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결정, 악화되는 한일관계
지소미아 종료 결정, 악화되는 한일관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8.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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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리 대화 제안 외면 결국 지소미아 종료
안보 신뢰 못하는 관계, 한일 관계 끝은 어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일본 당혹 미국 실망
한일관계 중재자로 미국 역할 필요 강조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국뉴스투데이]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이하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파기’가 아닌 ‘종료’ 단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정당한’ 것이라는 것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은 당혹스러운 분위기고, 미국은 실망한 분위기다. 미국은 계속해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일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지소미아 종료 엇갈린 여야 반응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이뤄지면서 국내외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조건부 연장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파기’가 아닌 ‘종료’로 결정한 이유는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것이 ‘불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싶었지만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종료한 것이라는 것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이제 한일 안보 협력은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를 두고 보수 야당들은 ‘박근혜 지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 반응은 확실히 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응당한 조치였다고 환영을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지소미아 파기를 맨 처음 주장한 정당이기에 이번 결정이 잘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려고 오만하고 부당한 조치를 취했기에 응당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안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안보를 외면하고 정권을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정국으로 어지러운 정국과도 이것이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보수야당들은 조 후보자의 논란을 덮기 위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해명을 해도 어차피 ‘소설(?)’을 쓸 것이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 일본 안보 파트너로 못 믿겠다는 청와대

이번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을 안보 파트너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서 부품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데 이어 화이트리스트를 배제했고, 그 이후에도 외교적 협의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으니 더 이상 일본을 신뢰할 수 없기에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기회에 일본 정부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한일관계는 일본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 정부가 꼬리를 내리는 형태였다면서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이번에도 강하게 나오면 문재인 정부가 꼬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나오면서 일본 정부가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존심 문제 때문에 대화의 테이블에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에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통해 일본은 더욱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 일본이 세운 테이블에 앉지 않고 우리가 만든 테이블에 일본을 앉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든든한 뒷배로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이상 일본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우리 국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이 22일 오후 일본 NHK를 통해 속보로 방송되고 있다.(사진/NHK 캡쳐)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이 22일 오후 일본 NHK를 통해 속보로 방송되고 있다.(사진/NHK 캡쳐)

◇ 한일대화는 언제쯤

이번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미국 행정부는 실망스러운 분위기다. 한일관계가 악화됐지만 지소미아 종료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도 악화된 한일관계를 회복시켜야 하겠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사실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 원인에도 소극적인 미국 행정부의 태도도 있다. 미국 행정부가 악화된 한일관계에 가급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 언론에서도 미국 행정부가 한일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나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다음 달까지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11월 칠레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예정돼 있기에 그 이전까지는 대화의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다.

또 다른 기회는 오는 10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이다. 하지만 고위급 축사사절단이 파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핵심은 미국의 움직임이다. 미국 행정부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움직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일본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면 미국을 최대한 설득해서 일본이 대화의 장에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에는 이같은 이유가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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