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숙제 떠안은 나경원 “험로 예상”
재협상 숙제 떠안은 나경원 “험로 예상”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6.26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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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잉크 마르기도 전에 추인 ‘불발’
당황한 나경원, 재협상 카드 꺼내봤지만

다른 정당 “재협상 없다”면서 완강한 입장
당내 강경파 목소리에 나경원 입지 좁아져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 불발로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정상화를 위한 교섭단체 3당 합의문이 추인 받지 못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총을 끝내고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 불발로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정상화를 위한 교섭단체 3당 합의문이 추인 받지 못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총을 끝내고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회 정상화 파행 사태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 나경원 돌발 변심에 당심 분노

국회정상화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문 추인이 불발되면서 다른 정당들은 일제히 분노했다.

나 원내대표는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고 나왔지만 다른 정당들은 “재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 내부에서도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적 능력 부재가 현재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당직자는 “당 실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결과로 나 원내대표가 초선 때부터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지 당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최소한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전권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의원총회를 열어 협상 테이블에서 오가는 내용을 살짝 귀띔이라도 했으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4일은 자유한국당에게 그야말로 뜬금없는 하루였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나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국회 복귀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가 들면서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내가 협상을 주도해서 국회정상화를 이뤄냈다”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즉, 나 원내대표 자신은 합의내용이 만족스럽다고 평가를 했고, 의원총회에 합의문을 들고 가면 의원들이 “협상 잘했다”고 칭찬해줄 것이라고 착각을 한 것 같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의총에서 반발을 하면서 나 원내대표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최소한 의원들과 교류를 했다면 이런 상황으로 내닫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 재협상 하자는 나경원 싫다는 이인영

나 원내대표는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콕 집어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로 넓은 마음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의문 추인이 불발된 것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규정했다. 명분을 찾기 위해서 ‘국민의 명령’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는 재협상 불가를 외쳤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국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자유한국당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와 상관없이 예정된 시간표대로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놓고 자유한국당이 없어도 처리가 가능한 방안을 찾는데 상당한 고생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자유한국당을 기다릴 수도 없고, 기다려서도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 약발이 먹힐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재협상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선택적 복귀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 북한 목선 귀순 등 자유한국당에게 유리한 상임위원회 등에서만 복귀를 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합의문 추인 불발에 따란 국민적 역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회 완전 복귀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다른 정당의 강경한 태도에 나 원내대표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 합의 재협상을 하자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제안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악수를 하지만 상반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정상화 합의 재협상을 하자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제안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악수를 하지만 상반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나 대표 절벽 내모는 소속 의원들

일각에서는 합의문 추인 불발이 나 원내대표를 절벽으로 내몰았다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나 원내대표 재신임 문제까지 거론됐다가 현상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나 원내대표를 철저하게 절벽으로 내몰겠다는 의도적인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 원내대표의 힘을 완전히 빼서 공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게 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정당이 재협상을 하지 않을 것을 간파한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하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상 나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완전히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나 원내대표로서는 고민되는 대목이다. 자당 소속 의원들이 흡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면서 나 원내대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앞으로도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 합의문 추인은 사실상 탄핵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나 원내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이제 완전히 상실됐다”고 진단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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