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진짜 영재일까?
내 아이는 진짜 영재일까?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9.07.07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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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서점의 교육 코너에는 '내 아이를 영재로 키우기 위한 육아'에서부터 '영재의 탄생'을 기록한 거창한 책들이 가득 꽂혀있다. 학부모는 치맛바람으로 무장한 채 사교육과 조기교육의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아빠는 혹시 내 아이가 영재의 기미를 보이진 않을까하는 눈빛으로 질문을 던져본다.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화두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무조건 건강하게만!”을 외치던 절절한 심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결국 부모는 욕심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아이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혹시? 영재?”하며 들뜨기 일쑤다.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화두다.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화두다.

사교육이 영재를 멍들게 한다

TV에서는 연인 영재라고 주장하는 아이가 나와 복잡한 수학공식을 달달 외우고, 한문을 척척 써내려가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는데 영어를 술술 말한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영재이길 바란다. 이는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조금만 영특함을 내보이면 아이는 당분간 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부모는 기대하고 시험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왜 우리는 영재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부모들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영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은 우리나라 미취학 아동들의 영재교육이 전적으로 사교육의 영역에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현재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영재교육이라고 해봐야 초,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9개 대학에서 운영 중인 과학영재교육센터와 스무 개 남짓한 과학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가 전부이다.

그나마 이들 교육도 부분적,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모가 아무리 미취학 아동의 영재교육에 배달려봐야 아이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진짜 영재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은 부재한 것이다. 결국 모두가 영재 기르기를 표방하면서 좋은 대학 가기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는 자유로운 사고, 창의성 있는 교육을 지향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교육 바람이 영재에 대한 집착을 불러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가적 교육지침도 겉과 속이 다른 행보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불안함을 더해주고 있다.

학습된 무기력 증세를 조심하자

전문가들이 규정하는 영재란 성적이 상위 2~3%’내에 들면서 사고의 융통성, 자발성, 학습이해력이 우수한 아동이다. 물론 어린아이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며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절한 교육환경 제공에 따라 잠재력 개발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만 상위 2~3%의 영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교재를 제공하는 것이 아이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교재가 너무 많을 경우 자극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 무뎌지는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아이의 잠재력을 발현시켜주기 위해는 어떤 교재를 사용하는지 보다 아이에게 안정된 정서를 심어주고, 부모 스스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양하게 해볼 수 있게끔 기회를 주는 배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영재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사실 영재는 어떤 기능은 평균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아이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영재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야를 접하고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
▲아이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영재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야를 접하고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

진정한 목표는 아이의 행복이다

유아기 진정한 영재 교육은 아이의 능력과 잠재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통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영재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야를 다양하게 접하고 다양한 직간접 체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이다.

영재라 하더라도 단계에 맞지 않는 영재 그룹에 넣으면 비만, 탈모 등 다양한 아동 스트레스성 부작용이 나타난다. 부모는 유아기에 교육기관이나 교육 시스템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내 아이에게 맞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아이의 관심 여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영재성 여부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영재인지 정말로 궁금하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검증받아야 하고 영재성을 인정받은 아이의 경우 전문가의 교육을 제대로 받게 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건강한 사고를 가진 아이로 충분히 만족할만하지 않을까.

김민희 기자 ca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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