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라는 한국당 지도부 버티는 비박계
방 빼라는 한국당 지도부 버티는 비박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7.10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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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자리 1년씩 돌려가며 하기로
상임위원장 교체 과정이…계파 갈등으로

당 지도부 중재자 역할 사실상 하지 않아
내년 총선 공천에서 비박계 공천 학살 예고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당 대표 체제가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탄생됐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공천에서 비박계 공천 학살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당 대표 체제가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탄생됐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공천에서 비박계 공천 학살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감투’ 문제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감투를 벗으라는 당 지도부의 요구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문제는 감투를 벗으라고 요구받는 이들이 ‘비박계’라는 점이라는 것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 공천 학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감투 때문에 들려오는 파열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현역 의원으로서는 감투를 쓰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공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투를 쓰고 있어야 하기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공천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투를 꼭 써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에서는 감투를 쓰려는 사람과 감투를 벗기려는 사람들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는 큰소리가 오갔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황영철 의원이 경선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황 의원은 불참했고, 김재원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선출됐다.

단초는 예결위원장의 임기다. 예결위원장 임기가 2년인데 중진들이 많다 보니 1년씩 돌려가면서 맡기로 했고 황 의원은 전반기는 안상수 의원이, 후반기는 황 의원이 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재원 의원은 자신은 그런 내용을 듣지 못했다면서 경선을 해야 한다면서 출마를 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경선’ 방침을 내세웠고, 이에 황 의원은 반발을 했다.

이날 황 의원이 경선에 반발, 불참하면서 김 의원이 단독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이후 황 의원은 계속해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가 친박에 휘둘리면서 비박계를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계파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 상임위원장 교체가 원인

이런 움직임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위원장 역시 임기가 2년인데 1년씩 돌려가면서 했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설명이지만 박순자 국토위원장은 그런 내용을 들은 바 없다며 버티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애초에 1년씩 상임위원장을 나누기로 한 데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김세연 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은 아무런 물의 없이 수행할 수 있으니 계속 직책을 유지해나가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최근 들어 직책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1년에 한 번씩 교체한다는 합의가 결국 파장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중진 의원들이 대거 살아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초재선 의원들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지만 자유한국당은 3선 이상 비중이 높다.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3선 이상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다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감투는 공천에서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따라서 감투를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부딪히게 됐다면 당 지도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갈등을 보이고 있으면 당 지도부 특히 원내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황 의원이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을 가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관자 역할을 하고 있기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비박계 학살 신호탄 해석도

문제는 이런 모습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비박계 학살을 위한 신호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감투를 벗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대다수가 비박계라는 점에서 비박계 공천 학살 전초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황교안 당 대표 체제가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탄생됐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공천에서 비박계 공천 학살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계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감투 자리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인 가운데 비박계는 감투를 벗어야 했고, 친박계는 감투를 쓰고자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의심이 들만하다.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금의 인물들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특히 중진 비중이 다른 정당에 비해 높기 때문에 현역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친박계 대신 비박계에 칼을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상임위원장 감투 전쟁을 벌였으니 내년 총선 공천의 전초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 공천의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면서 “문제는 그런 갈등을 봉합해야 할 역할이 당 지도부의 역할인데 수수방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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