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장 술 요구에 '경고만' 고발자는 '강등'
대한항공, 기장 술 요구에 '경고만' 고발자는 '강등'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7.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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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황당한 처분이 구설수에 올랐다.(사진/뉴시스)
▲대한항공의 황당한 처분이 구설수에 올랐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대한항공 소속 기장이 비행 중 술을 요구한 기장에게는 구두 경고로 비교적 가벼운 처분를 내린 반면 이를 신고한 사무장은 직급을 강등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8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30일 대한항공 김모 기장은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여객기에 올라타면서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로 마련된 음료 중 샴페인을 마시려했다.

이에 승무원이 당황해하자 김 기장은 "(샴페인잔이 아닌) 종이컵에 담아 주면 되지 않냐"고 핀잔을 주고 다른 음료를 마셨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김 기장은 같은 승무원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하면서 "종이컵에 와인 한 잔 담아주면 안되겠냐"며 재차 술을 요구했다.

해당 승무원은 "비행중에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제지한 뒤 A사무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A사무장은 함께 탑승한 다른 기장과 부기장에게도 상황을 설명한 뒤 사안을 당장 문제 삼을 경우 비행 안전을 책임지는 김 기장의 심리에 불필요한 동요가 생길 것을 우려, 착륙 전까지 김 기장에게는 따로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부기장이 이같은 상황을 김 기장에게 전달했고, 이를 알게 된 A사무장이 항의하면서 부기장과 A사무장 사이에 거친 언쟁이 오갔다.

결국 A사무장은 암스테르담 도착 당일 회사에 김 기장의 음주 시도 사실을 정식으로 보고했다.

현행법상 기장의 음주 비행 행위는 자격 정지 처분 90일에 3년 이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또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회사측도 과징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조사를 마친 회사가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리며 시작됐다. 술을 요구했던 김 기장에게는 구두 경고만 내려졌고, 사건을 회사에 보고한 A사무장은 팀장에서 팀원급으로 강등된 것.

이유는 A사무장이 부기장과 언쟁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고, 김 기장 관련 내용을 외부 익명 게시판에 올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구두 경고 처분을 내린 이유로 "농담으로 한 말이고 실제 음주를 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고 사무장의 강등에 대해서는 폭언, 내부문서 외부 유출 등 관리자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해당 사안을 사내 상벌심의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고 관리·감독 당국인 국토교통부에도 보고하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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