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판결, 여성단체·종교계 희비 엇갈려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판결, 여성단체·종교계 희비 엇갈려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9.04.1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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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위헌‘, 끝난건 아냐
국회로 넘어간 낙태죄 어떤 개정안 나오나
▲4월 11일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4월 11일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어제 11일 헌법재판소는 통칭 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1‘2701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판결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임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혼란 등을 고려해 법 개정 전까지 기존 법률을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개정안 도입 기한은 20201231일로 개정안이 나올 때까지 기존 법률은 유지된다.

헌재, 헌법불합치 판결

이번 헌법소원을 제출한 산부인과 의사 정 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69회에 걸쳐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이 같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해 201728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1953년 처음 제정된 낙태죄조항은 지난 2012년 헌재가 합헌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헌법소원이 청구되자 여성단체, 종교계 등 낙태죄는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씨의 헌법소원 청구 이후 약 2년 만에 헌법불합치판결이 나면서 극명하게 대립하던 낙태죄 찬성 측과 반대 측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시 재판에 참여한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헌법불합치 4, 위헌 3, 합헌 2명의 의견이 나와 사실상 낙태죄 폐지 주장이 72로 압승했다.

이날 헌법불합치판결을 내린 4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임부의) 기본권 제한, 자기 결정권 침해등을 이유로 낙태죄에 위헌적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헌법불합치를 내린 것은 사법부에 낙태죄에 관한 중립적인 개정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4월 11일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대한 규탄 기자회견(사진/뉴시스)
▲4월 11일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대한 규탄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종교계와 여성단체 희비 엇갈려

이번 헌재의 결정에 기독교, 천주교 등 수많은 종교단체는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천주교는 생명윤리 등을 이유로 낙태죄 유지에 대한 대표적 찬성집단으로 오늘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판결에 대한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자기 결정권에 의해 낙태가 허용된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과 약자 보호라는 사회질서의 기본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이며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가치를 생각하는 생태적 감수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태아를 해치는 행위를 허용하는 이번 결정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천주교가 유감을 표명한데 반해 여성단체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어제 11일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적극 환영하며 국회와 정부는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성평등 사회를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렸으며 여성의 존엄성,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여성들의 삶을 억압하던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들 모두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논쟁 끝난건 아냐

헌법불합치 판결로 사실상 위헌 판결이 났다 해도 최대 2020년 말까지 현행법이 유지되는 데다 여성단체 및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개정안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특히 추후 개정안에서 임신 몇 주 차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낙태에 대한 사회 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제한할지, 기존 낙태죄로 처벌받은 자는 어떻게 구제할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낙태죄 폐지가 헌재를 떠나 국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치권 공방과 함께 여성단체와 종교계의 갈등 또한 다시 한번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후 낙태죄에 관한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낙태죄가 부활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의 헌법 불합치결정은 낙태죄 폐지론자들의 반쪽짜리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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