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전주는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는 영화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19.05.1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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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년을 시작한다
사진= 폐막작 ‘스킨’. 제이미 벨
사진= 폐막작 ‘스킨’. 제이미 벨

“‘전주는 영화다’아닌가요?”

지난 9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진행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5월2일~11일) 시상식 단상에서 김승수 조직위원장이 객석을 향하여 호기롭게 던진 화두다. ‘전주=영화제’로 기억된다면 ‘전주는 영화다’란 말에 딱히 토를 달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전주영화제에서 보낸 날이 꼬박 열흘. 매일 영화를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꼼꼼히 메모하며 눈과 귀를 열어 놓았던 시간들도 이제 끝났다. 인파로 밀려다니던 영화의 거리는 자유롭게 걸을 만큼 숨통이 트인다. 일상으로 복귀할 시간이 다다르고 있다. 전주영화제는 무엇일까? 원더풀!! 감탄하던 감독들과 관객들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20년 후의 전주영화제를 상상한다. 그 때, 이곳에 누가 있을까? 주차장에 임시로 세워진 ‘전주 돔’ 자리에 ‘전주독립영화의 집’이 세워지고 그곳에서 ‘뉴트로 전주’ 감독과 관객이 또 새로운 ‘뉴트로 전주’를 우주까지 확장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광활한 우주 프레임의 빛이 총총히 전주로 이어지는 꿈을 꾼다. 판타스틱!!

사진= 2019전주시네마프로젝트 수상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가운데).        (좌)김승수 조직위원장, (우)이충직 집행위원장
사진= 2019전주시네마프로젝트 수상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가운데). (좌)김승수 조직위원장, (우)이충직 집행위원장

지난 2000년 4월 28일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2000)을 개막작으로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됐다. '대안, 독립, 디지털'을 슬로건으로 한 영화제는 그해 21개국 184편의 영화를 초청하여 상영했다. 21세기로 진입하면서 디지털은 더 이상 신선한 매체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도 무한 영역으로 진행 중이고 확장 중이다. 유토피안 판톰(utopian phantom)으로.

올해의 슬로건은 ‘영화, 표현의 해방구’다. 영화와 표현을 의도적으로 분리시켰다. 쉼표(,)가 주는 자유와 충돌의 이미지가 신선하다. 53개국 275편이 초청되어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5개 극장 22개관에서 10일 간 ‘영화, 표현의 해방구’의 영화들이 상영됐다. 개막작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이탈리아) 감독의 <나폴리:작은 갱들의 도시>(2019) 폐막작은 이스라엘 출신의 기 나티브 감독의 <스킨>(2018).

'뉴트로 (Newtro) 전주’ &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와일드 앳 하트(21)’

이번 영화제의 여러 섹션 중에서 단연 관심이 갖던 섹션이 ‘뉴트로 전주’와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와일드 앳 하트(21)’섹션. 지난 20년간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을 만들었던 감독들을 초청하여 전주영화제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미래를 향해 간다는 취지로 기획된 특별 섹션. Newtro 전주. new와 retro의 합성어. 올해 영화제의 백미다.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와일드 앳 하트(21)’섹션은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섹션으로 한국영화를 20세기와 21세기로 분류해서 선정했다. 필히 ‘감독이 참석해야 한다’는 영화제 측의 엄중한 패널티가 있었다. 영화제 불참을 통보한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2000)는 원래 상영작 리스트에 포함됐던 영화지만 가차 없이 뺏다. 물론 홍상수 감독의 작품도 같은 이유에서 이번 영화제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반면 사전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참석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이 상영작에 포함되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시네마 클래스가 있던 날, 끝난 시간이 밤11시20분경. 깊은 밤 일시에 극장 밖으로 빠져 나가는 관객들의 모습이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는 김영진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의 너스레는 과장이 아니다. 지난 시절의 화제작을 스크린으로 보고 감독에게 직접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듣는 것은 영화제에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 때론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개되기도 한다. 윤종찬 감독의 <청연>(2005)의 시네마 클래스가 있던 날, 윤종찬 감독의 흔들리던 목소리와 슬픈 얼굴이 참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개봉 당시에도 이런저런 잡음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영화는 끝내 주연 배우인 장진영과 김주혁이 모두 고인이 된 아픈 사연이 있는 영화.

사진=‘청연’시네마 클래스. 윤종찬 감독
사진=‘청연’시네마 클래스. 윤종찬 감독

영화제 카탈로그를 펼쳐 놓고 ‘뉴트로 전주’에 초청된 감독들을 한명한명 불러 본다. 지난 20년 간 전주영화제와 함께 성장한 감독들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이제 세계적인 반열에 선 감독들, 척박한 영화 환경에서도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 그들이 전주영화제와 연대하는 유대감이 뜨겁고 미쁘다. 제임스 베닝(미국), 드니 코테(캐나다), 기요르기 폴피(헝가리), 벤지민 나이스타트(아르헨티나), 알렉스 로스 페리(미국), 카븐(필리핀), 가스통 솔니키(아르헨티나),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칠레), 피터 보 라프문드(미국), 기욤 브락(프랑스), 벤 리버스(영국), 에두아르도 윌리엄스(아르헨티나), 헬레나 위트만(독일)을 비롯하여 박정범, 김희정, 장우진, 고봉수, 전규환, 정형석, 홍형숙. '뉴트로 전주 클래스'로 영화제의 역사를 함께 기록한 감독과 관객의 영화적 교감의 시간들이 저 멀리 오레곤 농장의 특별한 하루로 기억되고 삶의 보물섬처럼 전주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사진=제임스 베닝 감독의  ‘L. 코헨'
사진=제임스 베닝 감독의 ‘L. 코헨'

전주영화제는 영화를 제작한다

1회 때부터 전주영화제는 영화를 제작했다.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로 매년 3명의 감독을 선정하여 30분 분량 3편의 디지털 단편을 옴니버스로 제작하여 해외유수영화제에 호평을 받았다. 이후 14회부터 장편영화 프로젝트로 확장되면서 올해도 4편의 영화가 소개됐다. 김종관의 <아무도 없는 곳>, 고희영의 다큐멘터리 <불숨>, 다미앙 매니블의 <이사도라의 아이들>, 그리고 명필름랩과 합작으로 제작한 전지희의 <국도극장>. 이중 다미앙 매니블의 <이사도라의 아이들>이 월드프리미어 해외유수영화제에 출품을 목적으로 일반 상영을 유보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외 팔복예술공장에서 진행된 ‘익스팬디드 플러스: 유토피안 판톰’ 전(展)에 12인의 작품이 설치, 상영된다. 영화와 회화, 사진, 건축, 음악, 디자인, 미디어 등 다채로운 예술 장르의 융합을 시도한 작품들. 그야말로 ‘영화, 표현의 해방구’다. 영화제 기간에만 1만 여명의 방문했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사진=‘파고’ 박정범 배우 감독
사진=‘파고’ 박정범 배우 감독

이번에 <파고>를 월드프리미어로 상영한 박정범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에게 전주국제영화제란 무엇인지...

“전주영화제는 전 세계의 묻혀있는 보석 같은 영화들을 발굴하여 소개해 왔습니다. 저 역시 그 영화들을 보고 배우며 새로운 영화를 만들 힘을 얻어왔습니다. 항상 변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든든한 동료라고 생각됩니다.”라며, 전주영화제를 든든한 동료로 표현했다.

아울러 영화제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가 상영되었으면 합니다. 기간도 좀 더 길어지고 극장도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럼 더 다양한 영화들이 틀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해외감독, 제작, 투자사들과 국내 감독, 제작, 투자사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것은 전 세계 어디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서로 교류하고 연대하면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영화제에서 co-production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향후 전주영화제에 바라는 소망도 진솔하게 밝혀줬다.

영화제 폐막식을 하루 앞두고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저에게 전주국제영화제는 정책적으로, 학문적으로 꿈꿔왔던 독립영화의 발전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기와 기회가 됩니다. 새로운 영화적 시도와 신인감독을 발굴하고 그들을 지지함으로써 한국영화의 든든한 기초가 되는 기회가 되었고, 많은 영화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고 개인적인 소감을 들려줬다.

덧붙여 “전주국제영화제의 방향은 독립, 대안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독립영화의 집’ 건립을 통해 더욱 안정적인 운영의 기반을 구축하고 그러한 기반 위에 표현의 자유와 매체적 확장을 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향 후 10년을 통해 이룩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며 영화제에 대한 무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브라보!!

페스티발은 끝났다. 다시, 20년을 시작하는 간절함이여!!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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