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내대표 사령탑 오른 이인영, 첩첩산중
새 원내대표 사령탑 오른 이인영, 첩첩산중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5.09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경원과의 관계 설정, 복귀 명분 무엇?
청와대와의 관계...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br>
밝은 모습으로 국회 들어오는 이인영 민주당 새 원내대표.

[한국뉴스투데이] 첩첩산중.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의 상황을 표현하는 말 중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천신만고 끝에 이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는 내년 총선 승리를 거머쥐어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의 바람이 들어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서 국회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꼬여 있는 정국을 단번에 풀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외연 확장 열망 반영, 원내대표 취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른 이유는 ‘총선 확장성’ 때문이다. 김태년 의원과 결선투표에서 76대 49, 27표 차로 당선된 것이 그것을 대변해 준다.

김태년 의원이 친문 대표 주자라는 점을 살펴보면 이번 당선은 친문 세력이 김 의원 대신 이 원내대표를 선택했다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친문 인사 대신 범문 인사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총선에서 확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인 이 원내대표는 운동권 맏형이자 ‘86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 민주평화국민연대 핵심 인물이다.

친문보다는 범문으로 분류된 인물이지만 친문 의원 모임인 ‘부엉이모임’과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 취임은 핵심 친문이 당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범친문이 당권을 잡아서 내년 총선에서 외연 확장을 노리겠다는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내년 총선 생각한 현역 의원들

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 연결된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하면서 장외투쟁에 나섰고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친문 인사들로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당·청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집권 2년 차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 출장소’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청와대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선출로 새로운 당·청관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는 평소 “당이 지금보다 주도적이고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틀림 없다”며 “정부와 청와대가 선거를 치르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당청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나경원과의 관계 설정이 가장 큰 숙제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국회 정상화’다. 올해 임시국회가 계속해서 열렸지만 ‘빈손국회’로 끝났다. 4월 임시국회도 빈손국회로 끝난데 이어 5월 임시국회도 빈손국회로 끝날 우려가 있다.

핵심은 자유한국당을 원내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주장하면서 장외로 뛰쳐나갔다.

자유한국당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할 수 있지만 이는 내부 분열과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불화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고소·고발 취하를 카드로 내세울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정의당과 국회 사무처 등이 이미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만 고소·고발을 취하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욱이 만약 고소·고발을 취하할 경우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맹비난을 받기 때문에 고소·고발 취하 카드 역시 꺼내들 수 없는 카드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는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만나 설득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대안이 없다.

자유한국당은 명분을 줘야 국회에 복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명분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대화와 설득을 통해 복귀시켜야 한다.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이 원내대표는 ‘비쟁점 법안 처리’를 일단 연결고리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국회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영표 전 원내대표 역시 비쟁점 법안 처리를 연결고리로 국회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나 원내대표가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나 원내대표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지율 제고도 숙제로

이 원내대표의 또 다른 숙제는 지지율이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지만 그것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따른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가장 핵심은 표의 확장성을 만들어줄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비전이 아닌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들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것을 상쇄시킬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심판론’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만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정책과 비전을 갖고 청와대와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해서 내년 총선 승리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 원내대표의 숙제다.

이 원내대표는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일단 자당 소속 의원들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의미다. 그것을 통해서 꼬인 정국의 해법도 만들어내고 내년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