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갑질’ 직장 내 괴롭힘 해결책은 결국 기업 자율?
[기획] '갑질’ 직장 내 괴롭힘 해결책은 결국 기업 자율?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8.12.3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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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붓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관한 관련법 개정안에 앞서 정부가 나서 간담회를 열고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대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최고경영자인 경우가 많아 법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출처-뉴스타파
출처-뉴스타파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언과 폭행, 각종 엽기적 인권 침해 행각은 직장 내 괴롭힘이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에는 양 회장이 직원의 얼굴과 목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장면이 담겼고 직원이 무릎을 꿇었지만 양 회장의 폭언은 정도를 넘어섰다.

이후 추가로 공개된 영상에는 직원 워크숍에 참여한 양 회장이 직원에게 일본도와 석궁으로 닭을 죽이라고 강요한 사실이 담겨 충격을 줬다.

이밖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기내식 사태로 벌어진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갑질과 비리,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의 6촌 권 모 본부장의 폭행 갑질, 윤재승 전 대웅제약회장의 욕설과 막말 갑질 등 잊을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직장 내 폭행, 갑질 사건으로 노·사·정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지난 11월 고용노동부, 한국·민주노총, 포스코 등 노·사·정 대표 기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 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및 유형 자료(2017)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주체는 상급자 42%, 경영진 35.6%이며, 괴롭힘 방식은 모욕 등 정신적 공격 24.7%, 과중한 업무부여 20.8%, 격리·따돌림 16.1% 순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내 괴롭힘 유형-한국노동연구원(17년)

이날 간담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사내 규범 마련, 예방을 위한 실태진단, 예방교육, 상담 및 조사 절차에 관하여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점검표와 유의사항 등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특히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근무시간 손실비용은 연간 4.7조 원 수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

기업의 수직적 구조로 인해 하급자에 대한 상급자의 우월한 지위가 남용되는 유형이 80% 가까이 기록하면서 무엇보다 기업의 체계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포스코, 코오롱글로텍, 한화시스템 등 기업들은 캠페인이나 상담 등 형식적인 직장 내 괴롭힘 대책안을 내놓고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의 기업 자율 개선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편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통과됐다.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의 처우는 보장되었지만,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의 자율적 시스템으로 규율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직장 내 괴롭힘 청산의 최종 열쇠는 결국 기업이 쥐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양진호 사건‘을 비롯해 기업의 실권을 쥐고 있는 회장님들의 잇따른 폭행, 갑질이 계속되면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1990년대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법제화하는 등 노동시장에 적극 개입해 ‘노동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스웨덴처럼 노동시장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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