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반려동물…“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8.09.13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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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유기묘 이용한 입양 시스템 활발

“예쁜 꼬물이를 데려가세요”
“품종견‧품종묘 싸게 팝니다”
“버려진 아기고양이 분양합니다”

굵직한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나 반려동물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온라인상에 마음 아픈 반려동물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올라오면 곧 댓글에 지역정보가 달린다. 사람들은 본인과 맞는 지역, 마음에 드는 생김새, 가슴을 울리는 사연을 고르고 골라서 가족으로 맞아들인다. 이제는 당연해진 수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데려오길 원하는 사람들은 동물보소호에 직접 방문, 동물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입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기심에 쫓겨나는 반려동물
“이 강아지는 동네 슈퍼 앞에 묶여 있는 걸 몇 번 봤어요. 그런데 슈퍼가 이사 가면서 주인이 강아지를 버리고 갔어요. 이삿짐을 싣고 떠나는 차를 바라보고 있던 강아지가 불쌍해요. 입양하실 분을 찾아요”

“18개월 된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다고 하기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아 왔는데 우리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었네요. 매일 기침하고 피부도 부어오르고 엄마로서 보기가 너무 괴로워요. 어디 고양이 데려가실 분 안 계신가요?”

반려동물을 아낀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달려가 설교를 퍼붓고 싶어지는 사연들이다.

외로움에, 귀여움에 못 이겨, 불쌍해서 사오는 반려동물.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병원비에, 커가며 귀여움이 사라져서, 시끄럽게 짖어댄다는 이유로 버려지기 일쑤인 반려동물. 결국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상처받은 채 운이 좋으면 보호소로, 운이 나쁘면 길거리로 쫓겨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을 사기 쉬워진 환경이 동물을 유기할 확률을 더 높인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유기를 부르는 시장
반려동물은 대형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손쉽게 분양받을 수 있다. 사실 분양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질 만큼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데려올 수 있게 되어버렸다. 국내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처럼 반려동물을 사기 쉬워진 환경이 동물을 유기할 확률을 더 높인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반려동물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장도 문제다.

때문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유기되거나 학대당한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방법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데려오길 원하는 사람들이 동물보소호에 직접 가 동물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입양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입양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입양자가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 전문가의 판단을 거칠 수 있고, 이렇게 얻은 반려동물이 사랑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호소에 따라 상세한 입양조건과 절차는 조금씩 다르지만 목적은 결국 입양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입양된 유기동물이 다시 버려지거나 학대에 노출되는 일을 막는 것이다.

현재 동물보호연대에서 지키고 있는 입양자 선정 제외 기준을 보면 ▲외국으로 입양을 원하거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예외 있음), ▲공장과 회사, 농장, 식당 등 반려의 목적이 아닌 곳, ▲3마리 이상의 동물을 동시에 입양하려는 경우, ▲6~7마리 이상 한꺼번에 키웠거나 현재 키우고 있는 경우, ▲3세 미만의 자녀가 2명 이상이거나 초등학생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최근 1년 안에 3마리 이상의 동물을 키우다가 중간에 포기한 경우, ▲가족 구성원 중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와 미성년자의 입양 신청일 경우, ▲본인과 가족 구성원 중 알레르기나 우울증 등의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다.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상처받은 채 보호소로, 길거리로 쫓겨난다.

보호소 열 마리 중 두 마리 입양
또 입양을 원할 경우 먼저 입양신청 게시판에서 원하는 반려동물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 담당자가 검토한 뒤 1차로 선정된 신청자에게 2차 전화상담을 한다. 이후 전화상담으로 반려동물복지센터 방문이 확정되고 3차 면담을 통해 입양이 결정되면 입양동물을 데려갈 날짜와 시간을 협의한다. 마지막으로 센터에서 입양가정에 방문해 입양동물을 인계하는 것으로 입양이 완료되는데, 가정방문 후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입양이 취소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까지 입양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반려동물이 평생을 함께할 가족인 만큼 쉽게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이기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보호단체나 사설보호소 입양 확률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는 없으나, 2013년 농식품부의 조사에 의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연 27~28%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2013년 미국에서 1년에 600만에서 80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로 유입되었는데 이 중 절반가량 입양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까다롭다고 평가하는 입양절차도 미국에 비하면 간소한 편이다. 미국은 입양 시 신청서와 신분증, 현주소를 증명하는 우편물을 제출하고, 직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기관에서 직장 관계자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입양자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두 명의 추천인에게 증언을 받아야 하는데, 서류나 전화통화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사정이 생겨 양육을 포기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단체로 연락하겠다는 등의 몇 가지 조항이 명시된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입양이 완료된다.

▲보호소 입양의 경우, 반려동물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평생 함께할 결심만 되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분양이 아닌 건강한 입양을
우리는 흔히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분양 받는다”고 말한다. ‘분양’에는 반려동물을 돈을 주고 구매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강이지 팝니다’가 아닌 ‘강아지 분양합니다’라는 문구가 더 편안한 이유는 아마도 살아 있는 생명을 물건처럼 돈을 지불하고 “샀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일 수 있다.

입양이 활성화된 최근에야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더럽고 열악한 보호소에서 병이나 장애가 있는 동물을 평생 수발하는 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선입견은 쓰레기장 같은 번식장에서 수십, 수백 마리씩 새끼를 빼 판매하는 동물 생산업을 지속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분양’을 앞세운 펫숍에서 판매하는 동물 가운데는 번식장에서 건강하지 못한 어미에게 태어나, 젖도 떼기 전에 옮겨져 쉽게 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분양이 아닌 보호소 입양도 반려동물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평생 함께할 결심만 되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건강하고 깨끗한 보호를 받으며 당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다. 반려동물을 찾고 있다면 인터넷이나 대형 마트의 팻숍이 아닌 가까운 보호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희 기자 ca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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