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갑질 ‘대우조선해양’ 과징금 108억...조선업계 관행 근절될까
원청 갑질 ‘대우조선해양’ 과징금 108억...조선업계 관행 근절될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8.12.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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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하도급 업체에게 계약서도 주지 않은 채 공사를 시키고 공사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정해 지급하는 등 하도급 대금 갑질을 한 대우조선해양에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과 2017년에도 하도급 갑질로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이후에도 하도급 갑질이 계속되면서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조치와 관련해 조선 업종의 악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을 강조하며 현재 조사 중인 다른 조선 업체의 위법 행위도 확인 즉시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조선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당한 갑질 ‘서면미발급’

지난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해양플랜트나 선박의 배관, 전기 장치, 선체 가공 등의 작업을 맡긴 27개 하도급 업체에게 일을 맡기며 작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총 1817건의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또한 작업을 시작한 후 발생하는 수정·추가 공사는 ‘선작업·후계약’원칙을 유지했다.

이에 하도급 업체는 작업 수량이나 대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정·추가 공사를 진행했고 작업이 모두 끝난 후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사전에 서면을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미 작업이 끝난 견적의뢰서와 계약서의 날짜, 기간을 허위로 기재했다.

공정위는 “사전 계약 서면은 공정한 하도급 거재의 전제 조건”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의도적으로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위 악용 갑질 ‘부당한 하도급 대금’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 작업에 대해 하도급 업체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성 시수를 적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왔다.

기성 시수란 작업 물량을 시간으로 변환한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시수 계약으로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주면서 수정·추가 공사는 객관적인 시수 산출을 위해 필요한 품셈표를 갖고 있지 않았다.

품셈표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시수 계약을 하다보니 실제 작업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그냥 예산 사정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마음대로 기성을 지급했다.

하도급업체들은 수정·추가 작업의 대가로 받는 기성금이 어떤 근거에 의해 산출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실제 작업량과 무관하게 기성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하도급업체에 숨기기 급급했고 이렇게 지급되는 공사 하도급 대금은 어떠한 합의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 공사 대금을 매월 일괄 정산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하도급 업체들은 계약서없이 기성 시수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정산서에 서명을 해왔다.

공정위는 “이같이 사전 조율이나 합의 절차 없이 수정·추가 작업 기성 집행 사실은 대우조선해양 내부 문서에서 반복적으로 기록돼왔다”고 밝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일방적으로 정한 수정·추가 공사 대금이 일반적으로 지불되는 돈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예산 부족’이라 스스로 진단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간인 2013년에서 2016년은 국내 조선 업계 전체가 침체된 시기였고 문제가 된 27개 업체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제조업체인데 당시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히 감소됨에 생산 예산을 감축했다는 것.

하지만 해양플랜트의 경우 일반 상선과 달리 표준화가 어렵고 건조 경험이 부족해 수정·추가 공사가 빈번하다. 본 공사는 작업 시간의 70% 이상을 기성 시수로 인정하면서 작업상 수정·추가 공사가 빈번할 수 밖에 없는 해양플랜트 작업의 수정·추가 작업 시간은 평균 20%만 기성 시수로 인정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의도적 갑질 ‘부당 특약’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총 계약 금액의 3% 이내에서 수정·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당한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 이는 본 공사의 3% 이내에서 수정·추가 작업을 하도급 업체에게 무상으로 해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 업체가 법인일 경우 계약 이행 보증 및 하자 보수 보증 명목으로 공탁금을 요구하는 것과 별도로 하도급 업체의 대표이사 개인에게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 이 역시 하도급 업체가 이미 관행에 따른 보증금을 내고 있음에도 추가로 하도급 업체에 부담을 주는 부당한 행위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의 이같은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서면 미발급, 부당 특약 설정 행위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예정대로 벌점까지 부과되면 국책사업 입찰 제한 등 추가 제재도 뒤따른다.

공정위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제재와 관련해 “조선 업종의 의도적인 갑질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현재 조사 중인 다른 조선 업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해 악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거듭되는 하도급 갑질 제재에도 ‘건재’ 이번에도 빠져나갈까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중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갑질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3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은 89개 수급 사업자들에게 선박 블록 조립 등을 위탁하면서 시수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등 부당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한 행위로 267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 과징금 액수로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또 2017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은 18개 수급 사업자에게 해양 플랜트·선박의 구성품 제작 작업을 위탁하면서 1143건의 하도급 계약 서면 미발급으로 2억 6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위의 제재가 반복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들은 일방적인 계약 조건과 부당한 공사 대금 지급으로 적자에 시달리다 문을 닫았지만 원청기업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은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서 “서면미발급이나 지연교부의 경우 지금은 시스템이 완비됐지만 당시는 시스템이 미비해서 (공정위 판단을) 인정하는 부분이나 업체들이랑 협의없이 임의적으로 단가를 조정하지는 않았다”면서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인 문서를 받은 뒤 내부 검토를 통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2013년에 비슷한 문제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 끝에 혐의가 없다고 결론났고 과징금 전액을 돌려받았다"고 덧붙여 공정위의 이번 제재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이 어떤 조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정의당 추혜선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은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계약서 없는 작업, 기준도 없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실제 일한 시간의 20%만 인정된 작업시수, 대금지급 없는 추가공사 등 그동안 피해업체들이 호소해왔던 문제들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조선업의 갑질 관행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갑질과 불법파견으로 유지돼 왔다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엄정한 처분을 내려 조선업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하도급 업체에 갑질을 휘두르고 있지만 반복적인 제재에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건재하다. 이번 제재가 조선업의 갑질 관행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되려면 앞서와 같은 보여주기식 제재를 벗어나 강경한 제재가 내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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