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문재인 대통령 영수회담 제안 배경은
황교안, 문재인 대통령 영수회담 제안 배경은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5.13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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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여야 5당 대표 만남 제안
황교안, 1:1 단독 영수회담 역제안

국회 복귀 명분 찾는 황교안
난감한 문 대통령, 과연 선택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한국뉴스투데이] 문재인 대통령이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 단독 영수회담을 역제안하면서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황 대표로서는 1;1 단독 영수회담 제안이 결코 나쁜 제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독 영수회담 제안으로 황 대표는 얻는 것이 많지만 문 대통령은 잃어버리는 것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황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잃을 것 없는 황, 얻을 것 없는 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1:1 단독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실보다 득이 크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KBS와의 대담에서 5당 대표들에게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1:1 단독 영수회담을 역제안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청와대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난감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역제안이 수용되면 제1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내 복귀 명분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셈이다.

장외투쟁을 하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원내 복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단독 영수회담을 하게 된다면 원내 복귀 명분이 되는 셈이다.

원내 복귀 명분인 단독 영수회담

만약 단독 영수회담을 열게 된다면 황 대표는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된다. 가뜩이나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대표로서는 단독 회담을 갖게 된다면 대권 주자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더욱이 5당 대표 회담을 열게 된다면 정치공학적으로 황 대표에게는 절대 유리하지 않은 회담이다.

그 이유는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에 속하는 야당 대표들과 회담을 한다면 아무래도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황 대표에게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황 대표에게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5당 대표 회담을 열게 된다면 황 대표는 코너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단독 영수회담의 경우문 대통령으로서는 황 대표를 코너에 몰아붙일 수 없기 때문에 황 대표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설사 문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더라도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문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게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은 ‘불통 대통령’ 혹은 ‘야당과의 협치를 생각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장외투쟁의 동력을 얻게 된다.

난감한 청와대, 어떤 결론 내려야 하나

청와대로서는 난감하다.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결국 자유한국당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선은 여야 5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불통 대통령’이라면서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1:1 단독 회담을 열게 될 경우 다른 야당들이 가만히 있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야당들과도 1:1 단독 회담을 열 수밖에 없는데 5당 대표 모두를 만나서 설득을 하자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5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는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와는 1:1 단독 회담을 열고 다른 야당 대표들에게는 양해를 구해서 다시 5당 대표 회담을 여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다른 야당 대표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와대로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5월 임시국회의 시계는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황 대표와의 1:1 단독 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황 대표가 오는 25일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1:1 단독회담을 통해 장외투쟁을 접게 만든다면 청와대로서는 나름 수확을 얻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황 대표가 대권 주자로서 전국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그만큼 문 대통령에게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기 리더십이 자꾸 주목을 받게 된다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가 결국 1:1 단독 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의제 역시 대북 식량 지원뿐만 아니라 선거제·민생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 다양한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황 대표가 대북 식량 지원이 아닌 다른 의제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여야정 상설협의체 역시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분기별로 한번씩 개최하기로 지난해 8월 합의했다. 그리고 첫 회의가 지난해 11월 5일 열렸다. 하지만 그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는 제외해야 한다면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정 상성협의체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비교섭단체 원내대표도 포함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정국은 복잡하게 꼬여있다. 그리고 그 실타래는 풀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황 대표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문 대통령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1 단독 영수회담이 말은 쉽게 나올 수 있지만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황 대표가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인정해주는 것인데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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