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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30년이 흘러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대학생 10명중 8명, 법보다 ‘돈‘
사진제공- 대법원

[한국뉴스투데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상징하는 대법원의 중앙홀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 ‘디케‘를 모티브로 법의 공정함과 엄중함을 상징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각 사법부에 이를 조형물로 채택하고 있다. ‘디케‘는 실존인물이 아니며 ‘정의‘라는 핵심만 표현하면 되기 때문에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 정의의 여신은 ’한복‘을 입고 있다.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故노희찬 의원은 과거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정의의 여신상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정의의 여신상과 다른 국가들의 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신상은 ‘한복‘을 입은 것 등 한국문화를 적용한 것 이외의 여신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왼손에 든 검‘ 대신 ’법전‘을 들고, ’눈가리개’를 하지 않은 모습이다.

노 의원은 ‘눈가리개‘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피고가 누구인지 보지 않고 판결하겠다는 상징인데 이를 제거한 우리나라의 정의의 여신은 재판에 있어 “니 누꼬?, 청와대에서는 뭐라카드노”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대학생들의 법의식

지난 4월 법률소비자연맹 에서는 ‘법의 날’을 맞아 3,656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법의식’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사회에서는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세다’라는 질문에 78.53%에 해당하는 2,871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동의했다.

같은 맥락의 질문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즉 돈이나 권력이 있으면 죄를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현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85.64%의 학생이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처럼 대학생들 사이에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 아닌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로 전락했다.

앞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게 될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법에 대한 시각에 참담함을 느끼며 ‘과연 이것이 잘못된 법의식을 가진 대학생들의 탓인가?’라는 질문을 가져본다.

◆ 사법 불신

사진제공-딥마인드(알파고)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교도소 독방과 가석방이 돈으로 거래되는 의혹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AI 기술 발달이 맞물려 AI판사(인공지능 판사) 도입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미국의 대형 로펌 Baker&Hostetler에서는 AI를 활용한 로봇이 법률 분석업무를 담당하는 등 실무에서 AI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고, AI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기술적 측면에서 AI판사 등장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만은 않다.

현 재판시스템에서는 돈과 권력이 있는 자와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인간 판사에 대한 불신마저 키워버린 것이다.

영화 홀리데이 포스터

▶유전무죄-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북가좌동에서 탈주범 4명이 한 가족을 인질로 잡은 ‘지강헌 사건’이 있었다. 한낱 탈주사건으로 마무리되어 잊혀질 수 있었지만 지강헌의 유언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556만 원을 훔쳐 17년형을 구형받은 지강헌에 비해 73억 6천만 원을 횡령한 전경환(전두환의 동생)은 고작 7년형을 선고받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지강헌이 자살하고 3년 뒤 전경환은 가석방되어 풀려났다.

두 판결은 국민이 가지고 있는 법 감정은 물론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물론 당시 군부독재 시절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은 시대상을 감안한다면 사법부를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지강헌 사건 30년이 흐른 지금, 문민정부를 거쳐 민주화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달라졌을까?

SK 최태원 회장 분식회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비자금 조성, 삼성 이건희 회장 탈세 및 배임 등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과거 재판에 넘겨진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2심에서 양형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3·5법칙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사법부는 재벌가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전관예우- 판·검사로 재직하다 변호사로 전업한 선배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주는 암묵적인 관례로 영화‘도가니’에서 소재로 다룬 적이 있다.

최근에는 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양진호 회장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혜경(이재명 경기도지사 아내)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국내 대형 로펌들은 앞다투어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고 있다. 사실상 그들의 법률서비스가 아닌 전화번호부를 사는 것이다.

수차례 변호사법을 개정해 이를 방지하려 했지만 실제 징계 사례가 드물고 처벌 수위도 경미하여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종 소송과 변호에 들어가는 법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차원을 넘어 재판 구성원을 돈으로 직접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퇴직 후 변호사 시절 검찰 관계자들에게 청탁해 현대차그룹, 길병원 등으로부터 총 10억 5천만 원의 수임료를 챙긴 것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진제공-국가기록원

▶특별사면- 재임기간 5년을 정상적으로 마친 역대 대통령 5명(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의 특별사면권 행사로 혜택을 받은 자는 정권 당 평균 3만여 명, 1심에서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은 전두환, 노태우나 대통령의 친인척 김현철(김영삼 아들), 전경환(전두환 동생), 김홍걸(김대중 아들) 역시 특별사면 수혜자다.

특히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잇단 재벌그룹 회장님들의 특사 소식이 매년 광복절마다 들리고 있다.

헌법은 삼권분립을 내세우면서도 대통령의 사법 개입을 허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삼성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건을 대가로 한 뇌물수수 혐의 판결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법과 돈과 권력이 마치 물물교환처럼 이루어진 것이다.

◆ 공정한 법을 위한 노력 절실해

우리나라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해외 원조에 의지하는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GDP 순위 12위, 아시아의 용으로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풍요의 뒷면에는 이를 쫓아오지 못하는 비물질 문화 즉 ’ 문화지체현상’이라는 진단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 일컫는 미국, 일본, 유럽의 주류 국가들이 단순히 소득 수준만으로 그 위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법, 최소한 그것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절실한 때이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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