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어디까지 추락할까…전례 없는 ‘하극상’
軍, 어디까지 추락할까…전례 없는 ‘하극상’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8.08.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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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박수치며 환호?

[한국뉴스투데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기무사의)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이 7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거짓말, 폭로, 재반박을 통한 전례 없는 하극상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달 26일에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의혹에 관한 수사를 진행할 합동수사단이 꾸려졌다.

◆文대통령 “軍 계엄 문건 모두 제출” 공개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간 주고받은 모든 문서와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의 실행 의도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파악하겠다는 의지와, 문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을 지체해버린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오고 간 문건을 제출해야 할 기관은 ‘계염령 문건’에 나와 있는 기관들로 국방부, 기무사,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사령부 등과 그 예하 부대”라고 특정했다.

문 대통령이 특별수사단의 수사 착수와 별개로 직접 문건 제출을 요구한 것은 해당 문건이 단순 문서인지 실행 목적이 있는 계획적 문건인지를 판단하겠는 뜻이다. 또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송 장관은 문 대통령의 지시 직후 ‘계엄령 문건’에 등장하는 부대 지휘관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송 장관은 “각 부대 지휘관들에게 2017년 당시 계엄령 관련 준비, 대기, 출동 명령 등 모든 문건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최단시간 내에 제출할 것을 단호히 명령한다”고 말했다.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국방부 대처 의문투성이, 청와대도 미흡한 대응

기무사 계엄 문건은 지난 2017년 2월 18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에 계엄 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월 3일에는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기무사 문건을 작성해 한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 문건은 기무사가 보관했다.

그러다 올해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기무사 계엄검토 문건’을 보고했다. 3월 중순에는 송 장관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회동해 “탄핵심판 무렵 병력동원 검토 문건 있다”며 문의를 했고, 이에 최 원장은 일반론 수준의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4월 30일에는 국방부, 청와대 참모진과 기무사 개혁방안을 논의하던 중 “계엄을 검토한 문건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무사 문건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파장이 생겨났고, 송 장관은 이 기무사령관에게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개월 동안 쉬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6월 28일에는 국방부 정책실장이 청와대 정책실과 안보실 등에 문건 관련 보고를 하고, 7월 5일에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6월말 정식 보고를 한 뒤에도 안이한 판단을 했다며 청와대 대응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7월 10일에는 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특별 지시했고, 11일에는 송 장관이 독립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법무실장(대령)을 임명했다.

◆국회 공개석상서 ‘하극상’…기무사 “宋이 문건 잘못 없다고 해” VS 송 장관 “거짓말”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이 기무사의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송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국방부 수장과 기무사 간부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계엄 문건 최초 보고 과정을 두고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진술도 엇갈렸다. 이 사령관은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설명했다. 장관도 위중한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등이 송 장관에게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문건이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고 대응했다.

이날 회의에서 계엄 문건 논란을 둘러싸고 송 장관과 기무사의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軍 하극상에 침묵하는 靑…기무사 주장에 무게 두는 것으로 보여

청와대는 계엄 문건을 두고 송 장관과 이 기무사령관의 서로 책임을 전가한 하극상에도 말이 없었다.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 명령을 하달했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청와대에선 그동안 송 장관과 이 기무사령관 간의 진실 공방을 두고 기무사 측의 주장에 더 무게를 두는 듯했다. 이는 “송 장관이 청와대에 재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일부 참모진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송 장관은 “4월 30일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여한 회의 때 ‘기무사 문건’을 언급했고 6월 말에는 문건까지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4월에는 송 장관이 문건에 대해 지나가듯 언급했고, 6월 말에는 병력 배치 등이 빠진 요약본이었다”며 대응했다.

◆“기무사 요원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박수치며 환호”…軍인권센터의 폭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기무사가 국군 장병을 사찰하는 행위를 소위 ‘관리’라고 일컫는데, 이 중 특이 첩보를 입수한 경우 불법 사찰인 ‘중점 관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센터는 또 “제보에 따르면 중점 관리의 경우에도 횡령, 비리 등의 불법사항이 아니라 대부분 불륜 등 사생활 영역을 감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요원의 ‘이념 편향’도 심각하다고 제기했다. 센터가 받은 제보에 의하면 2012년 당시 기무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노무현 자서전’을 갖고 있다 교관이 ‘이러한 불온서적을 읽어도 괜찮은가’라고 추궁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속보를 본 기무사 요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한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군인권센터의 폭로와 국방부 내전(內戰) 속에서 군의 위계질서와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군이 극도의 내부 분열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3건의 장성급 성범죄가 발생한 데 이어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군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여야는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합동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국회청문회를 열기로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imsh88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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