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용산 참사 10주기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기획] 용산 참사 10주기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1.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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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직후 용산 국제빌딩 4구역내 남일당 건물 모습<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다. 용산 4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보상문제로 농성을 하던 철거민·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과 대치 중이던 경찰이 화재로 인해 7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벌어졌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잉진압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용산 참사를 덮기 위해 강호순 사건을 확대해 키웠고 박근혜 정부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후 어떠한 추가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나 용산참사가 경찰의 무리한 진입이 원인이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용산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용산참사 10주년 되던 날 “지금도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용산 참사 10주년을 맞이했지만 진실은 여전히 10년 전 그날에 멈춰있다.

▶10년 전 용산에서 일어난 참사

지난 2006년 용산 4구역에서 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추진됐다. 이후 87%의 주거세입자와 임차상인 등이 협상을 마무리하고 용산을 떠났지만 일부 남은 세입자에 대한 보상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는 2008년 겨울부터 강제철거를 강행했다.

이에 2009년 1월 20일, 30여 명의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은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에서 강제철거 중단과 적절한 보상비를 요구하며 화염병 등을 준비해 농성을 벌였고 경찰은 물대포로 강경 대응하며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진압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 1명 등 6명이 사망했고 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부상자 1명이 사망하며 총 7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기록됐다.

참사가 벌어진 뒤 화재의 원인과 함께 경찰의 특공대 투입 등 과잉진압 여부를 두고 여야는 물론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검찰은 화재 발생 원인을 시위대의 화염병이 문제였다고 보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서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법원은 생존한 철거민 7명에게 징역 5~6년형, 2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용산 참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

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가 용산 화재 사건을 덮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용산 참사는 여러 가지 의혹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용산 참사 이후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추모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사진/뉴시스>

용산 참사 이틀후 MBC 100분 토론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시청자 투표를 실시하자 경찰청에서 경찰들을 대상으로 투표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내려 경찰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이어 용산 철거민 외 용산 철거와 무관한 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 농성대에 속해있어 시위 성격이 과격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 외부세력이 시위에 개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특히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대테러 진압 임무를 맡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이와 동시에 철거용역을 투입해 합동작전을 벌인 것과 반대편 건물에서 물대포를 발사하며 진압에 들어간 것을 두고 과잉진압을 벌였다는 논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용산참사는 경찰의 무리한 진입이 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용산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차원의 재조사에 들어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정작 취임 이후 용산 참사에 대해 어떠한 추가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용산 참사 사건 관련자 25명을 특별사면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시작부터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시작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설치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사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용산 참사를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당시 경찰은 300t급 크레인 2대와 에어매트 3개, 소방차 6대 등이 현장에 필요하다는 보고서와 달리 100t 크레인 1대, 일반 소방차 2대만 배치하며 안전 조치에 미흡했고 작전 연기를 건의하는 현장 지도자의 목소리를 일축하고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 것이냐"고 선동하며 작전을 밀어붙인 정황도 발견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용산참사는 경찰의 무리한 진입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석기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같은 결정을 할 것”

하지만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자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인 김석기 의원이 용산 참사 10주기였던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도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화재사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의원은 이날 "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지휘관이라면 누구라도 용산 화재 사고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용산 화재 사고는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발생된 불행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경찰의 과잉진압이원인이라며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었고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을 가해자로 둔갑시키며 사과까지 하라고 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김 의원은 여론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공영방송이 끔찍한 불법폭력 시위 장면은 안보여주고 정권에 편승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일부 방송과 언론은 국민을 선동하고 호도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중단하고 사실을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주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책임자였던 김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에 여야는 일제히 비난을 퍼부으며 김 의원의 책임있는 모습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무자비한 폭력을 지시한 김 의원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고, 참사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범죄자나 테러범으로 몰렸다”고 지적하며 “국회 정론관에서 무려 30여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두서없이 내뱉은 변명의 결론은, ‘나는 죄가 없다’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제1야당이란 권력의 중심에서 떵떵거리며, 당시 경찰청장으로서 인명피해에 대한 사과 없이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김석기 의원의 국회의원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정의당 역시 “참사를 자초한 장본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기자들 앞에 뻣뻣이 서서 희생자들을 비난하고 있다”며 의원직 사퇴를 강조했다.

용산참사가 벌어진지 10년. 남일당 건물은 2010년 철거되며 현재 그 자리는 주상복합아파트로 변했지만 화재 원인과 여러 의혹을 둘러싼 용산 참사의 진실은 여전히 10년 전 그 자리에 멈춰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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