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한화칼텍스 미세먼지 원인 물질 배출 조작했다
LG화학·한화칼텍스 미세먼지 원인 물질 배출 조작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4.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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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내 위치한 LG화학 공장(사진/뉴시스)
▲여수산단내 위치한 LG화학 공장(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내 화학공장을 가지고 있는 LG화학과 한화칼텍스 등 6개 기업을 포함한 235개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사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것이 적발됐다. 특히 공모 정황이 의심되는 기업에 대한 조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어 대상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7일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2018년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여수산단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에쓰엔엔씨, 대한시멘트,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

LG화학의 경우 측정대행업체인 정우엔텍연구소와 짜고 2016년 11월 11일 BF-0331시설에서 채취한 시료의 염화비닐의 실측값이 207.97ppm으로 배출허용기준(120ppm)을 초과했지만 3.97ppm으로 결과값을 조작했다.

그러면서 2016년 7월 29일경부터 2018년 11월 26일까지 총 149건에 대해 측정값을 조작해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했다.

특히 LG화학은 2017년 1월 3일 BF-8301시설에서 채취한 시료의 먼지 실측값이 40.1ppm이었으나 10.1ppm으로 조작하고 조작된 값을 활용해 2017년 상반기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았다.

▲지난 17일 환경부는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여수산단 기업들이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사진/뉴시스)
▲지난 17일 환경부는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여수산단 기업들이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사진/뉴시스)

한화케미칼 역시 정우엔텍연구소와 짜고 2015년 2월 25일 여수 1공장 가열시설에서 실측한 질소산화물(NOx)의 결과치 평균값이 224ppm으로 배출허용기준 150ppm을 초과했지만 113.19ppm으로 결과값을 조작했다.

한화케미칼 여수 1공장은 2015년 2월 25일부터 2017년 5월 8일까지 총 16건에 대해 측정값을 조작해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했다.

또한 정우엔텍연구소와 짜고 실제 측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측정한 것처럼 여수 1공장에서 24부, 여수 2공장에서 6부, 여수 3공장에서 7부 등 총 37부의 허위 측정기록부를 작성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신학철 대표는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며 여수 산단 내 관련 생산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한화케미칼 역시 반성한다는 입장과 함께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장의 이러한 배출조작에 대한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환경운동연합소속 7개 단체가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중 전국 1위 GS칼텍스와 측정값 조작한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사진/뉴시스)
▲18일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환경운동연합소속 7개 단체가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중 전국 1위 GS칼텍스와 측정값 조작한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사진/뉴시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이번 대기오염 배출조작 행태는 2015년 경유차 배출조작 사건 ‘디젤게이트’에 이은 집단적 범죄 행위”라며 “미세먼지로 인해 사회적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배출기업과 측정업체가 대기오염 배출량을 조작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공모했다는 사실은 파렴치 범죄이자 시민들을 기만한 부도덕한 행태”라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업장이 오염배출량을 셀프측정하게 하는 정부의 규제 방식이 배출조작 비리를 방치하고 문제를 키웠다”면서 “정부가 굴뚝배출측정기(TMS)를 확대 설치하고 지자체의 배출측정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 기존의 유착구조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환경부는 2018년 626개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를 공개하면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9% 저감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연합은 “이번 배출조작 사건에서처럼 여러 배출사업장이 고의적으로 배출량을 축소 보고한 것이라면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며 “허술한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미세먼지 저감에 무임승차하면서도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기업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문제를 키워왔다는 사실에 규제당국의 반성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5일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배출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수사가 마무리돼 확실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추가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을 밝혀 추가로 배출량을 조작한 업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다.

여수산단에는 LG화학과 한화칼텍스 외에도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중 전국 1위 GS칼텍스와 롯데칼텍스 등이 위치하고 있어 수사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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