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추억을 품은 ‘제7회 성정 살롱콘서트’
각기 다른 추억을 품은 ‘제7회 성정 살롱콘서트’
  • 김희영 기자
  • 승인 2019.01.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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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과 성정첼로앙상블이 꾸민 화려한 무대

[한국뉴스투데이] 옷깃에 스며드는 찬바람이 겨울의 시작을 알리던 어느 날, 성정 살롱콘서트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 11월 30일, 금호아트홀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성정문화재단이 주최한 제7회 성정살롱콘서트와 제1회 성정예술인상 시상식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성정문화재단은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과 성정첼로앙상블의 화려한 무대까지 즐길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기획을 선보였다. 6명의 첼리스트가 선보인 젊은 에너지 가득한 1부와 바리톤 고성현의 농익은 감성이 빚어낸 2부의 균형은 실로 놀라웠다.

▲성정전국음악콩쿠르 대상출신으로 구성된 성정첼로앙상블(왼쪽부터 첼리스트 김민지, 강서영, 김정은, 송민제, 이동열, 문태국)

성정첼로앙상블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무대
첫 번째 무대는 첼리스트 김민지와 피아니스트 노예진의 쇼팽 Polonaise brillante. 첼리스트 김민지는 작곡가의 내면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듯 풍부한 호흡으로 한 프레이징마다 정성스럽게 짚어 내려갔다. 첫 곡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무대였으며, 그는 청중들에게 섬세한 사색을 던지며 후반부로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계절의 색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관객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프레이징마다 정성스럽게 호흡을 짚어 내려간 첼리스트 김민지

이어서 성정첼로앙상블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성정첼로앙상블은 첼리스트 김민지를 주축으로 김정은, 강서영, 문태국, 송민제, 이동열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은 모두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아티스트라는 공통의 이력을 갖고 있다. 27년동안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첼로부문이 대상을 수상한 적은 *번뿐이라고 이야기하는 해설자의 목소리에 더욱더 청중의 기대가 실렸고,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첼로 연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6명이 만들어 갈 무대에 관객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은 파야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로 첫곡을 시작했다. 파야(Manuel de Falla, 1876∼1946)는 스페인 음악을 20세기로 이끄는 역할을 한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민요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스페인 정신에 대한 신념을 느낄 수 있다. 파야의 음악은 스페인 음악의 감각미와 이성적 접근이 결합한 특징을 갖는데, 성정첼로앙상블이 선보인 음악은 표피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정통 스페인의 아름다움에 고전주의적인 양식을 조금 더 결합한 견고한 무대였다. 그들은 각자 서로의 포지션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결국 같은 이상향을 쫓아 선율을 노래했다. 6명의 연주자는 그렇게 스페인 작곡가가 세상에 남기고 간 악보를 각자의 개성을 녹여낸 물줄기로 연주하며 작곡가의 소회를 담았고, 끝내는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내며 장식했다. 연주자 모두 복잡한 듯 하지만 명료하게 표현했던 첫 작품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로 연주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은, 한층 더 풍부한 멜로디와 선율로 청중들에게 어필했으며, 특히 첼리스트 김정은과 문태국, 송민제의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보잉이 활기찬 분위기로 변화시켰다. 첼로 6대로 편곡해 꾸민 선율은 관객들이 주제선율과 멜로디를 찾을 수 있게끔 한 시각적인 효과도 돋보였고 연주자들의 제스처와 배려에 청중들의 미소도 함께 올라갔다.

▲바리톤 고성현은 마지막까지 유쾌한 말솜씨로 무대를 휘감았으며, 청중들 역시 고성현의 목소리에 함께 호흡하며 눈빛을 맞췄다.

한국 가곡의 미를 마음껏 뽐내준 바리톤 고성현
2부는 바리톤 고성현이 준비한 스테이지로, 레퍼토리 대부분을 한국가곡으로 선택했다. 본격적인 무대에 앞서 청중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던 그는, 역시나 ‘믿고 보는 고성현’이라는 타이틀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했다. 첫 곡인 ‘기억은 겨울을 써 내려간다’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연주자 역시 그 기억 끝자락의 아쉬움을 애절한 목소리를 통해 세상밖에 홀연히 내놓았다. 프로그램 노트에도 명기되어있듯, 사랑이 사랑을 찾아가는 그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잊은 채 서성이는 우리의 모습이었고, 그래서 서툰 사랑은 슬프게도 자주 흔들린다는 지면의 해설을 그대로 무대 위로 재연시켰다.

두 번째 곡 ‘인생이란’은 그의 드라마틱한 중저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무대였으며, ‘묵향’을 통해 지난 추억을 꺼내 볼 수 있었다. 연이어 ‘시간에 기대어’ ‘서시’ ‘향수’ ‘Parla piu piano’ 그리고 앙코르곡까지, 발음하기 무척 까다로운 한국가곡을 에움길 하나 없는 직진 도로처럼 시원하게 노래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유쾌한 말솜씨로 무대를 휘감았으며, 청중들 역시 고성현의 목소리에 함께 호흡하며 눈빛을 맞췄다.

살롱콘서트가 끝나고 제1회 성정예술인상과 성정후원문화상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예술인상은 ‘그리운 금강산’의 주인공인 최영섭 작곡가가, 후원문화상은 패션랜드 최익 대표가 수상했다.

이렇게 성정 살롱콘서트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장을 마련함은 물론이고, 관객들의 삶에 좀 더 깊숙하게 스며들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준비했으며, 피날레 무대는 최영섭 작곡가의 그리운 금강산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우리는 이번 무대를 통해 ‘추억’과 ‘그리움’을 하나씩 품고 돌아갔다. 확실한 건 음악은 이렇게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지니고 있는 추억을 한순간에 연결해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음악으로 끊임없이 추억을 소환할 테니까.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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