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용균 분향소 서울로...대통령 대답 기다린다
故 김용균 분향소 서울로...대통령 대답 기다린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1.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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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22일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태안 한국서부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故 김용균 씨가 사망한지 44일이 지났다. 김 씨의 사망으로 28년 째 계류 중이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법이 적용되기까지는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김 씨의 유가족와 시민대책위는 김 씨의 분향소를 서울 광화문으로 옮기고 단식농성을 이어가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김용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 잃다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3시 30분 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세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씨가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설비 외주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소속된 1년 계약직 노동자였다.

1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한 김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맡은 주요 업무는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7시 30분까지 컨베이어벨트나 소방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내부를 순찰하는 ‘현장 운전원’이었다.

김 씨의 사망이 사회적 파장을 가져온 이유는 △현장 운전원 업무 자체가 2인 1조로 움직여 업무를 진행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김 씨 혼자 나홀로 업무를 봤고 △사망한 지 4시간이 지나도록 숨진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또한 김 씨가 사망한 뒤 회사측이 직원들에게 1인 근무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사고 지역은 자주 순찰을 하지 않는 곳이라 말해달라”며 사고를 축소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언론 등 외부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말아라”며 사고를 은폐하려던 정황이 발견되며 공분을 샀다.

아울러 2017년에도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 5층 보일러 공기 예열기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근로자가 기기에 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진 사고가 있어 회사측의 안전 관리 소홀이 지탄을 받았다.

그러면서 김 씨의 사망이 결국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사용자 의무인 안전 사고 예방과 책임을 하청업체로 외주시키는 ‘외주화 작업’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며 28년간 개정된 적 없는 산업안번보건법(이하 산안법, 김용균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산업 현장 안전규제 강화한 김용균법 개정

김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지자 국회는 지난 해 12월 27일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포함,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2018년 12월 27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이날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사진/뉴시스>

김용균법의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위험의 외주화'방지로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 작업 등 유해·위험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시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 때문에 대피한 근로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한 ▲안전조치를 위반하는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했고 ▲법의 보호 대상을 종전의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이에 그동안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자, 가맹사업자 소속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등의 의무가 강화됐다.

이처럼 김용균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먼저 노동현장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산안법 개정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씨의 유가족과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개정된 김용균법이 정작 발전소는 위험의 외주화 범위에 들지 못해 바로 적용이 안되는 점을 지적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대통령 답변 기다린다”

김 씨가 사망한지 44일이 지났다. 그 동안 죽음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김 씨는 여전히 분향소에 안치된 상태다.

22일 서울대학교 병원에 故 김용균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사진/뉴시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지난 22일 ‘죽음의 일터 한국서부발전 규탄 및 문재인 정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서부발전이 사고 이후 보여주는 작태를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분향소를 서울 광화문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가가 운영하는 공기업인 서부발전은 최소 비용, 최대 이윤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하청노동자들을 죽음의 일터로 몰았다”며 “2014년 추락사, 2017년 협착사 등 태안화력에서 10년간 12명이 죽었지만 서부발전은 하청노동자의 사망수를 조작해 국회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부발전은 하청노동자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며 3년째 무재해 인증, 22억 4679만원의 산재보험료를 챙겼다”며 “수시로 전화와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면서 원청 사업주로서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지 2년이 지났다”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고 아들의 친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민대책위는 김 씨의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안치한 뒤 분향소 역시 태안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옮겼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김 씨 사망이후 제자리에 멈춰있는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첫 현장방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임기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한 바 있어 김용균법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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