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권 박탈...'하늘의 왕' 조양호 무릎꿇다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하늘의 왕' 조양호 무릎꿇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3.27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면서 조 회장의 영향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면서 조 회장의 영향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뉴스투데이]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이로 인해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등 가족들의 줄을 잇는 갑질과 270여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오너리스크로 시달리던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경영권 약화가 현실화됐다.

조양호 회장, 강화된 주주권으로 경영권 박탈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선임 건 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건, 정관 일부 변경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 가운데 강도 높은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고 주총 하루 전인 26일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다. 이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칼자루를 쥔 주주들의 투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 제출 등을 포함해 총 5789명이 출석했다. 관심의 중심에 있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6%)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조 회장은 19994월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남을 물론 경영권을 잃게 됐다.

이는 대기업 총수가 강화된 주주권 행사로 인해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이자 오명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오너일가의 갑질과 횡령·배임 등 오너리스크가 원인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은 애초에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다.

조양호 회장은 가족들의 갑질로 연일 구설수에 올랐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수행비서가 폭로한 이 씨의 폭언과 폭행은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고 물이 담긴 컵을 던지는 등 주로 운전기사와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번번히 일어났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과 횡령 배임 등으로 인한 오너리스크에 시달려왔다.(사진/뉴시스)
▲대한항공은 그동안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과 횡령 배임 등으로 인한 오너리스크에 시달려왔다.(사진/뉴시스)

또한 큰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은 대한항공 갑질의 시작으로 기록됐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자녀들과 남편에게도 폭언을 퍼부어 남편이 이혼소송과 함께 조 전 부사장의 폭언 동영상을 공개해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켰다.

막내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며 물컵 갑질로 전무자리에서 내려왔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기내에서 게임을 하던 중 난기류 경고 방송이 나오자 직원에게 화를 내고 이후 일등석에는 방송을 하지 않고 직접 전하는 방식으로 지침을 바꾸게 했다는 논란으로 한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중간에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을 받은 혐의 등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양호 회장 경영권 박탈이 갖는 의미

이날 공공운수노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국민연금지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있었던 우리나라 소액주주 운동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주주들이 참여한 사례라며 마음대로 경영을 좌지우지해 온 재벌 총수일가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창진 사무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양호 회장의 연임저지에 성공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뉴시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창진 사무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양호 회장의 연임저지에 성공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제 전국 각지와 멕시코, 캐나다, 홍콩 등 해외에서 직접 주주총회를 참석하지 못하는 140여 명의 소액주주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위해 총 515,907(0.54%)를 시민행동에 위임했다.

이에 역사상 처음으로 주주권 행사로 인해 경영권을 잃게 되는 오명과 함께 조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에 대한 영향력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불발과 관련해 "사내 이사직을 상실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며 향후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