨>, <치코와 리타>, <프랭크>, <에이미>, <하늘의 황금마차> 등 국내외의 다양한 음악영화를 상영하며 국내 음악영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오는 8월 9일 개막하는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총 38개국 117편(중·장편 51편, 단편 66편)의 음악영화가 상영된다. 영화뿐만 아니라 김연우, 혁오, 자이언티, 윤수일을 비롯하여 40여 팀의 뮤지션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명실 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영화제로 성장한 영화제. 특별히 올해는 배우 박해일, 윤제문, 수애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청풍호반 무대에서 ‘원 썸머 나잇’을 진행한다. 의림지무대에서 열리는 의림 썸머 나잇, 신선한 신인뮤지션들의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심야 프로그램인 쿨나이트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만의 특성을 담아낸 제천 라이브 초이스 등등 여느 영화제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음악과 영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막작으로는 데이비드 하인즈 감독의 <아메리칸 포크>가 상영된다. <아메리칸 포크>는 2001년 911테러의 충격 속에서 두 주인공이 미14개 주를 여행하며 911테러의 어려운 시기를 포크음악으로 치유하는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다.

 

 

2005년. 극장이라고는 단 한 곳의 복합상영관 밖에 없는 도시에서 시작된 국제음악영화제. 연세 지긋한 지역의 자원 봉사자들이 연실 땀을 흘리며 옥수수를 쪄서 일일이 관객들에게 나눠주던 그 후덕한 인심으로 시작된 지역의 축제, ‘한여름 밤의 꿈’처럼 청풍 호반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타고 무성영화가 흘렀고,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배경으로 재즈 연주가 감미롭게 마음을 적시던 순간들, 그 때의 20대 관객은 이제 아이 손을 붙잡고 제천을 찾는다.

제천 TTC영화관(2005년)

10여 년을 넘기며 영화제 주 상영관이었던 노란 건물의 TTC영화관은 메가박스로 바뀌었고, 극장 앞 ‘빨간오뎅’집은 영화제만큼이나 제천의 명소가 됐다. 올해 최악의 폭염으로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영화제를 기다리는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즐겁다. 영화제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제천의 한여름을 설레게 기다린다. 나는 미지의 영화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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