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뜨거운 논란 ‘탄력근로제’ 노동계 강력 반발
[기획] 뜨거운 논란 ‘탄력근로제’ 노동계 강력 반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11.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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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골자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표된지 9개월만에 탄력적 근로제 기간 확대를 두고 정부·여야4당과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4당은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이유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입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보다 열악해지는 조치라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입법화 중단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두고 정부,여야4당과 노동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탄력근로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국가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로 자리잡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 등을 주요 노동 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현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며 국회는 지난 2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 전 근로기준법은 1주일을 5일로 보고 하루 8시간 근무에 연장 12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 뒤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의 휴일근무가 더해져 1주당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하지만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1주일을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7일로 보고 토, 일 근무시간을 제외한 52시간을 1주 최대 근로시간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로자의 소득 감소와 기업의 경영 부담 등을 고려해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탄력근로제란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제도로 근로시간을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일이 바쁜 기간에는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하는 등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해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예를 들어 2주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업무가 몰리는 첫 주에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든 다음주에는 46시간 일해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유지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취업규칙에 따라 탄력근로제 기간을 최소 ‘2주이내’ 나 최대 ‘3개월 이내’로 허용하고 있다. 즉 최대 3개월 평균 주 52시간을 충족하면 법정 기준 근로시간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은 부득이하다면서도 탄력근로제 기간이 최대 3개월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 수준인 최소 6개월, 최대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확대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에서 예외적으로 적용되던 사항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보다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조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이같은 탄력근로제의 기간을 두고 기업측과 노동계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청와대와 여야 4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해 탄력기간제 단위기간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정부, 여야4당’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앞서 지난 10월 24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요 업종의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재갑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업종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장의 애로와 요구를 기탄없이 전달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간담회에 참석한 조욱성 대우조성해양 부사장은 “해상 시운전 시(통상 2주, 최대 3개월) 노동시간 준수 및 인력운용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양환 부영주택 대표는 “주 52시간 시행 전 착공현장의 경우 공기지연 등의 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발주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집중근로 수요 및 해외 건설현장 근로의 경우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류열 에스오일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 역시 “매 3개월 마다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한 노사 합의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대 정비 보수 및 비상가동정지 발생 시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업계도 수출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대량 주문시 집중근로가 필요하고 특히 개발 품질관리 서비스 판매부서는 해외 바이어와의 업무 대응을 위한 유연근무 필요성을 강조하며 내수기업도 온라인 주문에 대한 납기일 준수 등의 대응이 어렵고 계절산업의 경우 특정기간 집중 근로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또한 ICT(정보통신기술)업계도 SW개발 및 제품출시 전 장기간 집중근로가 불가피하고 장애발생 시 대응에 애로가 있음을 밝혔고 보건업계도 간호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특례가 적용된 병원의 경우 응급 또는 장시간 수술 상황 시 11시간 휴식시간 적용에 애로를 호소했다.

정부와 여야4당은 탄력근무제 기간 확대 입법화에 합의했다.(사진:청와대)

이처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와 여야는 경제 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 한다”고 밝혔고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은 22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관련 논의를 요청했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사노위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논의하지 않을 경우 연내 법안처리를 위한 구체적 실천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민주노총 등 노동계’ 강력하게 반발

이같은 정부와 여야 4당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적용을 두고 노동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여야4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전쟁 치르듯 해치우려 하고 있다”며 “주당 52시간 단축은 3단계에 걸쳐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논의하면서 기업의 민원은 전광석화처럼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에 따라 2주, 노사간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허용되며 연장근로를 포함하면 6주 연속 64시간 노동이 가능함으로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면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라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참여연대·청년유니온·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시만단체들도 같은 날 ‘정부와 국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입법화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는 오직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조치”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확대하면 사용자측은 고용창출 압박에서도 벗어나고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를 통해 인건비가 감축되어 노동자의 소득은 낮아지고 사용자측의 이들이 커져 불평등만 심화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도입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조치를 무효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입법화 추진 저지에 적극 나섰다.(사진:민주노총)

한편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강력하게 반발하며 21일 오후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 확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보다는 일간, 주간, 월간, 연간 노동시간 규제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탄력근로 확대 저지를 넘어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줄이고 노동시간 선택권과 권리 확대,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날 총파업 투쟁 이후 노사정 TV공개토론, 대국민 여론조사 실시, 각 산업 업종별 장시간 노동 실태와 탄력근로제 도입시 발생하는 피해 사례 현장 릴레이 증언대회 등 연속적으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저지를 위해 총력적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라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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