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마인드', 손 미 감독.... 보고싶다!
'뷰티플 마인드', 손 미 감독.... 보고싶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19.04.2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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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이 되어 좋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3일 암 투병 중이던 류장하(1966) 감독이 캐나다에서 소천 했다. 지금도 감독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애석해 한다. 내세울 것 없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감독의 심성은 그의 유작이 된 <뷰티플 마인드>에도 잔잔히 흐른다. 화양연화. 아픈 몸을 내색하지 않고 영화로 인생의 한순간을 산 사람. 얼마나 아팠을까. 그 일생이 아름답고 쓸쓸하다. 다큐를 공동 연출한 손미 감독을 개봉 날인 418일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류장하 감독을 추억할 수밖에 없는 감독의 빈자리, 그가 정녕 보고 싶다. 

"뷰티플 마인드" 공동 연출 손미 감독(사진=곽은주)
'뷰티플 마인드' 공동 연출 손미 감독(사진=곽은주)

언젠가 류장하 감독이 쓴 글을 읽었다. “<꽃피는 봄이 오면>(2004)에서 주인공(최민식)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단원들의 이야기를 놓친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단원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심전심. 그 마음이 조성우 음악감독에게 전해진 것일까? 오랫 동안 영화음악 제작을 마음에 두고 있던 조성우 음악감독은 류장하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다. 류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손미 감독을 설득하여 공동 연출로 다큐멘터리 <뷰티플 마인드>를 완성한다. 지난 2018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4명의 스텝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한 가족처럼 동고동락한다.

"단원들은 2~3시간 쉬지 않고 연습한다. 몰입도가 놀랍다. 어느 시점에서 촬영을 끊어야 할지 결정 할 수 없을 대는 3대의 카메라를 마냥 걸어놓고 그들의 연주에 귀를 열어 놓았다. 때때로 눈을 감고 연주를 듣던 류 감독이 "음악 좋다~!!"고 감탄하셨다." 연출자와 출연자가 음악으로 교감하고, 마음이 열리니 출연자들의 장애가 보였고, 그들 뒤로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이는 부모들이 보였다. 결국 영화에도 작은 균열이 생긴다. "처음 영화를 기획 할 때는 '음악'에 초점을 뒀다. 장애나 비장애의 구분 없이 뮤지션에 방향을 맞추고 촬영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단원들 가족을 인터뷰 하면서 계획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첫 인터뷰 한 심환(25.클래식기타 전공. 백석대 2)가족을 만나면서 영화의 방향이 결정됐다. "류 감독님은 시나리오가 있는 극영화 때도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나 보자~."고 하셨는데 그런 마인드가 이번 다큐에 잘 맞았던 것 같다. " 물이 흘러가듯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한 발짝 물러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따라 갔다.

"장애인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말이 내가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다." 부모로서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남들에게 장애를 오픈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 여전히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 장애아와 그 가족들에게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단원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장애가 가족에게 고통일 수도, 축복의 통로일 수도 있다.”는 클라리넷 김범순 어머니(안선희)의 말에는 남몰래 흘렸을 엄마의 눈물과 기도가 짐작된다. 장애는 누구의 죄 때문도 아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하심이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뷰티플 마인드" 공동연출 (고)류장하 감독( 사진=청어람)
'뷰티플 마인드' 공동연출 (고)류장하 감독( 사진=청어람)

이 영화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찍은 게 아니다. 순간순간 닥쳐 온 일에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작년 2018년 제천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받았을 때 류 감독님이 우리는 정말 큰일을 한 거야~”라며 기뻐하셨다. 제천에서 출연자들이 영화를 함께 봤는데, 혹시 출연자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았을까하는 염려로 영화를 보는 내내 바늘방석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영화가 우리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서 좋다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류 감독님도 많이 긴장하셨는지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이제 극장에서 상영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류 감독님이 함께 있으면 정말 좋았을 걸...

다큐는 극영화와 반대로 작업한다. 극영화는 콘티가 있고 시나리오를 갖고 촬영 하는데, 다큐는 촬영한 것을 토대로 시나리오 구조를 만들어 간다. 정해진 콘티가 없으므로 자연히 촬영 분량이 많고 편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작업이 무척 재밌다.”

손미 감독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것이 영상이든 활자든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 보고 싶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므로.” 영상이든 글이든 그녀가 들려 줄 손미의 이야기를 기대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는 카페 앞에 세워 둔 자전거를 끌고 왔다. 신선하다. 옆구리에 책을 끼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영화의 엔딩처럼 저 멀리 사라진다. 류 감독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오늘은 어떻게 뭘 찍나 고민할 때가 참 좋은 날이었네. 작품이 되어서 또 하나 그렇게 남고 찍은 우리에게도 출연한 이들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서 좋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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