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보다 많은 '탈조선'...대한민국을 떠나는 사람들
탈북자보다 많은 '탈조선'...대한민국을 떠나는 사람들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9.04.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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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7명 이민 의향 있어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은 사람들 (사진/뉴시스)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은 사람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버닝썬사태, 강력범죄 사건, 미세먼지 등 최근 각 언론사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기사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어두운 주제들 뿐이다. 그 때문일까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헬조선, 갑질, 노오력, 이생망, n포 세대와 같은 부정적 뜻을 가진 신조어들이 장기간 동안 널리 확산됐고 지금은 마치 표준어처럼 굳혀졌다.

특히 대한민국을 떠나 제3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탈조선은 당초 2·30대 청년들 사이에서 취업난, 빈부격차 등 국내 현실을 비판하는 취지로 생겼지만 최근 실제로 국적 포기, 이민 등을 통해 탈조선을 실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08년~18년 국적포기자, 탈북자 수 통계 (자료/법무부, 통일부)
▲08년~18년 국적포기자, 탈북자 수 통계 (자료/법무부, 통일부)

탈북자보다 많은 '탈조선'

지난 11월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 우리나라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한 국적 포기자규모는 3284명으로 나타났다. 2018년도의 2개월치 집계(11, 12)를 제외해도 10년 전 같은 통계인 ‘2008년 국적 포기자’ 20,439명과 비교해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반면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이탈주민정책자료에 의하면 2018년 북한에서 탈출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자수는 1,137명으로 나타났다. 매년 세계 GDP 순위 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상황이나 독재정권 등을 피해 망명한 자는 19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탈북자 문제는 국제사회가 논의 중인 인권문제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탈북자 수 보다 우리나라 국적포기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북한보다 나은 형편은 아니라는 목소리다.

탈조선을 꿈꾸는 국민들

수많은 국민들이 탈조선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7년 취업정보 포털 잡코리아는 성인남녀 4,802명을 대상으로 이민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전체의 70.8%기회가 된다면 외국으로 이민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 이민을 가고 싶은 이유는(복수응답)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떠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51.2%로 가장 많았고 해외 선진 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 18.1%, 자녀 교육을 위해서 15.0%, 부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서 13.4% 등의 순이었다.

▲2019 상반기 공채 취준생 취업 스펙 (사진/잡코리아)
▲2019 상반기 공채 취준생 취업 스펙 (사진/잡코리아)

대학 진학률 최고 청년실업률도 최고치

특히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탈조선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은 단연 일자리문제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69.7%로 매년 OECD 통계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42.1%36OECD 회원국 가운데 30위로 최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1위를 차지한 아이슬란드와 비교하면 36.7% 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로 대학 진학률과 청년실업률 모두 최고치를 기록한 기형적인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공채 취준생 평균 스펙통계에 따르면 흔히 5대 스펙으로 불리는 졸업학점, 인턴경험, 자격증, 토익, 대외활동에 대한 취준생들의 역량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취준생들의 평균 스펙은 전공 관련 자격증 보유 60.9%, 대외활동 경험 43.4%, 인턴경험 31.4%, 평균 졸업학점 3.51 (4.5점 만점), 토익점수 772점으로 전 세계에서 취준생들이 이만한 평균 스펙을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의 토익(TOEIC) 응시자는 매년 200만 명 수준으로 세계에서 토익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지금

이처럼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취직은 안 되는 청년실업 문제는 매 선거철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단골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30대 청년층은 물론 전 연령층에서 호소하는 실업 고충에도 여전히 정부의 문제의식 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조선 탓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로 가라" 지난 1월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당초 신남방정책 특별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던 김 전 보좌관이 국내실업문제해외취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업률 개선의 책임이 있는 정부 공직자가 사실상 일자리 양성 대신 탈조선을 부추긴 것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특히 당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과 야당 의원들이 이를 망언으로 규정하면서 김 전 보좌관은 결국 사퇴했다.

또한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태국으로 이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당시 문다혜 씨의 이민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자녀의) 교육 문제로 해외 이주한 것이라면 현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흠결이 있다는 것이고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해외 이주한 것이라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일 것입”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청와대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곽 의원에게 (사생활 침해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대통령 딸도 탈조선했네 ‘, ’교육 하향평준화 한대 놓고 손자는 국제학교 보냈네등의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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