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 막말에 TV조선 대표직 내놓은 방정오 대표
초등학생 자녀 막말에 TV조선 대표직 내놓은 방정오 대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11.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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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사진:TV조선)

[한국뉴스투데이] 운전기사에게 막말을 퍼부어 갑질을 넘어선 계급질 논란에 휩싸인 조선일보 손녀가 연일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방정오 TV조선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며 TV조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사퇴로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는 비난만 받고 있다. 그러면서 개인 운전기사의 월급이 회사측에서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 전무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제기돼 조선일보 전체로 문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조선일보 손녀이자 방정오 전 대표의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운전기사 김모씨(57)에게 퍼부은 막말 녹취록을 공개해 충격을 줬다.

김모씨는 지난 7월 말부터 방정오 전 대표의 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자녀 두 명의 등하교와 사모 수행을 맡았다. 오전 7시 반 출근해 아이 둘을 등하교 시키고 국영수 과외 시간, 발레, 성악, 수영, 싱크로나이즈, 주짓수, 테니스 등 학원 이동을 돕는 동시에 아이들이 학교를 간 시간에는 구두 닦기, 마트 장보기, 세탁소, 은행 등 사모의 잔심부름을 했다.

지난 16일 방정오 전 대표의 딸 막말이 녹취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장면

김씨는 자신을 운전기사가 아닌 머슴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잔심부름은 참을만 했지만 초등학교 아이가 운전하는 자신에게 소리지르고 때리고 핸들까지 손을 대는 등 사고 위험이 높아지자 아이와의 대화를 녹음했다.

공개된 녹취록은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운전기사의 귀에 소리를 지르고 “또 소리 질러 줄까? 어? 또 소리 질러줘?”, “이제 아저씨랑 생활 안 할래. 내려줘. 당장 내려줘", "진짜 엄마한테 얘기해야 되겠다. 아저씨 진짜 해고될래요?"라며 운전을 방해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이날 방송에서 미처 공개하지 못했던 나머지 30분 가량의 녹취에는 “아저씨는 장애인이야, 팔, 다리, 얼굴, 특히 입하고 귀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내가 왜 앉아야 돼? 내 차야, 아저씨 차 아니야”, “아저씨 부모님이 아저씨 잘못 가르쳤다, 어?”, “아저씨 죽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 등 반말은 기본이고 아이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김씨는 아이의 폭언과 운전을 방해하는 행동이 도를 지나치자 녹음했던 파일 중 하나를 방 전 대표 측근에 전했고 다음 날 방 전 대표의 아내 이씨는 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 사과하며 잘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를 내려주고 집에 돌아오자 이씨는 태도를 바꿔 녹음파일 삭제와 동시에 운전 중 과실로 파손된 차를 수리하라고 윽박질렀다.

이후 김씨는 방 전 대표가 등기이사로 있는 디지틀조선일보 인사기획팀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26일 해고 처리됐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방정오 대표 가족의 갑질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의 청원이 7천명을 넘어섰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17일 인터넷 검색창에는 ‘조선일보 손녀’가 검색어 1위로 오르며 초등아이의 갑질은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TV조선 방정오 대표 가족의 갑질 문제 진상규명을 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등장했고 현재 이 청원글의 청원 참여는 7천명을 넘어섰다. 또한 ‘조선일보 손녀와 그 부모의 대국민 사과 요구’, ‘조선일보 손녀에게 폭행당한 기사님을 도와주세요’ 등의 관련 청원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MBC 기자는 한 방송에서 “미처 방송에서 공개하지 못한 부분의 녹취록을 들어보면 이 사건은 갑질을 넘어선 계급질”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모았다.

녹취록 보도가 나가자 김씨를 해고한 디지특조선일보 측은 “차량 청결 유리 관리 및 근무 태도가 미흡했기 때문에 김씨를 해고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운전기사 김씨가 방 대표와 가족들을 협박하려는 동기로 대화를 불법 녹음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과 국민적 공분으로 문제가 확대되자 방 전 대표는 TV조선 홍보실 보도자료를 통해 “제 자식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라며 “운전 기사분께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데 대해 다시 사과 드립니다. 저는 책임을 통감하며 TV조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고 공식 사과하는 동시에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현재 TV조선 홈페이지 CEO소개는 매체 소개 설명으로 대체됐다.(사진:TV조선 홈페이지)

방 전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조선일보 손녀 갑질’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운전기사 김씨의 월급을 디지틀조선일보가 지급한 것이 밝혀지며 방 전 대표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방 전 대표는 디지틀조선일보의 지분 7.09%를 소유하고 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채용정보 사이트에 월 270만원 급여에 자녀 2명의 등하교, 사모 수행, 차량 2대 관리 등을 조건으로 운전기사를 모집했고 채용된 기사들은 개인 운전기사로 일했지만 월급은 회사에서 지급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횡령이나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긴 조선일보 방정오 자녀의 폭언파일로 알려진 방씨 일가의 갑질행태가 방정오 대표의 사퇴로 묻히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자녀의 가정교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핵심이 아니라 언론사주가 언론사를 사유화 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갑질 행태에 더해 각종 횡령과 배임이 자행되었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진 일가의 수 백억원대의 각종 횡령과 배임역시 땅콩회항으로 촉발된 바 있다”면서 “수사기관은 무너진 정의와 타락한 기업윤리를 되세우기 위해서라도 조선일보 사주일가에 대한 횡령 및 배임혐의 등 형사적 범죄사실에 대해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양호 대한항공의 회장의 경우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자녀들의 연이은 갑질로 공분을 사기 시작해 집사, 묘지기 등 개인 수행 비서들의 월급을 계열사에서 지급해 약 20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현재 배임 및 횡령죄로 재판을 받고 있어 방 전 대표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가 확대될 경우 조선일보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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