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논란, 곤혹스러운 자유한국당
강효상 논란, 곤혹스러운 자유한국당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5.2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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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탄압 내세웠지만 보수 원로도 등 돌려
장기 장외투쟁 분위기 쇄신하려다 힘들어져

대여 투쟁 메시지 변화한 자유한국당
출구전략 고심 중…자유한국당 운명은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폭로가 자유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폭로가 자유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세상에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강 의원의 행위를 ‘공익제보’라고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기밀유출’이라고 규정하며 비난하고 있다.

판세 엎으려던 자유한국당, 되치기 당해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굴욕외교’는 매우 좋은 소재였다. 결국 강효상 의원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세상에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을 경유해서 우리나라에 방한해 달라고 요청한 내용이었다. 이 내용을 공개하면서 자유한국당은 ‘굴욕외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강 의원의 발언을 청취한 정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미 정상 간의 대화를 강 의원의 입수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고, 결국 외교부를 조사해 K 참사관이 강 의원에게 통화 내용을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공익제보’와 ‘국민의 알권리’를 무기로 내세워 강 의원과 K 참사관을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도 ‘기밀유출’로 규정했고, 보수 성향 외교 원로들마저 ‘기밀유출’이라면서 격분했다.

판세를 엎으려던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되치기를 당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익제보’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공익제보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는 당 내부에서도 강 의원의 폭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보수를 강조하는 정당에서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폭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궁색한 논리 내세우는 자유한국당

이처럼 코너에 몰리면서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또 다른 전략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 다시 말하면 ‘기밀’이 아니라는 논리다.

또한 한미 정상 간의 전화통화를 ‘3급 기밀’로 규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자의적인 잣대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또한 기밀이 유출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직 기강 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제보라는 점을 강조했던 자유한국당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자유한국당의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를 ‘3급 기밀’로 취급하는 것은 그동안 해왔던 외교가 관례이고, 상대국 수장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화 통화 내용도 기밀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교관이 전화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알려준 것 자체를 놓고 공직기강 해이라고 규정하기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의 폭로는 외교기밀누설 혐의를 불러오기 충분한 사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강 의원의 발언을 ‘공익제보’라고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공익제보의 성립을 위해서는 해당 내용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한미 정상 간의 통화내용에 불법적인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서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요청한 것은 불법적인 내용이 아니기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K 참사관은 자신은 강 의원이 폭로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하소연하면서 공직기강 해이로 몰아가기도 궁색하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 논리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치명타는 보수 성향 외교 원로들이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구전략,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사건이 발생하면 보수 성향 외교 원로들이 현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치명타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충분한 사안이다. 더욱이 외교부가 관련자들을 모두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하면서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내년 총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한미동맹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당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익이 우선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번 폭로에 대한 보수층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안보정당이라고 내세웠지만 이번 파문으로 인해 자유한국당이 안보정당이라고 내세우기 힘든 상황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폭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노력이 과연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의 논리는 ‘기밀이 아니다’는 부분과 ‘기강해이’를 내세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기밀유출과 기강해이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어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잘못을 시인하고 깨끗하게 대국민사과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폭로에 대해 버티면 버틸수록 오히려 더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 극우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강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외교 기밀 내용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강 의원의 파문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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