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업계 호황에 암표 거래 기승, 관련 법령도 없어
공연업계 호황에 암표 거래 기승, 관련 법령도 없어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9.03.16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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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암표 거래는 합법, 티켓팅 매크로까지 등장
2019 워너원 콘서트 현장 (사진/인터넷커뮤니티)
2019 워너원 콘서트 현장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한국뉴스투데이] 2014년 세월호 사건,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등의 여파로 주춤했던 공연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연예술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공연시장의 규모는 8,132억 원으로 실태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8,000억 원대 시장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의 2018년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방탄소년단, 워너원등 아이돌 그룹의 선전과 웃는남자, 지킬앤하이드등 뮤지컬 대작들이 흥행을 거듭하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공연시장이 약 9000억 원, 최대 1조 원 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공연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인터파크, YES24 등 티켓 예매 업체가 특수를 누리는 등 티켓 판매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티켓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연업계는 물론 국회, 문체부 등 관련 기관에서 암표 시장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암표 시장 현황

암표는 스포츠 경기, 콘서트, 교통수단 등에서 사용되는 티켓(입장권, 좌석표 등)을 암시장과 같은 정상적이지 않은 유통망으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현장)암표 거래위법행위로 간주된다. 하지만 여전히 암표 거래는 성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암표 거래는 존재했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포털’, ‘SNS’, ‘중고 및 티켓 커뮤니티등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암표 거래는 더 조직적, 지능적으로 진화했으며 피해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발표한 ·오프라인상 암표 거래 현황에 따르면 “E-스포츠 경기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쉽’(통칭 롤드컵) 티켓이 22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은 롤드컵 티켓의 정가는 최대 6만 원으로 30배가 넘는 가격으로 밀거래되고 있으며 트와이스팬미팅 암표가 90만 원(정가 55천 원), 세븐틴 콘서트가 150만 원(정가 11만 원)에 거래되는 실상을 대해 지적했다.

특히 문체부가 주최한 ‘2018 대중문화예술상에선 무료티켓 배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티켓 사이트에서 50150만 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당시 시상식에 방탄소년단레드벨벳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 티켓 품귀현상이 빚은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가 암표를 단속해도 모자라는 판에 암표상들 배만 불려준 꼴이다.

워너원 콘서트 티케팅 도전기를 다룬 유튜브 컨텐츠 (사진/와우엔터테인먼트)
워너원 콘서트 티케팅 도전기를 다룬 유튜브 컨텐츠 (사진/와우엔터테인먼트)

공급과 수요의 괴리

이렇듯 암표가 성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하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이론이며 이것이 공연업계에서는 암표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단순히 티켓 수요가 많으면 애초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공연을 주최하는 기획사 입장에서 관객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은 지난 2011년 기자간담회에서 "한류 바람이 불면서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많은 공연이 열리는데, 알아보니 티켓 값이 어마어마해서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공연 티켓의 가격 문제를 지적했다. 공연·연예 기획사역시 가격 상승을 자제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티켓 수요와 공급 사이의 괴리속에서 암표상들이 활기를 치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장

유명 아이돌 가수나 티켓파워를 가진 뮤지컬 배우들의 팬이라면 한 번쯤 공연 예매사이트에서 해당 공연, 콘서트 예매를 도전한 적 있을 것이다. 티켓 판매가 시작되는 당일날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PC방을 찾아 티켓팅을 시도하지만 매진됐다는 문구만 나올 뿐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콘서트 티켓으로 연예인의 인기만 체감하고 나온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편 SNS나 포털사이트에서는 티켓팅 매크로프로그램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매크로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 번 순서대로 해야 할 동작을 한 번의 클릭으로 자동 실행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약 1~2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마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처럼 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티켓팅 경쟁에서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매크로를 사용하는 사람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연 회차, 좌석 선택 등 예매 항목을 선택하고 결제창까지 이동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0초 이상 소요되지만 매크로를 사용하면 이 모든 과정이 1~2초 사이에 이뤄진다.

관련 법령 없어

현행법상 매크로 프로그램 유통과 온라인 암표 거래는 불법이 아니다. 현장에서 암표 거래가 적발될 경우 경범죄 처벌법에 의거해 암표를 판매한 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온라인 거래인 경우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부분의 암표 거래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국회는 암표 매매행위에 대해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하는 등의 암표 근절 내용이 담긴 개정안과 매크로 프로그램 유통을 처벌하는 법안 신설발의된 상태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연기획사와 티켓 예매업체 차원에서 암표로 의심되는 티켓을 무효 처리하고 이를 신고하는 자에게 티켓을 증여하는 등 암표 근절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암표 거래 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신년 기자회담에서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제2의 방탄소년단(K), 3의 한류 탄생을 약속한 만큼 공연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암표 거래문화를 바로잡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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