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기거리 축제와 빛난 ‘최종열·김상윤’ 공동 대표
【인터뷰】 악기거리 축제와 빛난 ‘최종열·김상윤’ 공동 대표
  • 김희영 기자
  • 승인 2018.12.1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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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향기가 흐르는 서초동 악기거리
▲‘음악을 그리다’ 공동대표 김상윤, 최종열

[한국뉴스투데이] 대한민국 예술도시의 중심부인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의 약 500미터 구간은 서초동 악기거리로 구성되어있다. 특히나 이곳은 예술의전당부터 무려 160여 개의 클래식 악기상점과 악기공방, 연습실이 밀집해있는 문화지구이다. 그렇기에 남부터미널 지하철역부터 주변은 음악전공자의 방문이 잦고, 악기가방을 메고 걷는 사람들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이런 문화의 특성을 잘 살려 서초구에서는 지난 20일, 서리풀페스티벌의 일환인 서울 악기거리축제를 열었다. 단순히 연습을 하고 악기를 구입하는 곳이 아니라, 직접 클래식의 향기를 가까이에서 맡을 수 있는 문화지구로서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이곳은 2018년 5월 ‘음악문화지구’로 선정되어 더욱더 골목골목마다 예술의 일상이 깃들어있다. 지난가을, 서초 악기거리축제는 음악문화지구 지정을 기념해 유럽 부흥문화 운동인 르네상스 컨셉으로 진행했다. 서울 그랜드필앙상블팀의 현악4중주를 시작으로 모차르트의 일생을 표현한 모노드라마, 금관악기공연, 신중초등학교 오케스트라까지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며 거리의 청중과 소통했다. 필자는 이번 축제에 A부터 Z까지 관여해 섬세하게 이끌어간 숨은 주역들 중 두 아티스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음악을그리다 공동 대표 최종열, 김상윤과 주민 및 예술인과의 화음을 맞추며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무리했던 두 주인공을 만나 악기거리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서초악기거리와 함께한 플리마켓 현장
▲본무대 중 하나인 오카리나 연주팀의 무대

Q. 인사동, 대학로에 이어 서울시 세 번째로 선정된 ‘음악문화지구’로 선정되었잖아요. 서초악기거리 탄생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 중심에는 두 분의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최종열 : 마침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감사한 진행을 맡게 되었어요. 서초악기거리에는 악기점 위주의 가게들이 180여개 정도가 있는데, 서초구에서 예술의전당 아랫방면의 길들을 따라 거리를 조성하려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쪽으로 자주 다니시니까 회의 중에 나왔던 여러 가지 시안 중에서 악기거리를 만들자는 의견을 채택하기로 했죠. 서초시가 미는 슬로건이 ‘문화’이기도 하고요. 올해 초부터 클래식 연주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준비하는 과정 중에 방송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그게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있게 된 계기 중 하나였던 듯싶습니다. 이번 악기거리 축제는 서초구 축제 중에서도 중요한 입지에 있잖아요. 축제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이들 주요하게 보아 주셨어요. 그리고 그 축제에 마침 저희 둘이 투입된 거였고요.

Q. 지난 가을 축제를 통해 서초구에서 표창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수상 축하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시장이 더 활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을 진행했던 최종열 대표

김상윤 : 감사합니다.

사실 진행하면서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는데요. 우선 축제가 평일 낮시간이다 보니 시민분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았고, 주변 도로를 통제하는데 있어 인근 통행 차량과의 마찰도 조금은 있었구요 (웃음)

물론 호의적인 분들도 너무 많으셨고요. 처음에는 서초구에서 표창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히 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저 구에서 하나씩 준다고만 두루뭉술하게 들을 수 있었죠. 그런데 다만 저희는 이례적으로 공동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상을 받으니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인정을 받은 느낌이고,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최종열 : 맞습니다. 어쨌든 이 시장이 살아야 하고 싶은 일도 하는 거니까요. 저와 상윤씨 모두 클래식 음악시장이 더 활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을 진행했어요. 저희 사비를 쓰면 더 썼지, 경제적으로 얻은 수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서초구에서 주신 표창으로 많은 감정적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프로젝트가 있구나 하고 알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니까요. 이번 일에 대해서 많이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주셨습니다. 다음에도 이와같은 기회가 온다면 더 잘 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상윤 : 저희한테 벌써 내년 계획이 있냐고 물어보세요. 내년 계획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이죠. 악기거리축제가 벌써 3년째 열리고 있는 건데, 1,2회 때에는 저희가 없었고 이번 3회 때부터 함께하게 되었거든요. 저희가 들어오고 3달 후에 악기거리가 선정되었고, 저번보다 무언가 더욱 신선한 준비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악기거리 협의회에 소속이 되어서 함께 진행했습니다. 많은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Q. 이쯤에서 궁금한데 두 분은 어떻게 일을 함께하게 되었나요?

▲클래식은 한번 인식을 바꾸는 게 어렵지 점점 익숙해 지다보면 새로운 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김상윤 대표

김상윤 : 저희요? (하하) 최종열 대표가 음악을그리다 칸타빌레점을 먼저 설립 후 제가 2호점인 아마빌레점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둘 다 맞는 부분이 많고 서로 장단점 또한 확실하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최종열 대표가 할 수 있는 경계가 분명히 있어 이번 서초악기거리 축제 또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군요. 다시 지난 축제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지난 가을공연 중에서 특히 모차르트의 일생을 주제로 한 피아노 연주와 모노드라마 공연 반응이 좋았습니다. 모노드라마 스테이지 말고도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을 것 같아요.

김상윤 : 악기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당일에는 날씨가 도와줘서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고요. 저희가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프로그램이 소프라노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한 뒤 현장에서 피아노가 반주를 맞춰 공연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보고 이상한 걸 하려고 하냐는 주변의 비판이 조금 있기도 했었죠. 진행하는데 많이 부딪치는 점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청중들의 반응은 성공적이었어요. 클래식 자체가 한번 인식을 바꾸는 게 어렵지 점점 익숙해 지다보면 새로운 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접근을 다르게 하는 거 같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최종열 : 사실 거리축제이다 보니까 별도로 한강 버스킹처럼 클래식 악기를 위한 버스킹을 둬서 진행했는데 악기거리가 이런 버스킹을 할 환경이 아직은 조성되어있지 않잖아요. 관공서의 힘을 빌려서 하긴 했지만 사실 자연스러운 거리공연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모닝와이드에서 와주셔서 영상도 찍어 가시고, 장한샘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앰프를 가지고 와서 연주를 했는데 관객분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꽤 많이 봐주셨어요. 그런 것들이 단발성 이벤트이긴 하지만 우리도 그런 게 자주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히려 클래식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연주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그 순간은 좋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 이건 일회성 시간이니까요. 다시 같은 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저희 둘이 서초구에 제안서를 낸 것도 악기거리를 기준으로 두었을 때 우선은 주민들을 위하는 것, 그게 명분이되 악기거리의 메인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달라, 장소를 제공해 달라는 제안서를 냈었어요. 그렇게 해서 3회 축제는 협의회에서 괜찮은 연주자분들을 연결시켜 주셔서 했던 거였고요. 일반적으로 다른 축제와 비교해서 잘 되었다고 평을 받은 건, 버스킹 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따로 만들어서 저희가 전국적으로 모집을 하고 홍보를 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음악 문화지구로 선정된 만큼 클래식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자는 취지로 진행된 제3회 서초악기거리 축제.

Q. 좀 더 확장해서 다른 장르와의 협업이나, 거시적인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최종열·김상윤 : 우선은 음악중심으로 갈 예정이에요. 주변 카페나 음식점들 내부에서 연주를 진행해 보고 싶고요. 사실 음악문화지구라고 선정은 했지만, 동사무소 주민센터에서 하는 강좌를 찾아가보니 막상 ‘클래식’ 파트에 대한 수업이 너무 적더라고요. 아마 방음이나 기타 문제들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예술의전당 부근은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스튜디오가 너무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서초구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주변 스튜디오와 협업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은 진정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요.

Q. 이제는 연주자가 차려진 밥상에 고스란히 숟가락만 얹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개인 연주자, 즉 아티스트 자체가 브랜드가 된 지금, 현역 연주자들과 음대입시를 꿈꾸는 학생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최종열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지난여름, 시나브로 버스킹을 진행했고요. 지금은 잠시 멈춰있어요. 관련 공연 시즌2를 다시 준비 중이고요. 클래식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아직 많이 경직되어있는 것 같아요. 굳이 저기에 나설 이유도 없고, 저렇게까지 나와야하나? 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연주자들은 자기가 자기를 찾고 홍보해야 하는데, 정작 지금은 남들이 일으켜 세워야 하고 대학의 꼬리표에만 머무르려고 합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유학 갔다 와서 출강하기도 어렵잖아요. 그럼 결국 연주기회는 적어지게 되는 거고요. 그 점 때문에 사람들도 더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내가 세계 콩쿠르에 입상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벽에 막히고 실력도 떨어지고 하는데, 속이 상하죠. 그래서 우리가 지속적인 도전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 볼 테니 많이 지원해주고 시도해보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테마에 맞춰 르네상스 복장을 갖춘 연주자와 조윤희 서초구청장이 함께하고 있다.

Q. 앞으로 서초악기거리에 대한 비전과 관심, 리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종열 : 국내 음악문화지구로 선정된 만큼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함께 노력하여 국내 클래식 음악 시장이 더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윤 : 음악인 모두가 힘을 싣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한 편에서는 우리도 다음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요. 물론, 지금 당장은 물론 어렵겠죠. 하지만 조금씩 함께 노력하고 이러한 축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우리나라의 음악이 좀 더 커질 수 있을 거에요. 비단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일만 보지 말고 길게 보면서 노력하는 거죠. 어쨌든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거니까요. 몇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클래식인데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 결국 이 두 남자가 추구하는 것은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다. 물론 클래식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울림을 갖춘 전문 공연장에서 들어야 제 맛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하지만 문턱을 조금 낮춰서 이런 새로운 시도의 거리예술의 매력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클래식’이란 거대한 전유물도 대중이 원하는 컨텐츠 대열에 설 때가 되었다. 이렇게 거리예술은 장소와 그 공간 자체의 의미를 좀 더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시하며, 작품을 더욱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단상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거리라는 공간의 예술을 넘어서 좀 더 아티스트와 청중의 경계를 허무는 시점에 서 있기 때문.

이곳에서 건네는 음악의 언어는 위로이고 희망이며, 웃음이다. 서리풀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이들은 어디서든 쉬어 갈 수 있다. 그저 마음 가는 곳에 앉아 음악에 귀 기울이면 된다. 눈을 감으면 가슴에 음악이 흘러올 것이다. 아름다운 꿈처럼. 음악은 모두를 포용한다. 두 남자의 초대장은 누구에게나 전해질 테니 주저 말고 오시길. 악기거리축제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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