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기형적 행보...남혐·여혐의 확산
페미니즘의 기형적 행보...남혐·여혐의 확산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8.11.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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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과제

[한국뉴스투데이] 역사적으로 남성이 사회활동과 정치참여를 주도해오면서 억압된 여성의 사회적·정치적 참여를 끌어내자는 이론을 담은 페미니즘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강남역, 혜화역, 이수역 사건에서 여성주의, 남성주의로 변질됐고 이는 곧 남성혐오, 여성혐오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페미니즘의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판매부수가 100만부를 넘어 9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탄생했고 페미니즘 관련 도서 판매량 또한 작년 대비 98.9%증가하는 등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 성평등에 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과거 페미니즘 성과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과거부터 여성대학교 설립, 여성부(現 여성가족부) 설립,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등 여성 사회진출을 저해 하던 요소들을 제도·행정적으로 해결해 왔다.

그 중 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성과로 ‘여성할당제’를 꼽는다. 200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정당이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비례대표의 최소 50%를 여성으로 공천하고 후보자명부 순위 매 홀수에는 여성이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제공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가 ‘성 평등 공약’을 발표하며 남긴 말이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페미니즘을 주요 화두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의석수 47석 기준 최소 24석은 여성에게 강제 할당됐고 실제 25명의 여성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이처럼 여성할당제는 시대에 맞춰가는 제도이지만 여느 제도와 마찬가지로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으며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역차별’을 들 수 있다.

강제적으로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이 오히려 평등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과 성평등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의 성장통일 뿐 이라는 주장이 충돌했지만 제도 취지에는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여성할당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페미니즘 기형적 행보

항상 논란은 있었지만 페미니즘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면 그 행보가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는 여성혐오, 남성혐오의 확산이다. 혐오 관련 사건 3건을 임의로 선정한 결과 서울지하철 역사인 이수역, 강남역, 혜화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을 확인했다.

강남, 혜화, 이수역

가장 최근 화제가 된 이수역 폭행사건 부터 재작년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강남역 살인사건,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이 발단이 된 혜화역 여성단체 시위 까지 이 3개 사건의 공통점은 일반범죄사건을 페미니즘 프레임으로 바라 본 것에 있다.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피해여성에 대한 추모열기로 이어졌지만 묻지마 살인범죄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sns를 중심으로 ‘여자라서 죽었다’,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라는 표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 표어를 두고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다’와 ‘모든 남성을 범죄자 취급하지 마라’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 남녀 사이의 성대결이 발생했다.

이미 강남역 추모현장은 피해자에 대한 추모도,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화합의 장도 아니었다.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 단순 성대결을 넘어 여성혐오, 남성혐오가 확산되는 논란의 장소가 됐다.

기존 온라인, sns상에서나 퍼져있던 각종 혐오 발언들이 여과 없이 강남역에서 들려왔고 노골적으로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활동 또한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극우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일베)의 화환 사건이 대표적이다. 강남역에 배달된 화환에는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 라는 문구로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페미니즘적 표어를 조롱한 것이다.

강남역이 성대결의 시작을 알렸다면 혜화역은 페미니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된 장소다. 사건의 발단은 홍익대학교에서 일어난 누드모델 몰카사건 이며 1차 시위가 일어난 장소는 혜화역이다.

시위의 주체인 ‘불편한 용기’는 경찰이 ‘여성이 피해자라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지만 남성이 피해자라면 수사가 빠르게 진행된다’라며 홍대 몰카사건 수사가 ‘편파수사’라고 주장했다.

몰카사건 용의자가 커뮤니티 ‘워마드’의 회원이고 몰카사진이 이 사이트를 통해 유포된 것이 확인됐다.

몰카사건 이후 대통령 나체합성사진을 유포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가 이어져 페미니즘보다는 남성혐오집단에 가깝다. 문제는 이렇다 할 페미니즘 집단이 없는 상황에서 워마드가 페미니즘 지위를 획득했다는 점에 있다.

워마드와는 별개로 혜화역 시위의 주체인 페미니즘 집단 ‘불편한용기’는 여성인권을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시위 과정에서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자살해), 자이루 (남성혐오단어), 경찰도 한남충(한국남성+벌레) 등의 혐오발언이 여과 없이 울려 퍼졌다.

당초 불편한용기의 시위 명분은 편파수사 규탄이었지만 워마드와 같은 남성혐오 집단이 만들어낸 혐오표현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성대결을 부추김은 물론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최근 페미니즘 관련 이슈중 가장 주목받은 일은 이수역 사건이다. 아직 수사가 종결되기 전임에도 언론을 통해 하나씩 공개되는 정보에 여론이 몰리며 이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된 연예인, 정치인 또한 한둘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강남역, 혜화역 사건과 같은 운동이 최소한 페미니즘을 공론화 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페미니즘운동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시사했다. 단순 폭행사건을 두고 쌍방폭행으로 입건된 여성을 옹호하면 페미니스트, 남성을 옹호하면 안티 페미니스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감정적인 성대결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두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신지예와 래퍼 산이가 각각 폭행사건에 입건된 여성, 남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과거에는 워마드 성체 훼손사건을 두고 가수지망생 한서희, 배우 유아인이 설전을 벌였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단적인 논쟁을 언급했지만 최근 어떠한 사건을 보더라도 남성을 옹호하는 건 남성, 여성을 옹호하는 건 여성인 것이 일반적이다.

혜화역 시위를 주도한 ‘불편한 용기’가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외치면서도 커뮤니티 가입조건이 ‘여성’이며 시위 현장보도 또한 남성취재진을 접근을 제한했다.

■ 페미니즘의 방향성

성공한 사회운동은 대중의 공감을 얻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앞선 사례들은 페미니즘의 원래 방향에서 벗어나 여성주의, 남성주의로 이분법으로 나눠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수전 팔루디(사진:교보문고 제공)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성평등의 가치가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페미니즘의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 또한 성대결과 같은 감정 섞인 소모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10월 미국의 대표 페미니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수전 팔루디(Susan Faludi)는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 같은 ‘혐오‘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남녀 간 상호이해만이 화합을 이끌 수 있다”라고 꼬집어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에 ’혐오와의 분리’라는 과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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