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탈세 혐의’ 검찰 소환 내막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탈세 혐의’ 검찰 소환 내막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08.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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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LG그룹의 수백억 원대 세금 포탈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4대 기업 중 유일한 오너리스크 제로 기업인 LG그룹이 세금 포탈로 본사 압수수색을 받은 것도 모자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승계를 돕는 작업이라 보고 있어 더욱 뒤숭숭한 모양새다.

▶구본능 회장 탈세 혐의로 피의자 소환 조사받아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LG그룹의 수백억 원대의 세금 포탈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구본능 회장은 2015년 KBO 총재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던 LG家의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했지만 이번에 세금 포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그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본능 회장은 지난 해 LG상사 지분을 LG그룹에 매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는 회사 주식을 매도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대주주의 경우 20%의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하고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에는 30%의 세율이 세금으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구본능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구광모 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구광모 회장의 지분을 늘려준 혐의에 주목하고 있다.

▶LG家의 수상한 주식 매도...승계 작업 밑거름?

구본능 회장은 지난 2014년 12월 자신이 보유한 LG 지분 5.13% 가운데 1.1%(190만주)를 친아들 구광모 회장에게 무상 증여했다.

이에 LG 지분은 故 구본무 회장이 11.28%, 구본준 부회장 7.72%, 구광모 회장 6.24%로 달라졌고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회장(3.45%)를 제치고 LG 3대주주로 올라섰다.

승계 작업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구본능 회장은 2015년에도 LG 지분 0.58%를 추가 매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LG상사 지분 1.7%(64만주)를 LG에 매도했다.

또한 구본능 회장은 지난해 9월 희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희성금속의 보유 지분 28%(17만주)를 모두 삼보이엔씨에 넘겼다. 경영전선에서는 애초 2013년 물러섰지만 지분을 모두 정리하며 경영총괄을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에 위임했다.

이어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세 자녀 구연승, 구연진, 구웅모씨 역시 LG 보유지분 0.51%(89만주)를 장내 매도했고 LG상사 주식 0.99%(38만주) 역시 장내 처분했다.

구본능 회장을 비롯한 LG 총수일가의 계속적인 지분 이동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구본능 회장은 동생인 구본식 부회장과 희성그룹을 양분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희성그룹 후계자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구본무 회장에게 아들을 내어주며 아들이 없는 구본능 회장이 구본식 부회장의 아들 구웅모 씨를 희성그룹 후계자로 구도를 잡는 동시에 올 6월 신임회장으로 오른 구광모 회장의 그룹 내 탄탄한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LG家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가장 핵심인물인 구본능 회장이 총대를 매고 그룹의 전반적인 교통정리에 나선 모양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LG그룹에 조사4국을 보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올 4월 LG 사주 일가 10여 명을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5월 9일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마침 이날은 그룹 신입사원 면접날과 겹쳐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이후 5월 20일 고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며 잠시 주춤했던 수사는 7월에 들어서며 국세청 조사1국에서 LG본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며 다시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검찰이 구광모 회장의 승계 과정부터 다시 들여다볼 경우 LG그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고 LG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마저 불똥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LG家..선행이미지에서 탈세이미지로 바뀌나

LG그룹은 국내 재계4위 그룹임에도 오너리스크에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각종 선행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고 LG그룹은 현재까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LG의인상’을 만들어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는 평범한 의인들을 격려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LG사주 일가가 세금 포탈 혐의로 고발되는 동시에 구본능 회장이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되며 LG그룹 이미지에 크나큰 불명예를 입었다.

또한 신임 구광모 회장은 선친 소유 지분 확보를 위해 내야하는 수백억의 상속세와 함께 총수 일가의 세금포탈 혐의 등으로 그룹에 타격을 주는 리스크를 떠안았다.

한편 이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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